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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연이은 대출 규제에 도시정비사업 “숨이 ‘턱’”
▲ 정부의 계속되는 고강도 대출 규제 강화가 재개발ㆍ재건축 업계를 옥죄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계속되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해당 정책들이 유관 업계에 어떠한 여파를 미치는지 좀 더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전방위 고강도 규제에 업계 ‘초비상’
애꿎은 정비사업 영세 조합원들 ‘현금청산자로’ 전락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정부는 최우선으로 주택 공급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투기 억제ㆍ실수요자 보호ㆍ맞춤형 대책’이라는 3대 원칙을 내세우며 유관 업계를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세제ㆍ금융ㆍ공급을 아우르는 ‘주택시장 안정대책(9ㆍ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자연스레 대출 규제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비중이 증가한 상황과 투기 목적으로 임대사업자 대출, 전세대출 등이 악용되는 사례 등을 대표적인 부동산 과열 원흉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책 이후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을 소득기준에 따라 규제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 요건을 강화해 고소득ㆍ다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전세보증서 발급을 제한한다. 고소득 요건은 ▲신혼부부 8500만 원 ▲1자녀 가구 8000만 원 ▲2자녀 가구 9000만 원 ▲3자녀 가구(1억 원) 등이다.

설상가상으로 1주택자도 소득요건이 적용돼 도시정비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경우 이주를 위해서는 이주비가 필요하지만 대출 제한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구역의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과거에는 조합을 통한 집단대출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강남권 재건축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사업비 규모를 줄이려는 조합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개인이 담보대출 형태로 빌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 60%(기본 이주비 30%, 추가 이주비 30%)를 적용받았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 8ㆍ2 대책 이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대출 한도가 40%로 크게 줄었다. 특히 강남 4구 등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1건이라도 받았다면 추가 대출이 불가하다. 대출한 이주비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거나 이주를 할 계획이었던 조합원들에게는 큰 악재다.

실제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시행자로 나선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이주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안으로 이주를 마칠 계획이지만 LTV 40%를 초과 대출한 조합원들이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조합은 조합원별로 이주비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 매출채권 유동화를 모색했으나 해당 채권은 사업비 보증약정 및 매매계약 조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양도하도록 돼있어 이마저 무산됐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조합원 대부분이 강남 입성을 위해 대출을 왕창 끼고 들어온 서민들로 세입자와의 계약기간이 곧 끝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현재의 대출 한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경제적 여력이 없는 노인 분들의 경우 이주비 대출이 줄면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든데 정부의 일률적인 정책으로 투기와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주비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3금융권에 손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영세 조합원들은 이마저도 어려워 결국 현금청산자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 정부 규제를 놓고 오랜 기간 살아온 원주민의 생활 터전을 잃게 하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로 지정… 갑작스런 ‘대출 한도’ 축소
전문가 “조합의 피해 최소화하는 방안 강구해야”

정부는 먼저 8ㆍ27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했던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은 주택담보대출 세대 당 1건 제한,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 제한, 신규 아파트 취득 목적의 기업자금대출 제한 등을 적용받는다.

해당 지역들은 최근까지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월 대비 확대되는 등, 지속적인 투자 수요 유입에 따른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 지속 및 주변 지역으로의 과열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지난해 8ㆍ2 대책은 서울 25개 자치구 및 인근 성남 분당구, 경기 과천시 등까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여기에 더해 11개 지역(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ㆍ용산ㆍ성동ㆍ노원ㆍ마포ㆍ양천ㆍ영등포ㆍ강서)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중 경기 광명시와 하남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됐다. 정부는 서울, 과천,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행정복합도시 건설예정지) 등 기존 투기과열지구는 부동산 안정세가 확인될 때까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 역시 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 적용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다. 아울러 도시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청약 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3억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 신고 등을 적용한다.

조정대상지역도 추가로 지정했다. 경기 구리, 안양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는 최근 가격 상승률이 높고 청약 과열 현상을 보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이곳은 세제 강화(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ㆍ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및 분양권 전매시 세율 50% 적용), 금융규제 강화(LTV 60%ㆍDTI 50% 적용), 청약규제 강화 등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이런 대출 규제 강화들이 이주 지연ㆍ사업 속도 저하ㆍ사업비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그야말로 전반적인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재건축 조합들은 재건축 부담금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데 이주비 대출까지 제한되면 장기적으로 사업이 지연돼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하다. 조합원 이주→철거→분양 일정 공고ㆍ착공 등으로 이어지는 사업의 일정 상 이주가 막히면 철거와 착공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전체가 지연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업비는 물론 각종 비용의 증가가 당연해진다.

특히 재건축사업은 시공자를 선정할 때 착공 기준일을 기준으로 확정공사비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실제 착공시기가 착공 기준일을 넘어가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공사비가 인상되며 이때 금리 인상 등 상황에 따라 금융비용 증가도 계산해야 한다. 해당 재건축 조합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 역시 큰 손해를 입게 된다.

결국 이주비 문제로 이주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뿐만 아니라 재개발ㆍ재건축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예정된 시기에 공급돼야 할 주택물량이 공급되지 않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전반의 주택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대출 규제 강화가 주택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의 관계자는 “이주는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는 시기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에 이주시기가 크게 늦어질 경우 한 달에 수억 원씩 조합이 막대한 금융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관 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거부나 대출금액 감액, 금리 인상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정비사업장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주택사업자 뿐만 아니라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조합원과 실수요자까지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주 지연에 따른 조합 비용 보전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으로 규제ㆍ조정 때문에 조합이 사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함께 제시하는 등 조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도 LTV 40% 적용”
업계 “저리로 융자할 수 있는 기금 마련돼야”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에 대해서도 이주비 대출 때 LTV 40% 룰이 적용된다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지난 9월 19일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리모델링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중도금ㆍ잔금 대출에 대해서도 재개발ㆍ재건축 주택과 마찬가지로 은행업감독규정 별표6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이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리모델링사업은 「주택법」에,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해 사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금융위는 ‘낙후된 주거 여건 개선’이라는 점을 중점으로 리모델링사업과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본질적인 성격이 같다고 판단해 대출 유형이나 방법도 다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밝힌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정쌍용 주민들과 내년 5월 이주를 앞둔 이촌현대맨숀 등의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서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신정쌍용과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에서 수평증축을 추진하는 이촌현대맨숀은 현재 리모델링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촌현대 리모델링사업에 LTV 40%가 적용될 경우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서울 외곽에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이 같은 어려움은 시공자나 시공자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이주비를 대여 받는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지만 이자율이 7~8%에 달해 최선책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이에 해당 리모델링 사업지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재개발ㆍ재건축은 투자 성격이 강하지만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고쳐 계속 사는 실거주 목적이 커 다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리모델링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주비 마련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저리로 융자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처럼 연이은 고강도 대출 한도 축소와 규제 등으로 부동산ㆍ도시정비업계 모두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또 다른 후속 대책을 내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 업계 전문가들은 이주 지연에 따른 조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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