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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소셜믹스’ 안 한 재건축 단지에 이행 통보
▲ 소셜믹스 정책이 도입한 지 약 15년 간 ‘기계적 혼합’에 머무르면서 계층 간 갈등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좀 더 다양한 실질적ㆍ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소셜믹스(social-mix)’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해, 분양ㆍ임대 간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계층의 어울림을 꾀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는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가운데 일부에 소셜믹스를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지난 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와 신반포14차,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등은 최근 재건축정비계획 변경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소셜믹스를 제대로 적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서울시는 재개발ㆍ재건축 등에 소셜믹스를 적용할 때 원칙적으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구분 짓지 말고 섞어서 배정한다는 방침인데, 이들 아파트는 재건축정비계획에 임대주택을 일부 동이나 특정 층으로 몰아서 배치했기 때문. 이 같은 집중 배치를 서울시가 바로잡으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들 아파트는 서울시의 정비계획 수정 통보에 크게 반발했으며, 이미 서울시 방침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서울시가 권고한 대로 분양과 임대를 크게 구분 짓지 않고 동ㆍ호수를 나눴는데, 단지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향후 재건축을 통한 신축 규모는 신반포14차와 공작아파트의 경우 500여 가구이며, 신반포4지구는 3500가구 수준이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정비계획 변경은 신축 규모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쉬운지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무엇을 하든 대규모 사업장은 더 많은 의견을 듣고 더 많은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점이 좀 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분양 & 임대’ 구분 배치에 시정 통보
2010년부터 서울 전 도시정비사업 적용

소셜믹스 정책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서울시는 곧장 공공사업부터 이를 적용했으며, 2010년 이후부터 재개발ㆍ재건축 등 모든 도시정비사업지에 적용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것으로 동일한 자재ㆍ마감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출입구, 주차장, 커뮤니티시설 등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사회혼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안으로 예외를 둘 수 없다는 태도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여의도의 한 재건축 단지가 임대동을 아예 따로 짓겠다는 정비안을 제출하자 제재를 받았고 과거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의 소셜믹스 반영 요구에 강력한 항의에도 나섰지만 결국 서울시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제기동의 한 재개발 사업장은 디자인 설계에서 지적을 받아 계획안을 새로 고쳤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 조합이 서둘러 정비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은마아파트와 같이 임대물량만 1000여 가구 가까이 들어가는 사업지를 제외하고는 임대동을 따로 짓거나 분산배치를 하지 않은 곳이 심의에 올라간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어서다.

한 건축설계사 관계자는 “정비계획을 고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도 필요하고 시간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도 손해가 발생한다”며 “조합이 분양 물량 확보를 위해 임대 공급을 스스로 결정한 만큼 설계 과정에서부터 이를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관련 법령 제각각… 화합 걸림돌 작용

소셜믹스 관련 법령이 제각각이라는 점 역시 계층 간 화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분양주택은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임대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리한다. 「공동주택관리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관리비 부과 항목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관리비 항목에 위탁관리수수료를 포함하지 않고 임차인에게 장기수선충당금ㆍ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 관리비 외의 비용을 징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분양주택 입주민들은 임차인의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참여를 제한하기도 한다.

그나마 2013년 「주택법」에 “혼합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가 주택관리업자 선정, 장기수선계획 조정 등 5가지 사항에 대해 공동 결정하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 역시 5가지 사항 외 부대ㆍ복리시설 운영 등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차인과 협의 없이 결정하거나 임차인의 사용권을 제한하는 데 역이용됐다. 

서울시는 2007년 공동주택대표회의 구성 의무화 조항을 넣은 ‘서울특별시 분양ㆍ임대 혼합단지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을 마련했다. 그러나 분양주택 입주민들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반발하자 2015년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최근의 개정안에 혼합단지 관리 조항과 관련한 협약서를 별첨했을 뿐이다. 갈등 해소의 첫 단추인 혼합단지 공동주택대표회의 구성에 대한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다.

업계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는 게 현실적”

이에 따라 관련 법령 정비 등을 통해 소셜믹스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동주택대표회의 구성 및 공통관리규약 제정 근거를 법제화하고 공동결정사항에 잡수입 처리, 부대복리시설 운영 등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관리법」에 관리 규정을 구체적으로 추가하거나 해당 법령에서 혼합단지 관리 규정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위임하는 안이 거론된다.

한 지자체 임대주택 담당자는 “잡수입ㆍ관리비 처리, 부대복리시설 운영, 분양ㆍ임대 주민대표회의 구성 등 규정해야 할 사항은 많은데 여러 법령에 얽혀 있다”며 “아예 혼합단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오정석 서울주택도시공사(SH) 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혼합단지 관리법 등을 새로 제정하는 일은 무리”라며 “지자체가 조례로 혼합단지 관리 규정을 만들도록 위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시 임대정책을 총괄해온 임대주택과를 이르면 이달 안으로 공공주택과로 바꿀 예정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임대주택은 값싼 아파트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아 앞으로는 임대주택을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라는 의미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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