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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그린벨트 해제’ 논란… 국토부 방침 바뀔까
▲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합의점을 못 찾으면서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그린벨트 전쟁’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자문과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관행혁신위원회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연내 발표하기로 한 신도시 조성계획을 앞두고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입장이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부-서울시, 그린벨트 ‘평행선’ 여전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와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7월 국토부는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포함해 신혼희망타운 3만 가구를 추가 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강하게 반대하면서 구체적 공급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9월 21일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도 그린벨트 해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날 수도권에 일대에 30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1차로 공공택지 17곳을 선정, 3만5000가구를 공급하고 ‘3기 신도시’ 4∼5곳을 조성해 주택 물량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현미 장관은 그린벨트 직권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김 장관은 “서울시와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국토부 해제 물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토부가 시ㆍ도지사에 위임한 30만 ㎡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국토부 장관이 수도권에서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총량은 42.6㎢로 알려졌다.

9ㆍ21 공급 대책 발표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다시 한 번 내비쳤다.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에 비어있는 업무빌딩을 활용하거나 노후 건물이 있던 자리에 고층건물을 건립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에서 서울시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도심 업무빌딩 일부에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을 만들면 높은 건물을 조금만 지어도 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에 김 장관은 지자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국토부 보유 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활용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10월) 2일 김 장관은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지자체 의견을 충분 수렴해서 서민들에게 양질의 값싼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정부는 그 길을 선택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그린벨트 해제 물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또한 그린벨트의 환경적 가치를 다시 내세우면서 주택 공급의 방법이 꼭 그린벨트 개발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부동산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주면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집값 폭등의 원인을 수급 불균형으로 진단하고, 양질의 주택을 다량으로 공급해 집값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 집값은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어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서울에서 10곳의 그린벨트(총면적 409만6000㎡)가 직권으로 해제됐고 해당 부지에서 총 4만3100가구가 공급됐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 지역 전체 면적의 71%(291만 ㎡)에 해당하는 부지가 모두 강남권(5곳ㆍ총 2만1399가구)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 가격은 최근 5~7년 만에 최대 2~3배 이상 급등해 서울 집값 과열의 진앙지로 지적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국토부가 지난 10년간 강남ㆍ서초구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주택을 공급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이 서울 집값을 잡는데 실패했다”면서 “국토부가 또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일자리, 기업의 경제 인프라에 의한 지속적 수요, 각종 투기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혁신위, 그린벨트 해제카드 쥔 국토부에 ‘반기’

이 가운데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그린벨트를 해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국토부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공공택지 조성 등으로 그린벨트를 지속적으로 해제하면서 환경 훼손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1일 김남근 혁신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3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그린벨트를 지속적으로 해제해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런데도 풀어야 한다면 공공성 높은 사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난개발 방지와 환경보전을 위해 지정한 곳인데 땅값이 낮다는 이유로 개발하는 것은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국토부가 주도해 구성한 혁신위는 김재정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국토부 실ㆍ과장 5명과 민간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과거 국토교통 행정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정책이 추구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 권고안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와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의 문제들을 지적한 바 있다.

이날 혁신위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민간개발을 허용하고 임대주택의 분양주택 전환을 용이하게 하는 규제 완화도 문제가 있다”며 “공공택지의 공동주택 용지는 민간에 택지분양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혁신위가 국토부의 3기 신도시 공급과 관련해 그린벨트 직권 해제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그린벨트는 원칙적으로 보존하고 예외적으로 필요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제해야 한다”면서 “3기 신도시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거나 제시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은 그린벨트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불가피하게 해제하는 경우 공공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사업만 해제 가능한 대상 사업으로 제한할 것”이라며 “개발 때도 주변 지역에 공원ㆍ녹지를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서울시 그린벨트를 직권 해제하겠다고 밝힌 김현미 장관의 입장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고 밝히며 정책 방향이 큰 변화를 일으킨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권고안에 따라 공공택지를 개발하더라도 공공성을 지금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개발의 경우 임대주택과 중소기업 전용단지 등 공공성이 높은 시설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8월 국토부는 공공택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기업형 임대사업 제한 ▲경제자유구역ㆍ친수구역 개발 시 임대주택 비율 10%→35% 상향 ▲임대주택 용지 6개월 간 미매각 시 분양용지 전환 등의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 혁신위의 지적은 서울과 수도권에 30여 개 공공택지를 추가 개발해 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국토부의 계획과 상충하는 터라 정책에 대한 신뢰도 훼손은 물론, 공공성 기준에 대한 논란 등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연내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등을 앞두고 국토교통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제공=국토교통부>

국토연 “그린벨트 해제, 도시 성장관리 원칙 고려해야”

한편 불가피하게 도시용지 공급을 목적으로 그린벨트 지역을 활용할 경우 도시 성장관리 원칙과 공공성 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토연구원 김중은 연구위원은 지난 5일 주간 국토정책브리프 ‘2020 이후의 개발제한구역 조정제도 운영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벨트는 197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1977년 여수권에 이르기까지 8차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에 총 5397.1㎢ (전 국토의 5.4%)가 지정됐다. 

이후 2000년대 초반 지정 실효성이 낮은 춘천권, 청주권, 진주권, 여수권 등 7개 중소도시권 1103.1㎢가 모두 해제되고 성장관리가 필요한 7개 대도시권은 ‘선 환경평가 및 도시계획 후 해제’ 원칙에 따라 1990년대 말부터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해 해제해오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7개 대도시권에서 불합리하게 지정된 지역(집단취락, 자투리 토지, 산업단지 및 고리원전) 261.1㎢, 서민주택공급 및 산업단지조성 등 공익사업을 위한 도시용지로 186.6㎢ 등 모두 447.7㎢가 해제됐다.

문제는 고도성장기에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고 도시민들에게 건전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지정된 그린벨트가 경직적 운영으로 불합리한 도시 공간 구조를 발생시켰다는 점이다. 그린벨트 구역을 도시용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장관리 개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지역까지 해제해 도시 관리상 문제점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72~1981년)’ 수립 당시 그린벨트는 서울의 인구 수용능력을 감안해 지정됐는데 도시권 성장과 무관하게 유지함으로써 서울에서 수용 가능한 인구 규모를 초과해 시가지가 수도권으로 무질서하게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고서는 2020년 이후에도 그린벨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 개정이 필요하며 그린벨트 조정을 허용할 경우 ▲도시용지 공급을 목적으로 개발제한구역 조정 시 성장관리 원칙 강화 ▲개발제한구역 해제사업의 공공성 강화 ▲2020년 광역도시계획 해제총량의 효율적 배분 및 활용 방안 마련 ▲주민 불편해소 차원에서 해제한 소규모 지역의 관리방식 개선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활용해야할 경우 가급적 그린벨트 구역 내측의 기존 시가지와 연접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활용토록 유도하고 토지이용계획 시 공공용지 확보, 민간참여 시 공공의 지배력 확보와 개발이익의 객관적인 측정ㆍ환수시스템 마련 등 공공기여 요건을 강화해 공익적 성격이 약한 사업은 해제를 불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서 ‘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에서 공간구조구상 및 광역토지이용 부문 등과 연계해 도시권의 성장관리 개념이 강화된 그린벨트 조정ㆍ관리 원칙을 제시하고 해제가능 총량 설정 및 해제가능 지역의 요건 등 구체적인 조정ㆍ관리기준은 「개발제한구역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집단취락, 자투리 토지의 정비수단으로 작동하지 않는 지구단위계획을 그린벨트에서 해제할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수립하도록 완화하되 정비사업 추진 시에만 용도지역 상향 조정을 허용하고 가급적 그린벨트로 존치된 상태에서 정주여건이 개선되도록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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