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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용균빠진 김용균법… ‘위험의 외주화’ 여전히 방치

[아유경제=장성경 기자]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청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이후 연이은 청년 비정규 노동자들의 사망, 이것은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가 빚은 참사였다.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일명 김용균법 시행을 외치며 전국적 투쟁이 일어났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김용균법이라고 부른 산안법 개정안이 정작 김용균도 보호하지 못하는 ‘안전생색내기용’ 껍데기 법안으로 전락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광화문에서 산안법 하위 법령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파기한 문제인 정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청노동자 보호 ▲건설기계 장비 사고에 대한 원천 책임 강화 요구 등 산안법 시행령의 전면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도급승인 관련 새 시행령에 김용균이 담당하던 업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도급 승인은 원청이 하도급을 줄 때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도록 한 제도로,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4월 입법예고 된 새 시행령에 따르면, 도급 승인 범위는 4개 화학 물질의 설비ㆍ보수ㆍ해체ㆍ철거 작업등으로 한정된다.

이는 태안화력 김용균 씨가 담당하던 업무나,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 씨가 담당하던 작업이 포함되지 않는 법안이다. 또한 대표적인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 현장인 조선업 하청도 도급승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위험의 외주화’ 근절은커녕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새 시행령이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20% 이상은 건설기계 장비에서 발생하고, 장비 사고 중 65% 이상은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 등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법안은 원청 책임 적용 대상으로 타워크레인, 건설용리프트, 항타기, 항발기 4개만 규정해 사고 다발 기종은 아예 제외해버렸다. 이는 건설기계 장비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시, 원청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멍으로 작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노동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됐지만, 위험의 외주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편, 이달 20일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렇게 말했다. “전국의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아직도 당연하다는 듯 목숨이 버려지는데, 정부가 말하는 국민에 노동자가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라고.

정부는 유가족들과 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기업의 위험 방지 의무를 강화하고 취약 노동계층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장성경 기자  bible8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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