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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갑질’로 역대 최대 108억 과징금 부과 받은 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 업체에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하는 등 ‘갑질’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출처=대우조선해양 공식 홈페이지 일부 캡쳐>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대금을 부당하게 깎는 등 이른바 ‘하도급 갑질’로 물의를 빚은 대우조선해양이 정부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거래 조건 기재한 계약서 없이 발주
수정ㆍ추가 공사 하도급 대금 ‘일방적’ 결정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지급한 대우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지난달(2018년 12월) 2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7개 하도급 업체에 해양플랜트와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거래 조건을 기재한 계약서면 총 1817건을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착수하기 전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이는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 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한 「하도급법」 제3조제1항에 위반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작업을 시작한 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정ㆍ추가 공사에 대해 ‘선 작업ㆍ후 계약’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하도급 업체는 작업 수량이나 대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정ㆍ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작업이 끝난 후에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사전에 서면을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미 끝난 작업에 대한 견적의뢰서와 계약서를 사후에 형식적으로 만들면서 계약 날짜와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사례들도 다수 발견됐다. 의도적인 서면 미발급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한 회사 측은 수정ㆍ추가 작업에 합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 사정에 따라 기성 시수(작업 물량을 시간으로 변환한 것)를 적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정ㆍ추가 공사에 대해 시수 계약으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객관적인 시수 산출을 위해 요구되는 공종별표준원단위(품셈표)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실제 작업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예산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기성을 지급했다. 하도급 업체로서는 수정ㆍ추가 작업의 대가로 받는 기성금이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급한 수정ㆍ추가 공사 하도급 대금은 합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고, 회사는 심각성을 잘 알면서도 실제 작업량과 무관하게 기성이 정해진다는 사실이 하도급 업체들에 알려지면 소송 등 법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수정ㆍ추가 공사 대금을 매월 일괄 정산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하도급 업체로서는 계약서 없이 기성 시수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대우조선해양이 임의로 작성한 정산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사전 조율이나 합의 절차 없이’ 수정ㆍ추가 작업 기성이 집행된 사실을 대우조선해양은 내부 문서에서 반복해서 기록하고 있었고, 일방적으로 정해서 지급한 수정ㆍ추가 공사 하도급 대금은 하도급 업체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 또는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었다.

투입 노동력보다 턱없이 낮은 대금 지급
사 측 “합의하고 지급한 것… 행정소송 준비 중”

대우조선해양은 수정ㆍ추가 작업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것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를 ‘예산 부족’ 때문이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조사 대상 기간인 2013년에서 2016년 동안 국내 조선 업계 전체가 침체했고 특히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사 측은 생산 예산을 지속해서 감축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일반 상선과 달리 표준화하기가 어렵고 건조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수정ㆍ추가 공사가 더욱 빈번하게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하도급 업체들은 수정ㆍ추가 작업을 위해 투입한 노동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가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이 미리 합의된 기준도 없이 작업을 시킨 후 자신의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성을 일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도급 업체들이 수정ㆍ추가 공사를 위해 실제로 투입한 작업 시간 중에서 기성 시수로 인정된 비율은 평균적으로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본 공사의 경우 보통 작업 시간의 70% 이상 기성 시수로 인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정ㆍ추가 공사 하도급 대금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도 현저하게 낮았으며, 이는 「하도급법」 제4조제2항제5호의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로 같은 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부터 총 계약 금액의 3% 이내에서 수정ㆍ추가 작업이 발생하더라도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봐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 이는 본 공사의 3% 이내에서 수정ㆍ추가 작업을 하도급 업체에게 무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밖에도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 업체가 법인인 경우, 계약 이행 보증과 하자 보수 보증 명목으로 공탁금을 요구하는 것과 별도로 하도급 업체의 대표이사 개인에게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 하도급 업체가 이미 통상의 거래 관행에 따른 보증금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추가로 하도급 업체들에 부담을 준 것이다. 이는 하도급 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한 특약 설정을 금지한 「하도급법」 제3조의4에 위반된다고 공정위는 봤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 같은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하고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하도급 업체와 합의를 통해 대금을 지급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공정위의 입장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일부 입장의 차이가 있어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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