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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놓인 도시정비사업… 업계 “사업 포기도 쉽지 않다”
▲ 정부와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조합들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서승아 기자>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여러 규제들로 가로막힌 데다가 서울시의 인ㆍ허가 지연으로 피해가 커지자 조합원들이 대규모 집회까지 개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재건축 심의 진행 약속 지켜라”… 조합들 잇따라 집회 개최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잠실역 사거리에서 ‘인ㆍ허가 촉구를 위한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조합이 마련한 좌석 400석을 모두 채워 약 500명의 조합원이 운집했다. 특히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장미아파트 등 타 단지 주민들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집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는 서울시가 지난 5월 내 재건축 인ㆍ허가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앞서 진행한 집회를 멈췄지만, 결국 지난달(6월)까지 진행된 바가 없어 다시 집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기존 설계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2017년 3월 국제공모를 하면 절차 간소화를 통한 건축심의까지 일괄 인가해주겠다고 제안해 조합은 공모를 진행하고 지난해 6월 조합원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당선작 설계안을 채택했다. 조합은 결정된 계획안을 서울시로 넘겨 수권소위원회 상정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서울시는 이를 인가해주지 않고 있다.

조합 측은 서울시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비계획 수립, 국제설계공모 등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하고 있음에도 인ㆍ허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회의록에 따르면 박 시장은 “빠른 시간 내 국제공모를 해서 (진행)하겠다던 조합장이 결국 비리 때문에 구속됐기 때문에 쭉 지연되면서 오늘에 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없자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주체들은 서울 주요 단지와 함께 오는 9월께 서울시청 앞 합동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정비사업 ‘혼돈’… 추진하자니 ‘규제’에 가로막히고 취소하자니 ‘매몰비용’에 막혀

이처럼 서울의 재건축시장은 정부ㆍ서울시의 압박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구역뿐 아니라 초기 사업장들까지 모두 진퇴양난의 상태다. 사업 진행이 더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구역을 해제하는 절차를 밟더라도 관련 매몰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3년 뒤에 주택 공급이 위축돼 수급불균형 등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서울시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비계획 추진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일부 사업지들은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사업장들은 냉정하게 사업성을 분석하는 모양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로 후분양을 준비하던 강북권의 한 정비사업장은 후분양 추진 자체를 재검토하고 나섰다. 후분양의 경우 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 사업성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지만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라는 또 다른 규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 HUG의 규제보다 감정평가 한 토지비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인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조정폭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해 속도전에 돌입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조합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되지만, 정부가 이 적용 기준을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간 이견, 시공자와 소송전 등을 감수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피했던 조합들은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시공자 선정을 진행 중인 조합들도 어려움에 놓였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원안 설계를 바꾸는 대안 설계를 적용할 때 사업비 10% 이내의 경미한 변경만 허용해 사업성을 높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단계 사업지들의 어려움도 크다. 정부가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을 재건축시장으로 지목하는 가운데, 재건축 연한을 늘려 재건축 추진에 대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통해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나도 재건축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을 고려하면 재건축사업을 애초에 시작하기도 어려워졌다.

안전진단을 받더라도 정비구역 지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지난 3월 서울시는 ‘도시ㆍ건축 혁신방안’을 통해 자치구가 서울시에 제출한 정비계획안의 심의 절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을 계획 수립 이전 단계에서 한 번 더 거치는 사전심의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재개발ㆍ재건축 밑그림 단계부터 서울시의 공공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 잣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느껴져 사업을 그만두기도 어렵다. 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 과정까지 소요된 비용이 적지 않은 탓에 사업을 중단할 경우 매몰비용을 향후 시공자가 모두 떠안게 돼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수립 중인 정비계획을 모두 회수하고 사업을 초기화한다면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이 향후 그대로 다시 반영돼 조합원들의 분담금만 더 커지게 된다”며 “그렇다고 아예 사업을 취소한다면 매몰비용이 감당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사업에서 손을 놓고 정부나 서울시의 규제 흐름을 보고 사업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 서울시의 정비구역 일몰제가 적용되고 있어 사업 추진이 정비 단계까지 이르지 못할 경우, 내년 3월 2일에 정비구역에서 일괄 해제되기 때문이다.

정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검토
전문가 “공급 동결로 가격 상승 우려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규제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도시정비업계의 어려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8일 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 아파트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서울의 분양가상승률이 아파트가격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다”며 “민간택지 경우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재개발ㆍ재건축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도시정비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이익을 얻고 조합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정부 규제는 집값을 잡는 개념이 아닌 단순히 동결시키는 과정으로 향후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동안 눌렸던 가격이 단기간 내 폭등할 우려가 크다”며 “규제로 인해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만 옥죄어 결과적으로 수요만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거래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 송파구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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