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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형 건축, 재건축 대안될 수 있을까?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런던이나 파리 등 서양 주요 도시 주택가에 흔히 볼 수있는 울타리 없이 좁은 폭으로 늘어선 연도형 타운하우스가 국내에도 들어설 수 있게 돼 재건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2월 9일부터 자율주택정비사업이 시행되면서 이를 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특례법)」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사업으로 구분하고 시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정부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 도입된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최소 2명 이상의 집주인이 동의하여 주민합의체를 구성하면 단독ㆍ다세대주택을 자율적으로 개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노후ㆍ불량건축물의 개수가 해당 사업시행구역의 전체 건축물 수의 2/3 이상이면서 기존주택이 단독주택인 경우는 10호 미만, 다세대주택인 경우는 20가구 미만인 지역에서 할 수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달리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주민 스스로 합의체를 구성하여 사업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원주민 재정착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정비업계에선 이 제도가 노후 저층 주거지 재생의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맞벽 재건축을 더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맞벽건축은 도시 미관 등을 위해 둘 이상의 건축물 벽을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로 지은 경우를 뜻한다.

그동안 맞벽건축은 2014년 10월 도입된 건축협정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이 경우 건물들이 접한 대지가 도로를 끼고 있으면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로 사적도로를 내야 이용할 수 있고, 건축법상 건물을 세울 수 없다)도 건축이 가능하고, 연접한 대지는 상호 일조권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2필지의 토지와 건축물 소유자들이 서로 합의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을 띄울 필요가 없고, 용적률ㆍ건폐율을 통합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공간활용이 최대화되고 사업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대 2필지까지만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게 단점이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이 단점을 크게 개선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앞으론 최대 9필지까지 길게 연결하는 유럽형 타운하우스로 재건축도 가능해진다”며 “저층 주거지 재생의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위한 기금 융자상품이나 보증상품 등 별도의 정책금융이 없었고, 민간금융도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따로 상품을 운영하지 않았다. 미분양 리스크가 높고, 작은 사업규모로 인하여 우량 시공자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에 시공자의 신용을 활용한 자금 조달도 곤란한 게 현실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주요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 건설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한다. 건폐율, 건축물 높이 등 건축기준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총 사업비의 50%까지 연 1.5%의 저금리 융자를 정부가 지원하되 공적임대주택을 연면적의 20% 이상 공급하면 융자 한도를 70%까지 확대해 준다.

또 역량 있는 중소 시공사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서 발급 기준도 개선한다. 예전에는 BB+ 등급 이상만 대출 보증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자율주택의 경우엔 CC, 가로주택은 CCC+ 등급의 중소시공자도 대출 보증서를 받을 수 있다.

미분양리스크도 공급된 주택의 일반분양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리 매입해 줄여 주기로 했다. 확보된 주택은 저소득층이나 청년 등을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가로주택은 물량의 최대 30%까지, 자율주택은 최대 100%까지 매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임차인의 주거 내몰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준비됐다. 건설기간 동안 임차인의 이주를 주택도시기금 융자 등을 통해 지원하고, 건설이 완료되면 기존 임차인이 LH가 선매입해 지은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수목건축은 자율주택정비사업 국내 1호 브랜드인 ‘옐로우 트레인(Yellow Train)’을 론칭했다. 

LH는 이달 말쯤 주민과 지자체의 사업수요를 파악해 서울, 인천,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7개 지구를 가로주택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한다. 사업 특성상 주민 동의 여부 등이 전면에 부각될 수 있어 광역시 단위만 공개하기로 했다. 이 밖에 최근 와이엠종합건설이 서초구 방배동 한국상록연립주택 가로주택정비사업권을 수주했고, 한국토지신탁이 서울 영등포2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대행할 신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총 3곳(고양행신, 한신양재, 등촌삼안)의 가로주택정비사업지를 따낸 신동아건설은 올해에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반면 정부는 최근 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제한경쟁 입찰 방식이었던 재개발ㆍ재건축 용역업체 선정 방식은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조달시스템 적용이 의무화된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조합장이 용역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등 비리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시공자는 일반경쟁입찰로 선정되지만 다수 용역업체는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을 통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조치를 취한 셈이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는 용역업체 계약체결 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계약은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일반경쟁입찰 원칙이 도입되면 사업의 투명성이 한층 강화된다. 시공자와 정비업체는 물론이고 감정평가사 등을 선정하는 모든 과정에 입찰 경쟁을 도입해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고, 입찰 절차도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서 진행해야 한다.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의무화됐다. 이전에는 시ㆍ군ㆍ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필요에 따라 한국감정원 등에 타당성 검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지만, 앞으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의무적으로 타당성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타당성 검증 대상이 되는 재건축 단지는 ▲관리처분계획서상 정비사업 추정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포함)가 사업시행계획서상 기재된 액수보다 10% 증가한 단지 ▲관리처분계획 시 책정한 조합원 분담 규모가 조합원 대상 분양공고 시점 대비 20% 이상 증가한 단지 ▲조합원 20% 이상이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당일부터 15일 이내에 검증을 요청한 단지 ▲시장ㆍ구청장ㆍ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등이다. 

타당성 검증을 할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두 배 정도 늘어난다. 지자체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일 30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외부에 타당성 검증을 맡길 경우 결정기한이 접수 후 60일로 길어진다. 

게다가 안전진단 기준도 강화돼 재건축 단지는 유럽형 건축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이 유럽형 건축을 돌파구로 삼을 것이라면 위 같은 점들을 고려해 시행해야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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