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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앞에 선 부동산시장… 내달 ‘후분양제 로드맵’ 공개
▲ 숫자로 본 분양제.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선분양제는 지난 40여 년간 시장 우위를 점하며 자리를 굳혀왔다. 적잖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분양이 뻗은 가지들은 이미 부동산시장 전반에 얽혀있다. 때문에 이를 바꾼다는 건 담는 그릇 자체를 교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줄줄이 다른 정책까지 손봐야 함을 의미한다.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이에 본보는 내달 모습을 드러낼 공공ㆍ민영주택 후분양 로드맵에 앞서 후분양제가 공공에 이어 민영주택으로 확대될 경우 주택 공급자는 물론 수요자들에게도 미칠 영향이 어떻게 될지 전망해봤다.

보유세와 함께 중반기 큰 변수
업계 “개정해야 즉각ㆍ전면 시행 가능”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5월 중 후분양제 로드맵이 담긴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안을 확정ㆍ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거종합계획은 10년마다 중장기 수급 전망과 주택시장 여건을 고려한 주택 공급 정책의 청사진이다. 계획이 수립된 2013년 이후 5년간 변화된 주택시장 환경과 대ㆍ내외 경제여건, 인구ㆍ가구 구조 등을 고려ㆍ반영한 수정안에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후분양제의 큰 윤곽은 이미 나왔다. 지난해 10월 김현미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민간주택 부문은 가산점 부여 등의 방식으로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여기서 가산점은 후분양제에 나서는 민간 기업에 LH와 각 개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입찰에 우선권을 제공하거나 주택도시기금 대출 이자와 한도, 분양보증 등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은 주택 분양 방식을 직접 규정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사업주체가 자율적으로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공공ㆍ재벌 건설사에 후분양을 강제하고 중소 규모 건설사는 선분양을 지속하되 사전예약제를 제안했다. 아울러 같은 당 윤영일 의원도 모든 아파트에 후분양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발의했다.

이러한 법 개정은 시장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 의원은 “2017년 전국에서 분양된 약 30만 가구 중 LH 공공분양 공급물량은 1만 가구에 불과했다”면서 “민간 아파트를 포함한 후분양제 전면 도입 없이는 정책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후분양제 로드맵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먼저 시도했었다. 2007년 분양허용 공정률 40%부터 시작해 2년마다 20%포인트씩 올려 2012년까지 전면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주택 공급량이 급감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8년 2월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 공공택지 후분양 우선공급으로 뚜껑을 열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거세게 반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치면서 택지를 공급받은 건설업체 다수가 계약을 해지했다. 남은 4개 건설사도 후분양과는 거리가 먼 공정률 10% 수준에서 입주자를 모집했다.

각종 부실공사로 후분양제 논의 부상

후분양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데에는 지난해 불거진 대단지 아파트 부실 사태의 영향이 컸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들은 지난해 3월 입주 후 6개월 동안 8만8000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입주민들은 직접 모은 부실공사 실태를 보이며 화성시와 경기도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사 결과 이곳은 공사기간이 도내 전체 아파트 평균보다 6개월가량 짧았고,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공자가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허위로 신고하며 분양가를 부풀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부실공사, 사업비 부풀리기 등이 선분양제의 폐해로 지목되면서 후분양제 논의에 힘을 실은 것이다.

또 실물을 보일 수 없는 건설사는 아파트 브랜드의 가치를 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해당 아파트 한 주민은 “건설사들이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을 많이 펼쳤다는 광고를 보고 좋은 이미지를 가졌고 (입주)결정도 했는데 이런 부실 공사를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박해천 교수(동양대학교 교양학부)는 저서 《아파트 게임》에서 “아파트 브랜드는 ‘신용’을 금전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며 “건설업계는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광휘를 선사하고, 구매자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뒤 그 광휘를 미래의 자산 가치에 대한 보증으로 착각하고 상품 대금 일부를 미리 지급한 것”으로 설명했다.

선분양제 ‘개혁’ㆍ‘교체’는 시대적 요구
반대 목소리 반영된 로드맵 나올까

지금의 선분양제는 지난 1977년 도입됐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로 주택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집을 지을 건설사와 자본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정부는 특별한 재정 투자가 필요 없는 선분양제를 끌어왔다. 덕분에 건설사들은 비교적 적은 금융 부담을 지고 단기간에 대량의 주택을 공급했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비용을 여러 번 나눠 낼 수 있는데다 진행단계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덤으로 얻었다. 결국 선분양제는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그 시대 요구한 역할을 수행했고 지금껏 생명력을 유지했다.

이제 선분양제는 현재 부동산시장에 나타난 문제점 대부분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양산하며 부동산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고, 가계의 금융대출 증가를 부추겨 전체 가계대출 부실 규모를 키웠다. 나아가 전국민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정동영 의원실이 지난해 국토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분양권 거래량은 약 29만 건으로 거래규모는 100조 원에 육박했다.

그에 비해 후분양제는 만들어진 집을 사기 때문에 분양권 전매를 없앨 수 있고 입주 시점에 집값이 떨어지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시세차익을 바라는 가수요가 줄면서 실거주자를 위한 부동산시장을 기대할 수 있다.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도 전면적인 거부라기보다는 기존 제도의 개선이나 시장 충격을 완화할 정도의 점진적 변화 등을 주장하는 편이다.

지난 7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후분양제 역시 단점이 있어 급격한 전환은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며 “사업가격이 올라가 소비자 분양 가격이 상승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보고서를 냈다(주택금융리서치 2018년 1월호). 보고서는 선분양제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건설사의 금융권 PF대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 ▲사업비 상승 ▲사업성 저하 ▲주택공급 위축 ▲분양가 상승 등의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를 작성한 이갑섭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부장은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주택보급률이 올라가며 주택의 대량공급보다는 소비자의 권익향상이 더욱 중시되는 사회적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단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후분양제 도입을 두고 건설ㆍ경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일부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부실시공 방지, 주택 투기수요 감소를 위해 후분양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후분양 논란에 대해 원인ㆍ해법을 올바르게 찾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3월) 27일 한국주택건설협회가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심광일 회장은 “후분양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경우 금융비용 부담 위험이 높아져 중소업체는 분양사업을 추진할 동력 자체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 공급 물량 감소 및 수급 불균형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등이 야기돼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서순탁 교수(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부)는 “2014년 LH가 후분양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5개 단지 5213가구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후분양제를 시행해도 분양가 상승분은 0.57%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용역보고서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주택공급자의 사업비 대출 이자부담이 커져 분양가격이 3~7.8%까지 상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며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 11일 김대철 한국주택협회장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택 후분양제와 관련해 “언젠가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양쪽 다 장단점이 있는데, 후분양이 무조건 좋은 것인지 생각봐야 한다”며 “후분양을 하면 오히려 우량ㆍ비우량 회사 간 자금 조달 능력에 차이가 있어 중견 업체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며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자동차는 서울에서 파나 부산에서 파나 제품이 똑같지만 주택은 지역적 편차가 있고 같은 규모로 지어도 다를 수 있다”며 “후분양 도입도 시장 흐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회장은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은 시점에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 보유세 인상 논의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시장이 경착륙하지 않도록 꾸준히 정부와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후분양제 논의는 차치하고 정부는 공공ㆍ민영주택에 대한 후분양 로드맵을 내달 공개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이에 앞서 이달 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후분양 의무화와 관련한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란 소식도 들려온다. 따라서 빠르면 당장 이달부터 후분양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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