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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든 게 가능한 마법 주문 “삼성이니까…”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 대해 분식회계가 맞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금융위원회는 ‘회계문제’에 국한된다고 선을 긋는 다소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분식이냐 아니냐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유망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자기업도 상장시키는 건 우리 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 홍콩에서도 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는 나스닥 상장요건 갖추고 있던 걸 우리가 잡았는데 상장규정 고친 것은 문제 삼을 여지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자칫 다른 의혹으로 확산될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벌써 적잖은 언론과 정치인, 시민단체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꺼내들었다.

2015년 한국거래소와 금융위는 “기업 규모에 따라 상장시장을 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코스닥시장의 대형 우량기업 유치노력을 강화하는 등 시장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특히 혁신형 기술기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상장유치를 통해 ‘첨단 기술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코스피시장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워 상장요건을 변경했다. 변경 골자는 적자를 내는 기업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요건 완화였다.

지금도 당시에도 코스닥시장에는 기술특례상장제가 존재한다. 보유 기술이 유망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재무제표 상 적자가 나타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앞서 한국거래소와 금융위가 상장요건을 완화하며 제시한 목표와 겹친다. 2005년 도입된 이래로 30여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는데 이들 대부분은 업종 특성상 사업 초기 고비용·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해 재무적 성과가 좋지 않아도 기술개발에 성공하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오 기업들이었다.

지난해 2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거래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유치하기 위해 금융위에 건의했다”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나스닥 등에 상장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국내시장 활성화 취지로 국내 상장을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ㆍ현직 금융위원장이 한 목소리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걸 국내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 상장규정을 개정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나스닥이 같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두 회사가 1.8조 원 규모의 거래를 다르게 반영하는 것을 용인하기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를 합작한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 지분율 9%에 불과하나 49%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가졌다. 이 콜옵션 가치를 바이오젠은 0(zero)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8조 원으로 달리 봤다.

또한 코스닥으로 상장될 수 있는 기업에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은 상장 후 기업의 평가액을 높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 우려가 있다. 즉, 유가증권시장에 ‘시총+자본’을 신설한 것은 당초 설정한 목표와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고 해당 기업에게는 특혜가 될 수 있는 규정 개정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2017년 2월까지 해당 요건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사후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 제일모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합병비율을 정당화하는 핵심논리는 제일모직이 46%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였다. 합병시점에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가액은 34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 비상장주식이 10배, 20배 이상으로 평가돼야 합병비율이 일부나마 설명될 수 있다.

비상장주식의 과대평가는 회계업계의 고질병으로 금융감독원이 2017년 테마 감리의 첫 번째 항목으로 선정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신이 발표한 감리원칙에 맞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 그와 관련된 일련의 회계처리에 대한 특별감리를 실시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도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는 불가피하다. 또한 상장규정 개정과 부실한 상장심사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 “삼성이니까”라는 한 마디 주문으로 모두 가능하게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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