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카드 꺼낸 서울시… 사업 지연 우려 현실로
▲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 조정에 나섰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서울시가 ‘이주시기 조정권(관리처분인가 시기 조정 권한)’ 카드를 통해 재건축시장 압박에 나서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송파구에서 이주시기가 6개월 연기된 단지가 등장한 데 이어 서초구에서는 5개월 늦춰진 단지가 나왔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시장 열기를 식히려는 의도가 짙다”고 지적했다.

미성ㆍ크로바 오는 7월 이후
신천진주 10월 이후로 연기 

지난달(2월) 26일 서울시는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열고 송파구 잠실 미성타운ㆍ크로바맨션(이하 미성ㆍ크로바)는 오는 7월 이후, 잠실 진주아파트(이하 신천진주)는 10월 이후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주정심에서는 각 재건축 조합이 관할구청에 제출한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 시기를 조정한다. 심의 대상 재건축 단지는 정비사업으로 사라질 주택(멸실) 가구 수가 해당 자치구 전체 재고 주택 수의 1%에 달하거나 단일 단지 규모가 2000가구를 초과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송파구청은 지난 1월 초 서울시에 1350가구의 미성ㆍ크로바와 1507가구인 신천진주의 이주 계획을 오는 4월에서 9월 사이로 심의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서둘러 신청했다. 이에 정부는 초과이익환수제 서류를 철저히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구청은 이를 거부했다. 이주시기 조절은 서울시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행하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서울시의 이주시기 결정이 없으면 관리처분인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리처분인가는 구청의 고유 권한이지만 서울시가 인가 시기를 늦추면 인가 이후 단계인 조합원 이주→철거→분양 일정 공고ㆍ착공 등 전체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총 2857가구인 두 단지의 동시 이주는 전ㆍ월세난 등 주변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주시기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정심은 가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미성ㆍ크로바는 관내 정비구역인 거여2구역 이주가 마무리된 이후, 신천진주는 인근 정비구역인 강남구 개포1단지의 이주기간이 종료된 뒤 이주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올해 송파구와 인접한 자치구에서 공급 예정인 정비사업 물량이 하반기에 집중된 점을 고려해 가능한 공급 시기와의 격차를 줄이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송호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올 상반기 송파구 등 3개 인접구 주택 물량을 보니 주택 멸실이 6900호 정도인 반면 공급이 690호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멸실이 5300호, 공급이 1만3500호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급이 많을 때 관리처분인가를 해서 이주를 하는 것이 전ㆍ월세 가격에 영향을 덜 미친다고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 시기가 가장 많이 조정된 곳은 강동구 둔춘주공아파트 5930가구다. 2016년 말 이주계획 심의를 받았지만 작년 5월로 인가 시점이 6개월여 미뤄졌다. 이로 인해 조합은 작년 3월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이주 시기가 7월로 4개월가량 미뤄졌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린 주정심에서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관리처분인가 일정을 오는 4월 초로 조정했다. 당초 조합 측이 원했던 인가 시기는 작년 12월이었다. 

한편 주정심은 신천진주 관리처분인가 시기와 관련해 올해 12월 말까지 구청의 인가 처분이 없을 경우 재심의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세부 조건을 제시했다. 

신천진주는 현재 시공자 신고 수리 처분 무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또 지난해 12월 동부지방법원은 시공자 도급계약서 체결의 건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송파구청 관계자는 “소송과 관리처분인가는 별개로 보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천진주의 관리처분인가에 대한 송파구청의 판단이 아직 남아있어 이에 따라 주민의 이주기간이 변경될 수 있다”며 “향후 확정된 이주계획이 주택시장에 가져올 파급효과를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조합들 ‘안도의 한숨’
5개월가량 지연된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당혹’

송파구에 이어 서초구의 이주시기도 조정됐다. 서울시는 이달 6일 제3차 주정심을 열고 서초구 4개 구역에 대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했다.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2개월 늦춰진 7월로, 방배13구역은 4개월 지연된 9월로 조정됐다.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는 오는 5월 관리처분인가가 내려지기를 기대했지만 12월로 정해졌고 한신4구역은 당초 예상 시점인 이달보다 9개월 밀린 12월로 결정됐다.

내년 1월 이후 이주계획을 신청한 한신4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오는 7월부터 이주를 시작하겠다고 신청한 바 있다. 한신4구역은 오는 12월 이후 이주할 수 있게 돼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역시 계획대로 7월 이후 이주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방배13구역은 9월 이후,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는 12월 이후로 각각 2개월, 5개월가량 이주 일정이 연기됐다.

관리처분인가가 나게 되면 조합은 이주를 준비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관리처분인가 예상 시기와 이주 사이에 대략 2개월 정도 여유를 두고 이주 계획을 신청한다. 하지만 조합들은 인가 자체가 소폭 지연된 만큼 인가 직후 곧바로 이주할 수 있도록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심의를 받은 서초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는 개별 단지가 최대 3000가구 이상으로 주변 전ㆍ월세시장에 주는 파급효과가 커 최대 1년 가까이 이주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서초구 입주물량은 멸실가구와 비교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관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서초구 입주물량은 3728가구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엔 593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업계에서 서울시가 최대 1년 이상의 이주시기 연기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예측한 이유이다. 

서울시가 제동을 걸긴 했지만 서초구의 조합들은 우려했던 것 보다 크게 지연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만 사업이 5개월가량 지연된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조합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한 조합원은 “사업이 단계마다 미뤄지면서 착공이 1년가량 더 늦어질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주시기 조정 여파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로 번지기도
업계 “재건축시장 열기 식히려는 의도”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 조정에 나서자 전반적으로 조합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간은 돈’이라는 재건축사업 특성상 장기간의 지연은 조합의 사업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건축 인가가 늦어지면 조합 운영비, 금융 이자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설계 변경 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한 조합 관계자는 “올해 초 재건축 인가를 받고 이주를 생각했지만 계획보다 사업 일정이 많이 미뤄질 것 같다”며 “인가 후 이주 및 철거에만 10개월이 걸리는데 착공이 늦어져 공사비가 늘어나면 누가 책임을 질거냐”고 비판했다.

관리처분인가 권한을 갖고 있는 구청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송파구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받을 당시에 서류상 큰 무리가 없어 통과시켰는데 이제 와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와 서울시가 행정 감사권 등을 내세워 개입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관리처분인가 시기 자체가 늦춰질 것을 우려한 조합원들의 민원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도시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이주시기를 조정할 경우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한 민원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주시기 조절 과정의 투명한 결정은 물론 비용 부담에서도 조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이주시기를 늦추는 경우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함께 제시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시는 명목상으로 전ㆍ월세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각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인가 희망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의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주시기 조정의 여파가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은 탓에 이주비 대출 받을 수 없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전세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아도 2년이 채 안 되는 계약기간 때문에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 보증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강남권 대형 아파트에서는 이 같은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다주택자인 경우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는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켰고 안전진단 기준 등도 강화했다. 그에 이어 재건축 조합의 이주시기 조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재건축사업의 첫 단추부터 세금, 그리고 마지막 단계까지 틀어막아 재건축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을 통해 겉으로는 주택 수급(수요와 공급) 상황을 고려한다지만 실제로는 재건축시장 열기를 식히려는 의도가 짙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는 미성ㆍ크로바는 오는 7월 이후, 신천진주는 10월 이후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성ㆍ크로바 재건축 단지. <사진=아유경제 DB>
▲ 신천진주 재건축 단지. <사진=아유경제 DB>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