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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기획] 건설업 면허 요구에 ‘브로커’ 기승… 혼란에 빠진 분양시장
▲ 정부가 그동안 관행으로 이어져온 건설업 미등록 분양대행업체들에 칼을 빼들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정부가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의 분양대행 업무를 금지하면서 5월 성수기를 맞은 분양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위기에 처한 분양대행업체의 처지를 이용해 건설업 면허를 중개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해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 “아무 면허 없는 업체에 중요 업무 맡길 수 없다”
5월 성수기, 발등에 ‘불’ 떨어진 분양시장

지난달(4월) 26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의 분양대행 업무 금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건설업 등록 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반할 시 최대 6개월 등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통보했다.

분양대행사는 아파트 건설을 기획하는 시행자와 건물을 짓는 시공자의 위탁을 받아 시장조사ㆍ분석, 본보기 집 현장 상담, 전화 상담, 모집 공고, 언론 홍보 및 광고 등 청약 절차의 대부분을 진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10여 년간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중소 규모 분양대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지금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활동해 왔다. 분양대행업 시장은 약 1조 원 단위로 성장했으며 관련 인력만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최근 강남에서 분양한 사업지에서 청약 적격 여부를 따질 때 시공자가 분양대행사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촉발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등록 분양대행사가 임의로 당첨자를 변경하거나 상담을 부실하게 해 관련 민원이 늘어났으며,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고 있거나 임의로 폐기한 경우가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주택공급규칙」 제50조제4항을 근거로 한다. 이에 따르면 주택공급신청자가 제출한 서류의 확인 등의 업무는 건설업자가 대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명시된 건설업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한 자로 규정돼 있다. 이는 2007년 8월부터 적용된 규정이다.

이에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 일부 분양 물량은 본보기 집 개관 일정 연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 방침을 따르기 위해 자체 인력을 동원해 계약 업무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견사들은 면허를 취득한 분양대행사가 등장할 때까지 사업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분양대행사 중 관련 면허를 보유한 곳은 신영과 MDM 등으로 알려졌으며, 월 1~2건 이상의 분양대행 업무를 하는 대부분의 분양대행사는 건설업 등록사업자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면허를 직접 따려면 「건설산업기본관리법」에 따라 건축공사업 혹은 토목건축공사업 등으로 등록해야 한다. 건축공사업의 경우 자본금 5억 원을 마련하고 건축분야 기술자 5명을 채용해야 하며, 토목건축공사업의 경우는 자본금 12억 원에 건축분야 기술자를 11명 넘게 채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당장 건설업 등록에 나선다 해도 승인까지는 일반적으로 20일 정도 걸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대행사 잡기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건설기술자들의 인건비 등이 분양대행 비용에 포함될 것이고, 이는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결국 분양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 3일 ‘분양업무 대행금지 관련 추가 안내’ 공문을 통해 “주택청약신청 서류의 접수 및 분양상담, 입주자격관련 심사 및 상담, 주택공급 신청 서류의 보관 및 관리업무를 하려면 건설업 등록 사업자여야 한다”면서 “이 업무를 제외한 단순 분양광고 및 마케팅 업무 등은 별도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청약 자격을 확인하고 청약가점을 계산해 당첨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업무를 아무런 면허도 없는 분양대행업체에 맡길 수는 없다”며 “청약과 관련된 부분은 사업주체인 건설사가 책임지거나 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가 대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청약과 상관없는 마케팅 및 홍보 등 단순 업무는 기존 업체에 맡겨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 면허 중개 브로커 등장… 가격 3억 원까지 호가
업계 “건설업 면허 강요는 전형적인 탁상행정”

정부의 발표 이후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직접 건설기술자를 채용하지 않고 명의만 빌리거나 건설사와 실질적인 계약 업무를 하지 않은 채 중간 수수료만 받는 계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분양승인권자인 시ㆍ군ㆍ구청은 분양 업무가 합법적으로 이뤄지는지 감독할 책임이 있지만 현실적인 감독은 이뤄지기 어려우며, 분양대행업은 법적으로 정해진 업종이 아니므로 신고 의무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당장 일이 끊기게 생긴 분양대행사의 처지를 이용해 건설업 면허를 중개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한 것이다. 면허 가격은 공사실적에 따라 적게는 8000만 원에서 많게는 3억 원까지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건설기술자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최근 건설기술자를 고용해 건설업 면허 등록을 마친 한 분양대행사는 해당 기술자의 중복 취업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허가 관청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정부의 조치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양대행사 업무와 상관없는 건설업 면허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규제이며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 건설사가 청약업무를 맡아서 관리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며 “전산시스템 개발 등 시스템 개편은 외면한 채 민간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주택법」에 분양대행업의 용어를 정의하고 하위 법령에서 분양대행 회사의 자격 요건을 규정해 분양대행업에 걸맞은 요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분양대행사의 건설업 면허 취득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연합뉴스는 <분양대행업 제도개선 착수… 분양대행업종 신설도 검토>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음성적으로 운영돼 온 분양대행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행업을 정식 부동산 산업직종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날 참고ㆍ해명자료를 내고 분양대행업 신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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