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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시장 폭락에 ‘깡통전세’ 주의보
▲ 창원과 거제를 중심으로 전세값 하락세에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지방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양극화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지방 대도시 간에도 분위기가 확연하게 갈리고 있어 본보는 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짚어봤다.

수도권 쏠림현상 ‘지속’… 지방 침체 기조 ‘심화’

먼저 지역별로 보면 광주와 대구의 부동산시장은 나날이 활황세를 이어가지만, 부산과 울산, 경북 등은 침체 기조가 깊어지고 있다.

지방이라도 경기가 위축되지 않은 지역 중 입지가 좋은 곳이라면, 수도권 쏠림현상처럼 지역 내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이 구분되고 있다.

반면 기반 산업 침체와 미분양 물량 적체 등으로 일부 지방 부동산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어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활황세를 보이는 지방 부동산은 실수요자는 물론 수도권에서 떠내려간 투기세력이 움직이고 있어 전국적인 부동산 위축 속에서 일어나는 이례적인 추세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특히 양극화 현상은 지방 간 부동산 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그 중 지방에서 부동산 시장이 서울 못지 않게 달아오른 곳은 광주와 대구다. 최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2개 시ㆍ도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3.69%)와 대구(2.75%)다.

광주는 수도권 상승률(3.1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일 현재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12% 상승해 지난주(0.08%)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됐다.

광주의 경우 최근 인기지역인 봉선동과 수완지구의 상승세가 집값을 견인했다. 봉선동이 위치한 남구의 집값은 지난달(10월) 1.02%, 수완지구가 위치한 광산구는 0.81% 올랐다. 특히 광산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6%가 올랐다.

그 중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봉선동의 ‘제일풍경채엘리트(2016년 12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8억2000만 원(11층)에 실거래됐다. 지난 1월엔 4억3000만 원(15층)에 거래된바 있어 4억 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곳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광주에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1980년대 지어진 주택과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던 수요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투자해온 투자자들이 수도권보다 규제가 덜한 광주 등 지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도 역시 광주와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나가며 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의 강남으로 일컫는 수성구의 집값은 지난 1년간 8.85%나 올라 서울 상승률(7.21%)을 제쳤다.

수성구에 위치한 ‘범어라온프라이빗(2018년 5월 입주)’의 전용면적 84㎡는 분양가격이 3억9889만 원이었지만, 지난 9월 8억 원에 실거래됐다. 4억 원이 넘는 웃돈이 붙어 거래된 것이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만촌화성파크드림3차’ 전용면적 84.99㎡은 지난 9월 9억2000만 원에 매매돼, 대구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9억 원대에 거래된 첫 사례가 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 1월에 8억3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어 9억 원대를 넘지는 못했었다.

집값이 뛰니 청약 경쟁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10월) 분양한 광주 동구 ‘광주계림3차 두산위브’는 367가구 모집에 3만4554명이 몰리면서 평균 94.1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는 최근 1순위 청약경쟁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해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5월 공급된 대구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은 280.06대 1이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울산과 경남의 부동산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경기를 이끌던 제조업의 위축으로 부동산 경기도 동반 하락세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울산은 올해 9.59%가 하락했고, 경남은 9.07%, 경북은 5.89%가 떨어졌다.

특히 울산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물량이 누적돼 분양실적도 좋지 못하다. 지난달(10월) 기준 울산의 분양실적은 예정물량 대비 1.1%에 불과했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울산에서 청약을 실시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구와 광주는 부동산 개발호재와 학군 등 사업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수요까지 꾸준하지만 상대적으로 공급이 적다“며 “울산과 경북, 경남 등은 최근 조선업, 자동차 등 지역기반산업이 침체돼 인구유출이 계속해서 이뤄지면서 집값도 동반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 투자자들은 비조정지역 등으로 발길을 돌려 틈새시장을 노리고 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광주와 대구는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워 부동산 활성화 불씨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지방 집값 하락세에 ‘깡통전세’ 증가
경남권 중심 ‘깡통전세’ 속출… “전세 보증금 못 돌려줘”

이처럼 지방 부동산이 하락세를 걸으면서 집값 하락세로 이어져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현재 아파트 매매가가 2년 전 전세가격보다 많게는 수천만 원 넘게 낮아지면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돌려받아야 하는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낭패다. 이 같은 역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심화되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경남권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깡통전세는 주택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하락으로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가 심한 경남ㆍ경북ㆍ충북 등에서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의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경남의 아파트 매매가는 2년 전보다 11.13%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9.74% 내렸다. 같은 기간 경북과 충북도 매매가 하락률이 전셋값 하락률을 앞질렀다. 집값이 전셋값보다 더 떨어지다 보니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한 경남 창원시는 2년 전 매매값과 현재 전셋값 간 격차가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창원시 상남동 A아파트의 2년 전 전셋값은 2억7500만 원(전용면적 85㎡)이었다. 현재 매매값은 2억6000만 원이다. 2년 새 전셋값이 1500만 원이나 오른 것이다. 아직 2년 전 매매값이 현재 전셋값보다 비싼 단지들이 다수지만 그 격차가 1000만~2000만 원인 곳들도 많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값 하락세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이에 추가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업계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선산업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 하락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도 심각한 상황이다. 거제시 아주동 B아파트는 현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1000만 원이나 높다. 고현동 D아파트 역시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1100만 원이나 높았다.

상남동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작년부터 새 아파트 입주가 크게 늘면서 매매ㆍ전셋값이 같이 떨어졌는데 매매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매매값이 워낙 하락세를 타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빼서 집을 사 버리는 경우도 일부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다급해진 세입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앞 다퉈 가입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금의 0.128%(HUG 기준)를 보증 수수료로 내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대신 지급하고 추후 보증사가 직접 집주인에게 보증금 상환을 요청하는 상품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금액은 15조4294억 원으로 작년 한 해 실적이 9조4931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벌써 약 6조 원이 불어났다. 올 연말까지 지금처럼 가입자 수가 늘어난다면 올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액은 작년 두 배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도 난감하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 기대로 전세 수요가 급증했던 과거와 경우와 다르기 때문이다. 양상이 다르면 대응법이 달라야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관 업계 한 전문가는 “피해는 세입자 몫만이 아니다. 채무자를 하우스푸어로 전락시키고 대출원금 상환에 차질이 생겨 금융회사 부실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미분양 지역의 주택공급 물량 조정만 갖고는 해결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위축지역 특례제도는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9ㆍ13 대책까지 겹쳐 집값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깡통주택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입주 폭탄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부메랑’으로… 뚜렷한 대책 없어 ‘속수무책’

업계 일각에선 지방의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010년 이후 지속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2014∼2016년에 걸쳐 지방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어났고, 이것이 지역 경기 침체와 겹쳐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남은 2010~2013년까지만 해도 초반 연평균 6000∼2만여 가구에 그쳤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 4만여 가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입주 물량도 3만7000여 가구에 달해 내년은 3만5000여 가구가 입주 될 예정이다.

2015년까지 입주 물량이 연평균 5000∼1만2000가구였던 충남은 2016년에는 2배가 넘는 2만2500가구로 새 집이 늘어난 데 이어 작년 2만4500가구, 올해 2만6000가구로 증가 중이다. 지방의 대규모 공급에 따른 역전세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손을 놓을 수 없는 세입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고 위축지역 특례보증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내놓아 현실적인 도움을 줘야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가계 빚 증가와 소비 침체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인 것은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과도한 집값 하락과 맞물리면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 위주로 깡통주택 속출 위험이 커져 정부의 가이드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가구이었고 올해 입주 물량도 3만7000여 가구에 내년 3만5000 가구가 예정돼 있어 새로운 대안책이 없다면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공급에 따른 역전세난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한 확실한 보호장치나 대안책이 없어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며 “미분양이 많은 지역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정하고, 최근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위축지역 특례(특례보증) 제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HUG 연도별 전세금반환보증 실적. <제공=주택도시보증공사>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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