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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 ‘닭고기 성공 신화’ 지우는 ‘편법 승계’ 의혹
▲ 2017년부터 하림이 1790억 원을 들여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건설 중인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로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출처=하림 소식지 캡쳐>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조그만 양계장에서 출발해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이자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한 하림그룹의 ‘성공신화’에 색이 바래게 생겼다. 편법 증여, 불공정거래, 가격 짬짜미 등 여러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검찰의 도마에 연이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재계와 공정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내년 초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를 열어 검찰 고발 여부, 과징금 규모 등을 결론짓는다. 또한 공정위 사무처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검찰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하림그룹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지분 승계 과정에 일감 몰아주기

공정위는 6년 전 김 회장이 아들 김준영(26)씨에게 계열사 지분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을 챙겼다고 의심한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스무 살이던 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 100%를 물려줬다. 올품은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자리하며,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옛 한국썸벧)→하림지주(옛 제일ㆍ하림홀딩스 합병)→계열사로 연결된다. 

현재 하림지주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64%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하지만 2대 주주인 한국인베스트먼트와 3대 주주인 올품을 장악한 준영 씨의 지분을 합치면 24.28%이다. 이로써 준영 씨는 김 회장을 넘어서는 그룹 지배력을 쥐게 됐다. 자산 10조 원 규모의 하림그룹을 넘겨받을 바탕을 다지면서 준영 씨가 낸 증여세는 100억 원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올품과 한국썸벧의 연매출은 2011년 700억~800억 원대에서 2016년 3000억~4000억 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때문에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줬고, 여기에 김홍국 회장이 관여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사육농가에 불이익 주고 부당 이익 챙겨

그동안 하림그룹은 여러 차례 공정위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9월 공정위는 하림㈜이 닭 사육농가로부터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800만 원을 부과했다.

우선 하림은 닭 사육농가에 병아리와 사료 등을 외상으로 주고, 다 자란 닭을 모두 사들이기로 계약한다. 매입가는 일정 기간 닭을 출하한 전체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림에서 산정ㆍ통보하며 외상 대금을 제하고 지급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닭 매입가를 낮추는 꼼수를 부렸다. 조류독감(AI) 등 재해로 개체 수가 줄거나 출하량에 비해 사료가 많이 들어 매입가가 오르는 93개 농가를 제외하고 매입가를 매겼다. 떠안아야 마땅할 비용을 농가에 전가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림은 550여 개 농가로부터 3년간 총 9010회에 걸쳐 닭을 공급받았는데 32.3%인 2914건이 부당하게 낮은 생계가격을 적용했다”면서 “중대한 법위반 행위로 봐 보아 관련 매출액 530억 원의 1.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AI 발병 및 대량 살처분으로 인한 하림의 병아리 외상 가격 인상에 관해서는 농가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무혐의로 판단했다.

공정위 ‘단골손님’… “심각성ㆍ상징성 탓”

이번 정부 들어 하림은 공정위로부터 7~8차례 현장 조사를 받았다. 그 이전까지 6년여 간 조사를 받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강도가 높다. 

이처럼 하림이 공정위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로 사건의 대표성ㆍ상징성 등이 꼽힌다. 

지난해 5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일감 몰아주기’ 대표 대기업으로 현대글로비스ㆍ롯데시네마와 함께 하림을 언급했다. 당시 김 의장은 “최근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며칠 뒤 취임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처음 착수한 대기업집단 직권조사 대상으로 하림을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3대 기조(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향한 첫 조사 대상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취임했는데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재벌 개혁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긴 시간 들여다본 하림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하림과 관련해 체면을 구긴 것도 상징적일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하림계열 사료업체들이 수년간 다른 업체들과 사료 가격을 짬짜미 한 혐의로 과징금 142억 원과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하림 측이 제기한 취소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특정 업체 죽이기’라는 식의 비판까지 나온다고 들었다”면서도 “오히려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다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심각한 역풍이 예상되는 만큼 공정위가 갖는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하림그룹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한편, 최근 정부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핵심은 ‘전속고발권 폐지(일부 제외)와 함께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의 범위를 확대한 ‘사익편취행위 규제 강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사익편취행위 금지제도에 명확하고 일관된 집행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예규 형식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할 계획이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출처=하림 소식지 캡처>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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