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세운 재개발 뒤집은 박원순 “노포, 지금은 알고 그땐 몰랐다”
▲ 2014년 서울시는 기존 8개 대규모 구역을 총 171개 중ㆍ소규모 구역으로 나눴다. 당시 구역도. <제공=서울시>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멈춰 세웠다. 덕분에 오랜 시간 우여곡절 끝에 봉합되는 듯했던 갖가지 불만,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다.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위해
4~5년 진행한 재개발 전면 재검토

지난달(1월) 23일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이하 세운지구) 정비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세운지구 정비사업을 일대 도심 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다만, 토지 보상 및 입주자 이전 협의를 끝낸 세운3구역 내 1ㆍ4ㆍ5구역은 “민간의 사업 진행을 막을 수 없다”면서 그대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3-1ㆍ4ㆍ5구역은 지난해 12월부터 철거에 들어갔다. 

세운3-2ㆍ3ㆍ6ㆍ7구역에 위치한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 등 노포는 강제 철거하지 않도록 중구청과 협력하기로 했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이하 수표구역)은 지난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으나 종합대책 마련 전까지 사업 추진을 중단시켰다. 

조남준 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상인 이주대책이 미흡하고 대단위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철거로 인해 산업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보존ㆍ정비 원칙 수립… 시민 참여 유도
종로ㆍ동대문 포함 산업생태계 재생

앞으로 서울시는 세운지구와 수표구역에서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에 대한 원칙을 세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소유주와 상인, 시민ㆍ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등을 협의 과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주변에 모여 있는 인쇄업, 가구ㆍ조명, 보석(종로), 의류(동대문) 등과 관련해 ‘도심 제조ㆍ유통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한다. 영세 상인을 위한 대책을 임시상가 우선 공급, 사업 완료 후 상가 재입주, 분양권 우선 제공 등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공공에서 임대상가를 조성ㆍ공급해 산업생태계를 유지하는 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최대한 보존ㆍ활성화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라며 “이번 계기로 시민의 삶과 역사 속에서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에 대해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2014년 변경한 결정 다시 뒤집은 꼴
전문가 “4~5년 간 주민의견 안 듣고 뭐했나”

이번 사업 중단 결정을 두고 박 시장은 2014년 스스로 변경한 결정을 다시 뒤집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달 21일 서울시와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지구는 2006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세운상가 일대를 허물고 주변 8개 구역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업 생태계 교란, 옛 도시조직 훼손, 생활 터전 붕괴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2011년 취임한 박 시장은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ㆍ수립했다.

바뀐 계획은 철거하려던 세운상가군을 촉진구역에서 분리ㆍ존치시켰다. 주변 지역은 옛 도시조직을 고려해 종전 8개의 대규모 구역에서 총 171개 중ㆍ소규모 구역으로 나눴다(그림1). 향후 주민 의사에 따라 통합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대부분이 부지를 합쳤다. 세운3구역의 경우 3-1ㆍ4ㆍ5, 3-2ㆍ6ㆍ7, 3-3ㆍ8ㆍ9 등으로 통합해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세운3구역 한 주민은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바람에 잠잠해진 문제도 다시 불거질 판”이라며 “서울시와 박 시장의 일방적인 결정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2014년) 서울시가 구역을 쪼개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고려해 대부분 참여를 포기했고, 이전까지 토지주와 시행사에서 부담한 비용은 모두 매몰비용이 됐다”면서 “이후 어렵사리 문제를 해결하며 4~5년이나 사업이 추진됐는데, 이제 와서 다시 결정을 바꾸는 행정은 사업비용과 주민 부담을 모두 늘리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애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는 한 라디오에서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반대할 때는 안 듣고 도대체 뭐 했느냐”며 “행정에서 중요한 것이 막판에 가서 이런 식으로 뒤엎어 버리는 일이 안 생기게끔 하는 것인데 이번 일은 박 시장의 판단 실수”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철거보다 보존을 주장하는 대표적 건축가로 꼽힌다. 

SH 시행 세운4구역만 통합개발 유지
명확한 기준 없어… 일부 조합 소송 불사

또한, 세운4구역만 통으로 개발하도록 이른바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행사가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이기 때문이다. 

이달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4구역은 2014년 계획 변경 당시에도 부지를 나누지 않고 통합개발 계획을 유지했다. SH는 2023년까지 이곳에 최고 18층 높이로 호텔ㆍ오피스텔ㆍ오피스 9개동을 지을 계획이다. 지난 1월 코오롱글로벌과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금액만 4810억5600만 원에 달하는 서울 사대문 안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사업이 상당히 진척돼 매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SH에서 세운4구역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약 1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SH 관계자는 “기존 개발계획 발표 시 사용한 설계비와 상권 침체에 따른 영업 보상비, 상인 임시 이주보상비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구역들도 2006년 이전부터 재개발 논의를 진행했고 토지주와 시행사 등이 부담한 매몰비용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명확한 기준 없이 통합개발을 철회 또는 유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세운3구역 1400억 원, 세운5구역 1700억 원으로 매몰비용을 추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발표에 앞서 전문가 공청회를 거쳤고 토지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토지주들은 “토지분할문제는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노포 보존 등을 이유로 어렵게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한 세운3구역 재개발사업에 또다시 제동을 걸자 토지주들은 강력 반발하는 실정이다. 

세운3구역 한 토지주는 “박 시장은 본인이 직접 변경한 2014년 재개발 계획을 법적 근거도 없는 생활유산을 핑계로 또 뒤집으려 한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막심한 만큼 비용을 보상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감사원 특별감사도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제공=서울시>

김학형 기자  keithhh@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