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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도미노’ 현상 일으키나?
▲ 재건축 이주비 대출 규제 강화ㆍ이주지연ㆍ사업진행 속도 저하로 인한 사업비 증가 등 그야말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서울시가 ‘이주시기 조정권(관리처분인가 시기 조정 권한)’ 카드를 통해 재건축시장을 압박하자 이에 따른 여파가 심상치 않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강남권 재건 축 조합들은 이주시기 조정 정책에 큰 반발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본보는 이주시기 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이주시기 조정으로 인해 ‘사업 지연’ 불가피
관리처분인가 시기 지연→사업비 증가→조합원 부담 가중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들을 상대로 이주시기를 조정하자 해당 조합들은 재건축시장 열기를 식히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재건축 부담금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이주시기 조정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시는 동시에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 여부가 결정 나지 않으면 내년 이주시기를 놓고 재심의를 언급해 자칫 장기적인 사업 지연 가능성으로 이어질까 우려되고 있다. 사업 지연 초래가 불가피해진 조합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2월과 3월 2번에 걸쳐 개최한 주거정책심의 끝에 ▲방배13구역(9월) ▲한신4지구(12월) ▲신반포3차ㆍ경남(7월) ▲송파구 잠실 미성타운맨션ㆍ크로바아파트(7월)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10월)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12월) 등 총 7개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와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의 경우 올해 12월로 인가시기가 조정됨에 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득하지 못할 경우 시는 이주시기를 재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관리처분인가 검토는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대규모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와 한신4지구 두 구역(12월)이 단 1개월 만에 서초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시가 이주시기 조정을 관리처분인가 신청 시점부터 최장 1년까지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고의로 인가시점을 12월로 정해 올해 안으로 인가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란 의혹이다.

특히,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은 관리처분인가 신청 당시 이주계획을 내년 1월 이후로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이주시기 조정을 통해 올해 12월 이후로 관리처분인가 및 이주시기를 앞당긴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주 계획을 내년으로 잡고 있는 한신4지구까지 인가 시점을 굳이 올해 12월로 정해놓고 만약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하면 재심의를 하도록 한 것은 이주시기를 더욱 늦추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관리처분인가를 최대 2년 이상 지연시킬 것을 예고하고 있어 그럴 경우 조합은 사업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도 이주시기 조정을 통해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올해 10월 이후로 조정했지만, 역시나 올해 안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하면 재심의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관리처분인가 신청 당시 조합원들의 반대 등의 문제로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결국 조합은 시공자 도급계약서가 없는 상태로 송파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관리처분인가를 얻을 수 있을지 업계에서도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다. 구청이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관리처분인가를 올해 안으로 결정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이주시기 심의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장기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진주아파트는 시공자 도급계약서를 갖추지 못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처분인가를 득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송파구청이 이로 인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반려할 경우 조합원들은 가구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재건축 부담금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구청에서도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당국의 정책 하나하나가 얼마나 재건축사업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관리처분인가는 구청의 고유 권한이지만 당국이 인가시기를 늦추면 인가 이후 단계인 조합원 이주→철거→분양 일정 공고ㆍ착공 등 전체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인가가 늦어지면 사업비는 물론 각종 비용의 증가가 당연해진다.

특히 재건축사업은 시공자를 선정할 때 착공기준일을 기준으로 확정공사비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실제 착공시기가 착공기준일을 넘어가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공사비가 인상되며 이때 금리 인상 등 상황에 따라 금융비용 증가도 계산해야 한다. 해당 재건축 단지 조합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주는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는 시기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에 이주시기가 크게 늦어질 경우 한 달에 수억 원씩 조합이 막대한 금융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라며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작정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 조정에 나서 선의의 조합원들의 피해만 양산하는 졸속행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관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주시기 조정과 그에 따른 조합 비용 보전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으로 시의 조정 때문에 조합이 사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함께 제시하는 등 조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주물량 증가’에 이주시기 조정 맞물려
전문가들 “현 상황 지속 시, 역전세난 현상 발생할 것”

여기에 입주 시기 조정 등으로 인한 역전세난 현상 조짐까지 짙어져 우려를 사고 있다.

전세난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전세로 나온 매물보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의 수가 많아 전세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인 반면, 역전세난은 말 그대로 전세난이 거꾸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파트ㆍ오피스텔 등의 공급이 인근 지역에서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수요자보다 공급세대수가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세 매물을 시장에 내놔도 수요자가 없어 기존에 전세보증금보다 하락해 집주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과 전세 물량 증가로 전세가격이 수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집주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실제 평균 전세 가격이 7억8000만~8억 원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7억5000만 원대까지 내려갔지만, 계약을 원하는 전세수요를 구하기 힘들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최고 9억2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같은 크기 다른 층수의 아파트도 이 기간 8억4000만 원~8억9000만 원에 전세 세입자가 바뀌었다.

인근에 위치한 리센츠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한때 전셋값이 9억7000만 원이었던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근 7억5000만 원까지 내려갔지만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이사철이 지나 수요가 뜸해진 상태에서 입주물량 폭탄을 앞두고 있고 전세 값이 조정되는 분위기라는데 중지를 모은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사철이 지났고 입주물량이 넘쳐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주변에 전셋값이 크게 하락한 재건축 아파트와 인근 수도권에도 저렴한 전셋집이 있고, 올 하반기 입주를 시작하는 헬리오시티로 전세를 옮기려는 세입자도 꽤 많은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 올해 7~8월까지 간다면 역전세난 우려가 현실화 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냈다.

여기에 이주시기 조정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전세보증금 상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계획대로 올해 초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전세계약 만료시점에 맞춰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상환하려고 했지만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지지 않아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철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새 구입자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 보증금 마련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주시기가 수년이상 남았다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이주시기 조정대상 조합원들은 이주시기가 수개월 지연됐다는 점에서 한시적으로 거주할 세입자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이주비 대출 조건’ 까다로워져
조합원 등 실수요자까지 피해 전가 ‘우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 기조로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 이주비 대출마저 까다로워졌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이 추가 대출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ㆍ재건축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과거에는 조합을 통한 집단대출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강남권 재건축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사업비 규모를 줄이려는 조합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개인이 담보대출 형태로 빌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 60%(기본 이주비 30%, 추가 이주비 30%)를 적용받았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 8ㆍ2 대책 이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대출 한도가 40%로 크게 줄었다. 특히 강남 4구 등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한 건이라도 받았다면 추가 대출이 불가하다. 대출한 이주비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거나 이주를 할 계획이었던 조합원들은 현 상황을 난감해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조합원 대부분이 강남 입성을 위해 대출을 왕창 끼고 들어온 서민들로 세입자와의 계약기간이 곧 끝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현재의 대출 한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경제적 여력이 없는 노인 분들의 경우 이주비 대출이 줄면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든데 정부의 일률적인 정책으로 투기와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이주비 대출 규제 강화ㆍ이주 지연ㆍ사업 속도 저하로 인한 사업비 증가 등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 전반적인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주비 갈등으로 이주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뿐만 아니라 재개발ㆍ재건축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예정된 시기에 공급돼야 할 주택물량이 공급되지 않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전반의 주택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 역시 “최근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거부나 대출금액 감액, 금리 인상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정비사업장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주택사업자 뿐만 아니라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조합원 등 실수요자까지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 기조로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 이주비 대출마저 까다로워졌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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