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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강남 재건축 단지 ‘혼란’
▲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을 예고하면서 부동산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재도입을 공식화했다. 특히 현재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친 재개발ㆍ재건축 단지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해지면서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김 장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검토할 때 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 대상과 시기, 방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실수요자가 부담하기에 높은 분양가로 주변 부동산의 가격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며 “이를 그대로 둬서는 시장이 불안정해져 실수요자의 부담 면에서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분양가를 낮춰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고 시장에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도입 조건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어떤 조건에서 도입할지를 말하는 것은 빠르다”면서 “시장 상황을 보고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품질이 떨어지는 아파트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 장관은 “공공택지 공급 아파트에 이미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있고, 위례나 세종에서 고품질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며 “가산비라는 것이 책정돼 있기 때문에 저품질 아파트가 만들어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주거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서민들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책무”라며 “모든 것을 다 시장에 맡겨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 막바지 검토 중”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의 택지비(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더한 기준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공공택지에 도입된 후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됐으나 2015년 4월 민간택지는 조건부실시로 바뀌며 유명무실해졌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별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 적정성 여부를 심사ㆍ승인한다. 반면 민간택지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간접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건설사 등 사업 주체가 HUG의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선 주변 시세의 105%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려면 직전 3개월 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 1을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 1을 초과한 지역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등 3가지 부가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하지만 지정요건이 까다로워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이 조건을 충족한 지역이 없었기 때문에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사례는 전무했다.

이를 반영해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요건을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법 시행령」에 명시된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요건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항목을 손볼지는 막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쪽에선 정부가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의 기준을 ‘물가상승률 초과’ 또는 ‘물가상승률의 1.5배 초과’ 정도로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분양가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청약경쟁률이 5∼10대 1 요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있지만 앞선 전제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대상 지역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급 적용’ 예고에 강남 재건축 단지 ‘혼란’

현행 「주택법 시행령」으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소급 적용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후분양을 통해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려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대부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만큼,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가 있는 상황에서 적용 시점을 개정하지 않으면 같은 강남권이라도 어디는 적용을 받고, 어디는 받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두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이미 후분양제 채택을 확정했거나 검토하던 단지들도 내부적으로 사업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HUG의 분양가 규제로 후분양을 검토 중인 상황이었다”며 “만약 후분양을 결정한 단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우리 단지 재건축사업은 잠정 휴면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건축 추진을 앞둔 단지들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신구 양천발전시민연대 부대표는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단지들은 현재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진행 단계지만 정부의 대책에 따라 사업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며 “민간택지로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면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라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 20~30% 낮아질 것”

건설업계에서는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20∼30%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파트값이 높은 강남권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것은 물론 HUG의 관리 하의 분양가보다도 20∼30%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를 추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후 전국의 분양가가 16∼29%, 평균 2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의 전용면적 84㎡ 규모의 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자율화에 비해 25% 낮아지고, 동일 주택형의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29%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7년과 현재 택지비나 건축비 등 제반 여건이 달라졌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HUG 산정액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 인하 효과는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마친 상태다. 지난 5일 입법예고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오는 9월부터는 아파트 분양가 산정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과거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절보다 더욱더 깐깐한 분양가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변경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역시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 없어 이달 중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진다면 40일간의 입법예고 등을 따져도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둘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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