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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재건축 규제… ‘안전진단 강화’로 방점 찍나?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으로 재건축시장이 한 차례 곤욕을 치룬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안전진단 강화’라는 규제 카드를 꺼내 재건축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정부가 지난달(2월)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이 이달 5일 시행에 들어가 재건축시장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연이은 규제 강화에 반발하며 행정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보는 논란이 일고 있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구조안정성 비중↑… 재건축 추진 사실상 어려워
해당 조합들 “형평성에 어긋난 조치… 행정 소송 불사할 것”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으로 도시정비시장이 한 차례 곤욕을 치룬 가운데,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가 또다시 ‘안전진단 강화’라는 규제 카드를 꺼냄에 따라 시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에 따르면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에 있어 20%까지 떨어진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로 높이고, 2015년 층간소음만으로도 재건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인 주거환경 가중치는 40%에서 15%로 낮췄다.

붕괴 우려 등 구조적 결함이 없어 재건축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그동안 90% 이상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며 사실상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30년 이상 된 아파트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이 허용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이제까지 정부의 규제 중 가장 치명적인 조치로 재건축 불허 선언이나 진배없다고 보고 있다. 이전에도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집값이 급등하던 부동산시장을 잡고 시세 차익을 노리고 행해지는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이번 정부의 규제는 더 강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건축 단지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후화된 시설로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고 생활불편 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마저도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일삼익그린2차와 고덕현대 등을 비롯한 강동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최근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은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야기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사실상 행정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예비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단지인 만큼 변경되는 안전진단 기준의 소급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평성 문제 역시 거론됐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황희 서울 양천갑 국회의원과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토부가 부동산 투기근절이라는 고심 끝에 내린 강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을 하면서도 재건축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정작 중요한 가치가 실종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기사 2면>

업계 “주차기준 완화 실효성 의문 낮은 점수 획득 어렵다”
안전진단 통과 걱정에 용역 업체 선정 취소 잇따라… 재건축 거품 걷어내는 효과 ‘기대’

이와 더불어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에는 주거환경 분야를 구성하는 세부 평가항목 중 소방활동의 용이성과 가구당 주차대수의 가중치가 각각 17.5%에서 25% 및 20%에서 25%로 상향 조정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주차공간 부족문제를 고려해 가구당 주차대수의 최하 등급기준인 현행 규정의 40% 미만이 60% 미만으로 확대된다. 이는 이중 주차 등으로 인한 ▲소방 활동의 어려움 ▲주차장 부족에 따른 생활불편 ▲일정기간 새로운 기준 적용유예 요구 등에 의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주차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하거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단지의 경우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차ㆍ소방 용이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구조안전성’ 등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머지 항목에서 각각 낮은 점수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건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발표를 보면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 이하여야 해당 항목에서 최하점수가 가능해 대부분의 아파트가 최하점을 받기 쉽지 않다. 실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주차대수가 0.6~0.7대로 집계됐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협소할 때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는 했지만, 대부분 단지의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를 넘어선다”며 “1가구당 2차량 보유자가 많아 낮은 점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여파로 조합들의 용역 업체 선정 취소 역시 잇따르고 있다. 이달 6일 조달청 나라장터와 각 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이틀 간 서울 내 재건축 단지 5곳이 안전진단 용역 취소공고를 냈다.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용역비용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당초 이날 용역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려 했지만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시행과 함께 안전진단 용역 취소 공고를 내걸고 다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강동구 성내동 현대ㆍ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 등이 안전진단 용역 취소공고를 내고 실시여부를 재검토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이 같은 우려와는 반대로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시장의 만연한 투기 수요를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앞으로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만 채우면 재건축이 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이 해소되고 초기 단계 재건축은 실망감에 거품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유관 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일반아파트의 가격 상승률(0.45%)이 재건축(0.15%)을 앞질렀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심 재개발과 뉴타운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늘겠으나 단기급등으로 반사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 “무작정 규제 아니다… 단지 상황에 따라 재건축 가능”

이처럼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대책에 대한 여러 시각과 현상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결국 단지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재건축 기준이 필요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각 환경에 맞춰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기준이 필요하다. 급하게 조정방안을 내놓은 것도 충분히 갈등의 소지가 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수가 피해를 보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소수의 투기세력으로 다수 서민의 안전과 주거환경권,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구조안전성 비중을 확대함에 따라, 구조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재건축사업 추진이 더 용이하게 개선돼 무너질 정도의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노후화 및 부식 등으로 구조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재건축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준강화로 사실상 재건축사업이 어려워져 재건축시장이 위축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이번 안전진단 강화로 모든 재건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고, 재건축이 꼭 필요한 단지는 개선되는 기준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내진설계 미반영 아파트로서 구조적 결함 또는 기능적 결함이 있는 경우 구조안전성 평가만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며 “시설물안전법상 안전진단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을 생략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빠르게 적용되면서 재건축 단지의 소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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