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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죽만 울린 ‘종부세 개편안’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5명 가운데 4명이 ‘보유세 인상’을 공약으로 채택하거나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대선주자 4명은 LTV(담보대출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점진적) 강화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라도 대권 주자 다수가 ‘분배를 통한 성장’,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보다 안정화’ 등이 지향점이자 정권교체를 바란 촛불민심의 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그 방향에서 크게 어긋남 없이 부동산 관련 세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달 6일 정부는 재정개혁특별위(이하 재정특위) 권고안을 토대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고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종부세를 추가로 거두는 게 뼈대다. 재정특위 권고안보다 일부 세부담을 더욱 강화했다. 시가 16억 원부터 23억 원까지(과표 6~12억 원)의 세율을 0.0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공시가격 합계가 약 13억 원 이상인 세 채 이상의 다주택자 일반 세율에서 0.3%포인트를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자산이 많은 사람이 세금도 더 많이 내야한다는 ‘공평과세’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재정특위 권고안에서 일부는 반려됐다. 금융소득 과세 기준을 연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자는 제안은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권고안을 따르면 금융소득의 지니계수는 세전 0.3028에서 세후 0.2981로 1.7% 개선되고 전체 소득의 지니계수는 0.3314에서 0.3145로 5.1% 개선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소득이 크고 작음을 비교한 수직적 조세형평성은 물론 금융소득자와 비금융소득 간 수평적 조세형평성도 높아져 전체적인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권고안이 공개된 다음 날 즉각 반대 뜻을 밝혔으며, 김 부총리는 “노령ㆍ연금자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우려, 납세자가 30만 명 이상 늘어나는 데 대한 납세협력비용 등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6월) 22일 재정특위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선화 한국지방세연구원 특례연구센터장은 “종부세를 내는 납세자는 (주택 소유자의) 3~4%에 국한된다. 취득세와 양도세, 재산세까지 병행해 고민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과세대상 비중이 크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오히려 이보다 낮게 추산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6년 주택 소유자 1331만 명 가운데 종부세 과세대상을 27만4000명, 전체 주택 소유자의 약 2%. 이번 개편방안으로 세율인상의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2만6000명으로 약 0.2%에 불과하다. 과세 대상의 증가로 조세저항 등이 우려된다는 김 부총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이 센터장은 “더 많이 가질수록 많이 세금을 부담하는 형태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독려하는 것과 정책적으로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올 초 재정특위 출범이 거듭 지연되자 한 시민단체는 정부의 ‘조세개혁 의지 부족’을 꼬집었다. 이번 개편안이 ‘미미한 세수효과’, ‘어긋난 조세 형평’ 등 여러 지적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앞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규 과세 편입대상의 평균 세 부담이 약 10만 원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은, 여권이 ‘노무현 정부 때 집값 폭등으로 정권을 뺏겼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조세저항을 과도하게 우려한다’는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정부가 분명한 먼저 방향을 제시했다면 두루뭉술한 특위안과 여기서마저 후퇴한 정부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갈수록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텐데 언제까지 미루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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