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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서울시 잇따른 규제에 여의도ㆍ목동 일대 재건축 ‘휘청’
▲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사업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서울시가 여의도 통합개발에 대해 무기한 연기를 선언해 도시정비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박진아 기자>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정부의 도시정비사업 관련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ㆍ재건축 등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있어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에 본보는 여의도ㆍ목동 일대 재건축사업 주체들의 불만을 들어보고 현장의 어려움을 짚어봤다.

통합개발 무기한 연기에 ‘급제동’… 사업 추진 단지 ‘재건축 시급’ 반발

가장 먼저 어려움이 커진 곳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다.

이곳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등을 각각 묶어 결합해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의도와 엇박자로 알려지며 박 시장이 돌연 무기한 연기를 선언해 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재건축사업 대상 단지 중 여의도시범아파트(이하 여의도시범)는 올해로 지어진 지 47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오세훈 서울시장 때부터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재건축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난 14일 여의도시범 정비사업위원회에 따르면 여의도시범 주민들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건축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아파트 단지의 노후화로 안전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서울시가 재건축사업의 추진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정재웅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 참석해 주민들의 뜻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 소속인 정재웅 의원은 이날 집회에서 “확정되지 않은 마스터플랜을 이유로 사업을 고의 지연시키며 거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명백히 부당한 처사”라며 “여의도시범 재건축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끝까지 함께 한 정 의원은 “여의도는 2030서울플랜의 3개 도심 중 하나로, 여의도 내 아파트 재건축은 도심권 공공임대주택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여의도시범을 포함한 여의도 일대 아파트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안)에 대해 도계위 심의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행태가 지속될 경우, 오는 11월 예정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잘못된 서울시의 외고집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강도 높은 질타와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여의도시범은 지난 6월 재건축사업에 대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의도 마스터플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건축 관련 계획을 결정ㆍ고시하는 것은 이르다는 사유로 심의가 반려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박 시장이 집값 급등을 이유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무기한 보류함에 따라 여의도시범 재건축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에 여의도시범 측은 지난달(9월) 4일 정비계획 변경(안)을 다시 서울시에 접수했지만 지난 도계위 심의에 상정되지는 못했다.

해당 단지의 입주민들은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기면서 노후화돼 생활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아파트의 재건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여의도시범은 노후화 배관으로 녹물이 나와 개별 가구마다 정수기 등 없이는 상수도를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건물 외벽에 균열이 가 있고 상가동 또한 천장의 균열로 인해 폭우ㆍ폭설이 내릴 경우 누수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각 동 지하 변전실에는 6000볼트짜리 변압기 56개가 있는데 연식이 오래돼 감전과 폭발 위험이 있다는 외부기관의 안전성 진단까지 받았다.

이제형 여의도시범 정비사업위원장은 “합법적인 절차에 맞춰 재건축사업 추진을 하고 있는데도 시가 집값 안정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기약이 없는 기다림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민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돼있는 만큼 정비계획의 변경이든, 서울시의 개별 준비 계획이든 빠른 시일 내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사업 일정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집회를 통해 요구할 것”이라며 “이달 17일 개최한 집회에서 1600여 장의 입주민 탄원서도 서울시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시범은 1971년 준공한 입주 48년차 단지다. 1584가구로 구성돼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재건축 후 최고 35층 237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2017년 6월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지 뿐만 아니라 여의도 일대 다수의 단지들은 서울시가 여의도ㆍ용산 통개발을 목표로 일대 마스터플랜 마련에 나서면서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현재 서울시는 여의도를 국제 금융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종합 마스터플랜 격인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방안’을 준비 중이란 입장이다.

앞서 여의도시범이 도계위 심의에서 보류 결정을 받았고, 같은 시기 정비구역 지정(안)을 제출한 여의도공작아파트도 마찬가지 결정을 받았다. 서울시가 일대 밑그림 격인 마스터플랜이 나온 뒤 개별 단지 재건축 계획을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공개가 예정됐던 마스터플랜은 지난 8월 말 발표ㆍ추진이 모두 보류됐다. 개발 계획 예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대 집값이 치솟자 서울시가 급히 내린 조치다.

여의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 기존에 추진 중인 개별 단지 재건축사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의도시범 정비사업위원회가 지난 9월 초 서울시에 제출한 정비계획(안)은 여전히 도계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기존 재건축 사업지의 계획이 향후 나올 마스터플랜과 얼마나 방향 등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면서 마스터플랜을 주택시장이 안정화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의도 단지 다수의 사업은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주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지난 17일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사업 추진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했다. <제공=정재웅 서울시의원 공식사이트>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재건축 ‘제동’… 비강남연대 “슬럼화 막기 위해 규제 완화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강남권 노후아파트를 대상으로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 사업 대상 주민들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화된 재건축 규제로 사업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비강남 차별저지 국민연대(이하 비강남연대)’는 강동 삼익아파트 일대와 목동 현대백화점 2곳에서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는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재건축사업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주거환경 배점은 40%에서 15%로 낮췄다. 붕괴위험이 있을 정도의 노후아파트가 아니면 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

이 같은 기준 강화로 인해 심한 층간소음이 있거나 난방에 어려움이 있어도 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없게 됐다. 노후화가 심한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14단지ㆍ노원구 월계시영(미륭ㆍ미성ㆍ삼호)ㆍ마포구 성산시영 등이 재건축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비강남연대는 “지난해까지 강남지역 재건축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안전진단을 강화해 비강남지역을 슬럼화시키고 강남과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집값 상승률 성적표만 잘 받기 위한 평균의 오류에 빠진 졸속 정책이 비강남지역 국민들의 박탈감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강남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준공 30년 이상 지난 아파트는 서울 시내 10만3822가구다. 이중 서초ㆍ강남ㆍ송파를 제외한 비강남권 아파트가 8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이면 88%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포ㆍ서대문ㆍ은평 일대를 아우르는 서부연합발전회와 양천ㆍ강동ㆍ노원ㆍ도봉 등 연대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향후 타 지역으로 연대를 확대하고 온라인을 포함한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여 안전진단 관련 규제 철폐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신구 비강남연대 부대표는 “구조안정성이라는 건 골격만 보기 때문에 다른 안전은 고려하지 않아 내진설계ㆍ스프링클러 미비로 인한 화재ㆍ지진 등의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야 한다”며 “꼭 콘크리트가 헐어야만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최근 5년간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감소세’
윤 의원 “박 시장 직권 남용으로 신규 택지 공급 사실상 중단”

게다가 최근 5년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지 354곳 170곳이 박원순 시장 직권으로 해제된 점이 드러나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반해 신규 정비구역 지정은 68곳에 그쳤다.

이처럼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사업지가 줄어들면서 결국은 서울시 신규 주택 공급의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신규 주택 공급을 도시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서울시 집값 상승은 물론 장기적인 주택 공급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민주평화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총 170곳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이 직권으로 해제됐다. 재개발이 62곳, 재건축 사업장이 108곳이다.

재건축 직권해제는 2013년에 43곳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지지부진했던 곳들이 대거 사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개발 직권해제는 2016년 3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3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 서울시가 시장의 직권해제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시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거나 정비예정구역, 정비구역 등의 추진 상황으로 봐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장이 직권으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를 개정한 바 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직권 남용으로 서울 신규 택지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0’의 상태다. 실제 서울시의 최근 5년간 재개발 신규지정은 7곳, 재건축은 61곳에 머물렀다.

노후화 아파트의 증가로 해당 지역 등에 재건축 신규 지정은 증가세지만 재개발은 도시재생 때문에 사실상 발이 묶였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강조된 지난해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신규 지정은 단 2곳에 그쳤다.

윤 의원은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대부분 낡은 폐가가 몰려있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대부분”이라며 “사업 해제로 빌라가 들어서거나 소규모 개발 난립으로 인해 오히려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수 있으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도시정비업계를 향한 규제가 이어지며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지들의 시름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대안 마련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 이달 20일 비강남차별저지국민연대 회원들은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인근에서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를 촉구했다. <제공=비강남차별저지국민연대>
▲ 지난 20일 비강남차별저지국민연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촉구하는 뜻을 담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사진=서승아 기자>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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