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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신 대란’ 국고 낭비… 수입에 의존할 것이 아닌, 국내 자급률 높여야

[아유경제=최다은 기자] 2017년 말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한 BCG 백신 주사가 부족한 ‘백신 대란’이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무료로 지원하던 주사형 백신 수급을 8개월 간 값비싼 도장형(경피용) 백신으로 대신 공급하면서 막대한 국고 출혈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한 백신 수입사가 정부와 협의 없이 주사형 백신 1년 치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CG(Bacille Calmette-Guerin) 백신은 영ㆍ유아와 소아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접종 방법에 따라 주사로 접종하는 피내용 백신과 도장형인 경피용 백신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BCG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고, 우리나라 BCG 백신 시장은 전형적인 복점(Duopoly) 형태로 엑세스파마가 피내용 BCG 백신을, 한국백신이 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해 판매해왔다.

문제는 질병관리본부가 SSI의 백신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주사형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한국백신에 JBL사의 주사형 백신 수입 허가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질병관리본부가 한국백신에 수입 허가를 내준 이후, 한국백신은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했다. 그해 12월에는 수정된 주문량 1만 세트도 더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7년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의 이 같은 행위는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 없이 이뤄졌다. 취소한 이후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후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은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결핵 예방에 차질이 없도록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으로 임시 무료 예방 접종을 시행했다. 이 기간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한국백신의 독단적 행동이 밝혀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BCG 백신을 독점 수입 판매하는 한국백신 등 계열사 2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한국백신 및 대표, 본부장 등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시장성이 매우 낮아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백신의 개발이 까다로운 데다,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 백신 개발에 뛰어들지 않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백신 공급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낮은 시장성으로 인해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없다면 국가가 기업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백신 개발업체들에게 규제를 풀거나, 지원금을 통해 활력을 돋우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지난 8월 말 질병관리본부는 백신 부족에 따른 수급조절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조치가 이뤄지진 않았다. 특정 기업의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시장은 자칫 독점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시장 불법행위 감시에 취약해질 수 있다. 정부는 백신수급을 수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닌 국내 기업들의 자급률을 키우는 방식의 정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다은 기자  realda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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