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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억하라, 원안위 표변 2018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라돈 침대’ 사태는 우리들이 광고나 홍보 문구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음이온, 원적외선 등 기능성이라는 미명에 가려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는 모나자이트, 토르마린 같은 물질이 이토록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왔을 줄이야 하면서 저마다 매트리스, 목걸이, 정수기 등을 꺼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음이온 특허 제품 찾는 법, 꼬리표(tag)로는 부족한 상세정보 찾는 법 등 다양한 정보가 게시됐다.

아직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사람도 수두룩하다. 당국이 라돈 측정 결과 등을 발표한 제품이 많지 않은 탓이다. 아직 대진침대 제품조차 전수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현재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대진침대 21개 모델을 사용하는 가정에 우선적으로 측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측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 전부터 정부는 실내라돈 무료측정ㆍ컨설팅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신청은 이미 초과접수됐다. 때문에 환경공단 홈페이지에는 내년부터 라돈 측정을 지원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환경부는 대진침대 제품 사용자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해명도 했다. 하지만 대진침대 이외 제품에 대한 조사가 신속히 추진되지 않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 시점에서 해당 사용자는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라돈측정기를 직접 구입할 수도 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다. 현재 국산 ‘라돈아이’와 ‘라돈아이플러스’ 제품의 가격은 20만~30만 원대이다. 나머지 해외 제품은 2~3배에 달한다. 하루면 집안 제품을 모두 측정할 수 있을 텐데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면 부담되는 가격이다. 이마저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매를 위해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까지 기다려야 하고, 대여업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한 지자체에서 라돈 측정기를 무료로 대여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해마다 노인요양시설, 어린이집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라돈 측정을 해온 지자체에서 일반 주민에게도 신청을 받아 라돈 측정기를 대여하려 했다. 하지만 시 선관위가 ‘기부행위’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기존처럼 다중이용시설만 점검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올해 추진 가능 범위를 넘었기 때문에 내년 사업에 신청하라는 환경부. 지자체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보유 중인 장비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품ㆍ향응 제공으로 간주한 선관위. 두 사례는 언뜻 긴급하고 마땅한 필요에도 불구하고 법ㆍ규정만 들이대는 관료주의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ㆍ지자체는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게 마땅하다. 물론 상상력도 융통성도 부족한 대응으로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다. 더 확인된 사실이 없어 결론짓기 어렵지만 함께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문제는 규칙을 지키지 않고 역할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이번 라돈 사태 역시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벌어졌다. 라돈이 검출되는 파우더를 납품한 업체, 그걸 매트리스에 넣은 대진침대가 자기 책임을 방기했다.

특히 사후에라도 안전성을 검증하고 알려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뒤바뀐 결과를 발표해 논란과 불안을 가중시켰다. 강정민 위원장은 지금까지 그 어떤 사과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에 중대한 사고가 날 경우 원안위가 적절히 대응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더 이상의 무반응은 원자력 업계가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실제보다 축소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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