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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4년, 이대로 간다… 몇 군데만 ‘손질’
▲ 중구 다산동 일대. <제공=서울시>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힘입어 재개발ㆍ재건축 등과 함께 노후 구도심을 살리는 한 방법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이다.

도시재생은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 특별법)」 제정과 시행, 이듬해 선도사업 추진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성과는 미흡하고 효과는 부족하다는 비판론과, 아직 결과를 평가하긴 이르며 얼마간 만족스럽다는 낙관론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ㆍ이하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의 후속 사업과 필요 조치 등을 마련할 채비에 한창이다. 지금껏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에 연속성을 갖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형 ‘도시재생 희망지사업’ 15곳 선정
뉴타운ㆍ재개발 해제 지역 다수 포함

지난 4일 서울시는 올해 도시재생 신규 희망지사업 대상 15곳을 공개했다. 희망지사업은 서울시에서 2016년부터 시행해온 주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도시재생 추진에 앞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도록 돕는다. 대상 지역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에 관한 홍보ㆍ교육, 주민공모사업 등을 실시한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 역시 앞으로 9개월간 주민 모임 공간 마련, 도시재생 교육 및 홍보, 지역조사 및 도시재생 의제 발굴, 공동체 활성화 코디네이터 파견 등 주민 스스로 노후 주거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최대 1억4000만 원까지 사업비를 지원 받는다. 희망지사업이 완료되면 도시재생 실현가능성, 추진 주체의 역량 등 종합평가를 거쳐 내년도 주거지재생 사업지로 선정될 수 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확정ㆍ발표한 ‘2018년 서울형 도시재생지역’ 9곳 모두 희망지사업을 거쳤다.

▲ 2018년 도시재생 신규 희망지사업 대상 위치. <제공=서울시>

앞서 10월 중 공개모집에는 15개 자치구, 24개 지역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도시ㆍ건축분야, 인문ㆍ사회분야, 공동체ㆍ사회적경제 분야 등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발표 심사 등을 통해 ▲도시재생 시급성 및 필요성 ▲주민 추진역량 및 참여도 ▲자치구 역량 등 사업실행 가능성 ▲도시재생 효과성 및 파급성 ▲주민 관심 및 추진 의지 등을 평가했다.

이번에 선정된 희망지사업 대상은 ▲중구 다산동 ▲성동구 사근동 ▲도봉구 쌍문1동 ▲은평구 응암3동 ▲구로구 구로2ㆍ4동 ▲중랑구 중화2동(이상 일반 근린형 6곳) ▲강북구 번2동 148 ▲서대문구 북가좌2동 ▲홍제1동 ▲양천구 신월3동 ▲구로구 개봉1동 ▲영등포구 신길5동 ▲강동구 천호3동(이상 주거지 지원형 7곳) ▲동대문구 제기동 ▲관악구 은천동(이상 우리동네살리기 2곳) 등 총 15곳이다.

중구 다산동과 구로구 구로2ㆍ4동은 당초 일반 근린형으로 신청했으나 주거환경 여건 등을 고려해 우리동네살리기 또는 주거지 지원형으로 전환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들 전체 15곳 가운데 13곳이 앞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지역을 포함한다. 이밖에 선정되지 못했으나 이미 주민모임을 꾸린 ▲광진구 자양4동 ▲중랑구 망우본동 ▲양천구 목3동 등 3곳은 자치구와 협력해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예비후보지로 지정했다. 

구자훈 평가위원장(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은 “이번 심사과정에서 주민 스스로 지역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인상 깊었고, 여러 분야의 심사위원이 참여해 도시재생에 대한 다각적인 관점을 심사에 반영할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객관적인 심사를 진행할 수 있었고 향후 진행될 도시재생사업에서 희망지사업이 주민역량을 강화하며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서울시는 현재 1년에 한 번 공모하던 방식을 분기별 수시모집으로 바꿀 계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예비후보지 지정 및 공모 시기 조정 등을 통해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과 적극 공조하기 위한 조치”라며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주민들과 자치구에 보다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이든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든 선정에 탈락할 경우 다른 사업에 지원하기가 용이해진 것이다. 

한편, 서울시 희망지사업은 10인 이상의 주민이 모임을 만들어 자치구에 신청하면 된다. 탈락했더라도 재응모가 가능하다.

도시재생 지역에도 예외 없이 ‘둥지 내몰림’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방지 방안과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공급전략 마련에 고심이다. 

지난달(11월) 20일 국토부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도시재생지역 내 상가 내몰림 현상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어 국토부 산하 연구기관들과 함께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에서 최근 3년간 상가 임대료가 연 0.24%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인 연 0.12~0.19%보다 높았다. 또 소규모로 진행되는 근린재생형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경제기반형 주변 상가의 임대료가 더 많이 올랐다. 

처음부터 정부는 도시재생과 기존 재개발ㆍ재건축의 차이점으로 ‘둥지 내몰림 최소화’를 꼽았다. 비교적 소규모 정비사업이라서 가격 상승 요인이 적다고 봤으나 시장은 도시재생 역시 호재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시재생 선정지의 집값이 크게 뛸 경우, 사업지정을 해제하거나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서울시도 동참했다. 

또한 서울시 등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등 상권 주체의 자발적인 임대료 안정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상생협약 체결을 추진해왔다. 다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임대인이 돌연 마음을 바꾸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도시재생 특별법에 따라 앞으로는 상생협약 체결에 따른 혜택은 물론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진다.

예컨대 임대인이 10년간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지자체가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고 용적률과 건폐율 인상 등 재산상으로 보전을 해준다. 상생협약 체결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이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도록 할 방침이다. 내달 중 이에 대한 표준 고시가 나올 예정이다. 

공공임대상가도 둥지 내몰림 방지 대책 중 하나다. 공공임대상가는 도시재생지역에서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이 영세 상인이나 창업자에게 최대 10년간 저렴한 임대료를 보장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5가지 유형 중 중심시가지형은 공공임대상가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자체별로 꾸린 선정위원회가 주변 상권과 업종 중복 여부, 고용인원 및 재무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입주자를 가린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조성될 전망이다.

▲ 주거지 대상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 유형 구분. <제공=국토교통부>

올해 9월 기준 예산 집행율, 겨우 ‘10%’
전문가 “민간 기업ㆍ자본 참여 고려 없어”

한편,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겠다던 도시재생 뉴딜사업 예산이 올해 680억 원 집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23일 국토부는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예산 6800억 원 중 집행율은 9월 기준 10% 해당하는 680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달 기준 예산 승인률 14%는 연말까지 5200억 원의 예산이 승인되면 80%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연간 예산 2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던 공언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실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은 사업 공정률에 따라서 집행하다보니 예산 대비 집행율이 낮다”면서 “사업지 선정도 점차 늘려나갈 것이기 때문에 예산도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연간 사업비 10조 원 중 2조 원은 정부 재정에서 충당한다. 5조 원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하며 나머지 3조 원은 공기업 사업비와 민간자본을 통해 조달된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가량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충당한다. 주택도시기금은 매년 5조 원씩 총 25조 원을 출ㆍ융자 형식으로 투입된다. 5조 원은 주택계정 기금 3조8000억 원, 도시계정 1조1000억 원으로 나뉘며, 주택기금 3조8000억 원으로 매입ㆍ전세임대와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 등을 통합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지원한다. 지자체와 공기업, 민간에서 사업을 발굴해 기금의 출ㆍ융자를 신청하면 지원 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집행하고 매년 집행실적을 점검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4월 도시재생특위를 꾸리고 이어서 8월 31일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총 99곳을 선정했지만 정작 예산 집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정된 99곳은 활성화 계획 수립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판이다. 

또한 정부가 책정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예산은 올해 6800억 원, 내년 8380억 원으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지만 실행속도가 느린 데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뉴딜지역 선정에 공기업 제안형은 사실상 사업주가 공기업이다 보니 지난해에는 LH나 지방공기업 말고는 다른 기업들의 참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2조 원씩 5년간 10조 원의 투자액을 부담할 LH는 이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새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으로 수년간 부채를 감축해 온 LH가 2022년 이후가 되면 다시 부채가 140조 원을 육박할 것”이라면서 “LH 자체적으로 재원 조달이 쉽지 않고 서울 이외의 지역은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자본 유치가 어려운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시재생특별법 개정안에 사업유형별 특성을 반영해 도시재생 사업지 중 따로 특별구역을 지정해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과 주민 등이 제안하는 도시재생사업 인정제도 도입도 검토된다. 다만 이 개정안에도 민간 자본 유치나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낼 혜택은 없다시피 하다. 실제로 지금껏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민간사업자가 참여한 사례는 현대건설, 도원이앤씨, 서한 등 총 3곳에 불과하다.

▲ 도심 속 폐철로에 불과하던 경의선은 도시재생을 통해 재작년 ‘경의선 숲길공원’으로 거듭났다. 사진은 연남동 구간. <출처=경의선 숲길지기>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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