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정비구역 일몰제 해제지 속속 등장… 커지는 ‘일몰제 공포’
▲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증산4구역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최근 정비구역 ‘일몰제’ 적용으로 서울 은평구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이하 증산4구역)이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데 이어 서초구 신반포궁전아파트(이하 신반포궁전ㆍ재건축)도 정비구역 해제를 앞두고 있다.

내년 봄 서울에서 정비구역 해제지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일몰제의 애매한 법 조항으로 현장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산4구역 재개발, ‘일몰제 1호’ 해제
신반포궁전 재건축, 정비구역 해제 ‘눈앞’

은평구 증산뉴타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증산4구역이 재개발사업 추진 13년 만에 서울시 1호로 일몰제를 적용받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2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는 증산4구역의 정비구역 해제(안)을 가결했다. 시 관계자는 “일정 기간 이상 사업 진척이 없으면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고, 서울시는 이를 따른 것”이라며 “도시재정비위원회 회의에서 일몰기한 연장 요청이 있었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시간 흐름에 따라 해가 저무는 것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 사업 진척이 되지 않을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제도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조의3제1항에서는 일몰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세부 규정으로는 ▲정비구역 지정 예정일로부터 3년 동안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된 날부터 2년 동안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승인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으로 지정ㆍ고시된 날부터 3년 동안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추진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 ▲추진위가 추진위구성승인일로부터 2년 동안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증산4구역은 2014년 8월 11일 추진위구성승인을 득하고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에 착수했으나 2년 안에 동의율 75%를 채우지 못해 일몰제 적용을 받게 됐다. 이에 추진위는 일몰기간이 도래하기 전인 2016년 6월 27일 전체 토지등소유자 32%의 동의를 받아 은평구청에 일몰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구 도시정비법 제4조의3제3항에서는 “시ㆍ도지사는 토지등소유자 100분의 30 이상의 동의로 일몰기한 도래 전까지 연장을 요청하거나 정비사업의 추진상황으로 판단해 존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기간을 2년의 범위 내에서 연장해 정비구역 등을 해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 추진(조합 설립)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근거로 증산4구역 일몰제 연장 여부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추진위는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일몰기한 연장 여부를 시ㆍ도지사의 재량행위로 판단,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정비구역 해제로 증산4구역의 용도지역과 정비기반시설 등은 구역 지정 이전 상태로 환원된다. 은평구는 촉진계획 변경에 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설명회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은평구는 정비구역 해제를 대비해 공공임대주택 건립과 도시재생, 가로주택정비사업, 지역주택조합사업 등 대안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증산4구역 추진위는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사업 추진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2007년 도입된 역세권 시프트는 기반 시설이 양호한 역세권 용지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을 서울시가 저렴하게 매입해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하는 재개발 방식이다.

추진위가 역세권 시프트를 원하는 이유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2019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서울에서 재개발사업 추진 시 임대주택 비율이 기존 10~15%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세권 시프트의 경우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므로 결국 통상적인 재개발과 임대주택 수는 비슷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기준에서 사업대상지 선정기준을 보면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은 저층주거지 보호를 위해 역세권 시프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도시재정비위원회가 주변 여건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정하는 경우에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대부분 역세권 시프트 사업이 1차 역세권(역 승강장 중심으로부터 반경 250m 이내)에서 진행된 데 반해, 증산4구역은 규모가 커서 2차 역세권(250~500m)까지 포함해야 전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운영기준에 따르면 역세권 시프트 적용범위는 1차 역세권으로 하되, 2차 역세권까지 대상지가 넓어지는 경우 250m를 초과하는 부분이 절반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시재정비위원회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증산4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약 80%가 재개발사업을 원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재량만 가지고 구역을 해제했다”며 “노후도가 심각한 증산4구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대안 사업인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와 구는 역세권 시프트 추진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증산4구역은 역세권 시프트의 경우 대상이 아닌 데다 용도상향 절차도 쉽지 않아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반포 궁전아파트 위치도. <출처=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아울러 서초구 신반포궁전 재건축사업도 일몰제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전망이다. 해당 단지처럼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한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은 처리결과를 두고 높은 관심을 보인다.

서초구는 이달 20일부터 오는 7월 22일까지 신반포궁전을 재건축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내용의 공람을 진행 중이다. 이 단지는 추진위 승인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아 해제 절차를 밟게 됐다. 

1984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신반포궁전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알짜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았다. 2014년 8월 21일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5년 5월 7일 추진위구성승인을 얻었다.

그렇게 조합 설립을 향해 순항하는 듯 보였던 이곳 사업은 감정평가액을 둘러싼 토지등소유자 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117㎡와 146㎡, 205㎡ 등 3가지 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전용면적 117㎡ㆍ146㎡ 소유자는 실거래가로, 205㎡ 소유자는 대지지분으로 감정가를 평가받겠다고 맞서면서 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원장이 물러나고 신탁 방식 재건축 도입 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게 됐다.

내년 봄 정비구역 ‘무더기’ 해제 가능성

도시정비업계에서는 내년 봄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23곳, 재개발 15곳 등 총 38곳이 내년 3월 2일 전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정비구역에서 일괄 해제될 예정이다. 

이들 38곳의 일몰제는 ‘추진위 승인 이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조치다. 2015년 국회에서는 정비구역 일몰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2년 1월 30일 이전에 이미 추진위 승인을 받은 곳들도 4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그때까지 조합설립을 하도록 했다. 이 규정이 2016년 3월 2일 시행됨에 따라 법 개정 4년 만인 내년 3월 2일 전국의 지지부진한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지들이 대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지난 4월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공문을 발송해 이들 38곳이 일몰제 적용 대상임을 고지했다. 여기에는 강남구 압구정3구역, 서초구 신반포2차, 송파구 장미1ㆍ2ㆍ3차 등 재건축단지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2지구 재개발구역 등 ‘대어’로 꼽히는 곳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시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서초구 등 각 구청은 일제히 해당 구역의 추진위에 일몰제 적용 대상임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초구는 공문에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지 않도록 해당 사업구역에서는 실질적 주택 공급을 위한 합리적 관리에 철저를 기하라”고 안내했다.

일몰제 적용 대상 여부도 ‘혼란’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달 4일 서울시와 동대문구는 정비구역 일몰제의 법 해석에 관한 질의를 담은 공문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지자체가 해석을 요청한 부분은 도시정비법 부칙 제5조제3항이다. 이 조항은 “(일몰제) 개정규정은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이 수립된 정비구역에서 승인된 추진위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규정상으론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에 추진위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지만 과거 정비구역 지정 이전에도 추진위를 만들 수 있던 시절 승인을 받은 구역의 경우는 다르다. 해당 조항의 ‘정비계획이 수립된 정비구역에서 승인된’이라는 조건에 따르면, 정비구역도 지정되기 전에 추진위가 승인된 경우는 일몰제 대상이 아니다. 내년 3월 2일 정비구역 일몰제로 해제 대상에 오른 38곳의 정비구역 중 동대문구 신설1구역, 강북구 미아11구역 등 재개발 사업지와 관악구 봉천1-1구역, 강북구 미아4-1구역 등 재건축 사업지 등이 이 같은 사례에 포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서 일몰제 대상 38개 구역을 선별할 때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결과, 모두 일몰제 적용 대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만 최근 구청에서 법 해석에 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재차 국토부에 명확한 법 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항 외에도 법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해석이 애매한 조항이 많아 조문을 명확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사업 추진이 오랫동안 지연되고 있지만 법규 해석의 문제로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된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 재개발 사업지와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광진구 자양7구역,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 사업지 등 4개 지역에 대해 일몰제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국토부에 질의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관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일몰제 적용 여부가 해당 정비구역의 많은 토지등소유자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일부 구역은 정비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양측 토지등소유자들이 서울시와 국토부 등을 상대로 민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 서울시 일몰제 적용 대상 정비구역. <자료=서울시>

김필중 기자  koreaareyou@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