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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 시 ‘선분양 제한’… ‘어쩌다 후분양’?
▲ 벌점에 따른 선분양 제한 기준. <자료=국토교통부>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2011년부터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회에는 아파트의 부실 및 하자를 심사해달라는 신청이 1만7000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하자가 있다고 판정된 경우는 8500여 건에 이른다. 지난해만 4087건이 접수돼 2010년 69건에서 59배 증가했다. 이처럼 부실ㆍ하자 민원이 끊이질 않자 정부가 ‘선분양 제한’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부실공사를 한 주택건설업체는 착공 전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선분양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가 강화된다. 지난 5일 국토부는 부실업체 선분양 제한 강화와 감리비 사전 예치제도 도입을 위한 「주택법」 개정에 따라 세부 추진방안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업정지 대상 확대… ‘사유 3개→23개’
감리비 예치제 도입… 올해 9월부터 ‘적용’

향후 개정안이 반영되면 선분양 제한을 받게 되는 대상이 확대되고, 부실공사를 한 업체의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그동안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 선분양 제한은 「주택법」 상 영업정지를 받은 시행사인 사업 주체에게만 적용됐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에는 사업 주체뿐만 아니라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시공자를 포함시켰다. 한 아파트를 만든 시행사와 시공자가 다를 경우 부실공사가 적발되면 그동안은 시행사만 혼났으나 앞으로는 시공자도 벌을 받는 것이다. 보통 시행사는 모집공고부터 분양까지 사업 전반을 책임지며, 시공자는 실제 공사만 맡는다. 둘을 한 회사가 맡는 경우도 있다.

선분양 제한 기준에는 ‘영업정지’ 외에 「건설기술진흥법」 상 벌점을 받은 경우가 들어갔다. 적용 대상을 ‘「주택법」 상 영업정지’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영업정지’로 확대하고 ‘「건설기술진흥법」 상 누계 평균벌점이 1점 이상’인 업체부터 선분양 제한을 적용받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영업정지는 토목건축공사업 또는 건축공사업 지위에서 받은 처분으로 한정된다.

선분양 제한이 적용되는 영업정지 사유는 「주택법 시행령」 상 3개 사유에서 부실시공과 관련된 23개 사유(「주택법 시행령」 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포함)로 확대된다. 선분양 제한 수준은 영업정지 기간과 누계 평균벌점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선분양 관련 기준은 영업정지 기간과 상관없이 아파트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 완료 시점에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다는 내용만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소 ‘전체 동 지상 층 기준 각 층수 중 3분의 1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에서 최대 ‘사용검사 이후’까지로 세분화해 영업정지 기간이 길거나 누계 평균벌점이 높은 경우 선분양 제한 수준이 강화된다. 동일 업체가 선분양 제한이 적용되는 영업정지 처분을 반복해서 받았을 때에는 영업정지 기간을 합산해 선분양 제한 기준을 적용한다.

선분양 제한 적용은 영업정지의 경우 현행과 동일하게 영업정지 처분 종료 후 2년간, 벌점은 누계 평균벌점 산정 방식에 따라 벌점을 받은 이후부터 2년(6개월 마다 갱신) 동안 유효하게 적용된다. 주택 건설공사 기간이 2년 이상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착공신고를 신청하는 시점의 영업정지 여부와 벌점으로 선분양 제한 수준을 결정한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과 주택조합ㆍ리모델링조합 등이 추진하는 사업은 시공자와의 계약 시점이 기준이 된다.

이 같은 「주택법」 개정안은 올해 9월 14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경우부터 적용되며, 이전일 경우 소급적용하지 않는다.

또한, 감리비 사전 예치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세부 이행절차가 마련된다. 현행 주택 건설공사 감리제도에서 감리자는 사업 주체에게 공사감리비를 받는다. 때문에 감리자가 적극적이고 공정하게 공사를 관리ㆍ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주택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사업 주체는 공사감리비를 사업계획 승인권자에게 미리 예치해야 한다. 사업 주체가 계약 내용에 따라 공사감리비 지급 예정일 14일 전까지 사업계획 승인권자에게 공사감리비를 예치하고, 감리자가 7일 전까지 사업 계획 승인권자에게 공사감리비 지급을 요청하면, 사업계획 승인권자는 감리자 업무 수행실적을 확인한 후 공사감리비를 지급하는 식이다.

이와 같이 선분양이 제한되면 시행사ㆍ시공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입주예정자의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아 사업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선분양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지을 거란 게 정부의 예상이다.

업계 “과거 실제 제재 건수 적어 실효성 의문”
국토부 “무딘 칼날? 핀셋 규제!”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이번 개정으로 정부가 부실공사를 막겠다는 의지는 보였으나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그동안 부실공사로 실질적인 제재를 받은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주택법」 에 따라 영업정지를 당한 8052건 중 선분양 제한 대상이 되는 영업정지 건수는 8건, 0.0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해 영업정지를 당한 4만4617건 중 선분양 제한 대상이 되는 영업정지는 1120건으로 2.5%에 그쳤다.

2017년 기준 규제 대상은 ▲주택건설사업자 7555개 ▲건설산업기본법상 토목건축업자 3163개 ▲건축업자 6583개 등 총 1만7301개 업체다. 이 가운데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9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47개 업체는 곧바로 선분양 제한 대상이 된다. 47곳 중 31곳(65.9%)이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바뀌는 기준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인 ‘전체 동 지상층 기준 각 층수 중 3분의 1 층수 골조공사 완료 후’에 해당한다. 더구나 1개월 이하의 영업정지만 따질 경우, 지금은 아파트 층수를 ‘절반 이상’ 지어야 선분양이 가능하지만 개정 뒤에는 ‘3분의 1 이상’으로 기준 층수가 오히려 낮아진다. 제재 대상의 대부분인 약 70%가 가장 가벼운, 그나마도 기간이 짧아진 처벌을 받는 셈이다.

벌점제 역시 제재 수위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누계평균벌점 1점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선분양을 제한하며, 1점 미만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6~2017년 누계평균벌점이 1점 이상인 업체는 117개, 전체 1만7301개 업체의 0.67%에 불과하다.

반면 1점 미만은 ▲2014~2015년 289개(86%) ▲2015~2016년 316개(81.2%) ▲2016~2017년 347개(74.9%) 등 대다수 업체이다. 2017년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20위권에서 누계평균벌점 1점을 넘는 곳은 12위 부영주택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규제영향분석서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영업정지 1개월에 대해 가장 낮은 선분양 제한 수준을 설정한 것은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벌점도 위반의 정도가 영업정지까지는 아닌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대해 부과한다는 점을 고려해 누계평균벌점 1점 미만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누계평균벌점 1점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선분양 제한 수준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권호정 사무관은 “제재 범위, 제재 수준이 강화됨에 따라 일부 대상이 되는 업체의 반발은 있을 수 있으나, 주택건설사업자 및 건설업자(토목건축업자 및 건축업자) 전체로 봤을 때 제재 대상이 극히 일부분”이라며 “부실시공으로 입주자에게 피해를 입힌 소수의 업체를 제재하겠다는 게 주요 취지”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업계에 지나친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실시공 등이 적발된 일부 업체를 ‘핀셋 규제’로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또 영업정지 처분과 벌점, 반복된 경우까지를 모두 합산해 선분양 제한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제재 수위가 낮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기존에 영업정지 1개월 처분과 벌점 1~3점을 받았는데 영업정지 1개월이 추가될 경우, 공정률 100%가 적용돼 사실상 후분양만 가능하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ㆍ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정부가 공사감리비 사전 예치 제도를 도입한 건 환영하지만 당연한 조치”라면서 “선분양 제한도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전면적인 후분양제 실시가 (부실시공 근절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팀장은 “지방자치단체 등 사업계획 승인권자 차원에서 부실시공을 방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자 발생에 대한 보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실시공이 아닌 하자로 취급될 경우 처벌이 비교적 가볍기 때문이다.

현재 부실시공은 영업정지,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더해 「건설산업기본법」 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반면, 시공자 등이 하자보수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에 따라 최대 2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관급공사 입찰제한, 벌점 부여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없어 형사처분은 불가능하다.

동탄2신도시 B아파트 주민들은 “미리 부실시공을 원천차단 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크고 작은 하자가 발견된다”면서 “시공자에 하자보수를 요청해도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거나 무시하기 일쑤”라고 입을 모았다.

분양가 규제에 더해져 건설사 부담 ‘증가’
초과이익환수제 회피책으로 급부상… ‘후분양제’ 민간 도입 모색

시장에서는 이번 선분양 규제 강화 조치로 건설사가 받는 압박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본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에 막혀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선분양을 하려면 HUG의 분양보증이 필수적인데, HUG는 승인 조건으로 분양가를 낮추라고 요구한다.

실제로 GS건설이 고덕주공6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자이’의 경우, 지난 4월 중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이달로 연기됐다. 지난달(5월) 분양하려던 삼성물산의 서초우성1차 재건축(‘래미안서초우성1차’)도 이달로 일정이 미뤄졌다. 모두 HUG와 분양가 산정에 이견이 있어 조율이 길어진 탓이다.

같은 이유로 포스코건설이 짓는 ‘분당더샵파크리버’도 지난 5월에서 이달로 분양을 미뤘다. 북아현1-1구역 재개발(‘힐스테이트신촌’), 신정뉴타운 재개발(‘래미안목동아델리체’) 등도 마찬가지다.

‘나인원한남’은 아예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임대 후 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3일 ‘나인원한남’ 사업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에 따르면 HUG와 나인원 한남의 임대 후 분양을 위한 보증협의를 완료하고 보증서 발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디에스한남은 지난해 12월 분양가 3.3㎡당 6360만 원으로 분양보증을 신청했으나 HUG는 4750만 원을 넘겨서는 분양보증을 해줄 수 없다며 승인을 거부해왔다. 그간 건설ㆍ부동산 업계에서는 ‘나인원한남’이 분양가를 내려 일반분양을 강행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고, 디에스한남도 비슷한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재건축시장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에 따른 부담금을 회피할 방안으로 후분양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후분양을 택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이 필요 없어 분양가 규제에서 자유롭고, 분양가를 올려 일반분양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더구나 재건축사업은 건설사가 조합원 분담금으로 일부 자금을 충당할 수 있어 비교적 사업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대치쌍용2차 재건축사업 수주 경쟁에서 대우건설은 후분양을 제안했고,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에서 GS건설은 후분양으로 조합원의 시세 차익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두 곳 모두 시공권을 따내지는 못했으나,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특히, 대치쌍용2차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탈락한 대우건설의 후분양 공약을 수용한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선분양ㆍ분양가 제한 조치가 후분양을 민간에까지 확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업계는 주판을 굴리며 술렁이고 있다. 한 유관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려던 정부 의지와 달리 이러한 분위기가 후분양제의 민간 도입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업무정지 기간에 따른 선분양 제한 기준. <자료=국토교통부>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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