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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임대주택 건설ㆍ임대차보호법 개정’ 이중고에 도시정비사업 갈수록 ‘난항’
▲ 도시정비사업지들이 임대주택 건설 강요ㆍ상가 세입자 보호 강화로 발 빠른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아유경제 DB, 편집=서승아 기자>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정부의 분양가상한제로 시작된 도시정비사업 악몽이 이번에는 서울시 임대주택 정책과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대1 재건축에도 ‘임대주택 건설’… 인허가권 쥔 서울시 강요에 조합들 ‘울며 겨자 먹기’

올해 말까지 정부가 ‘부동산 잡기’식 대응을 이어가자 일부 재건축 조합들은 규제를 피할 방안으로 극소물량만 일반분양하는 1대1 재건축을 대안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1대1 재건축에 임대주택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도시정비업계 한쪽에선 서울시가 도입한 소셜믹스(Social-mix) 정책에 대해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셜믹스는 2003년 단지 내 분양과 임대를 함께 조성해 사회적ㆍ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도록 서울시가 도입한 정책이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조합원들과 조합의 갈등만 불러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은 대부분 임대주택 건설 계획을 포함한다. 재개발사업은 전체 세대수의 최대 15%를 임대주택으로 분양해야 하고, 재건축은 정해진 비율은 없지만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보면 늘어난 세대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임대주택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다. 아울러 임대 동을 따로 만들어 차별하는 일을 막기 위해 임대 동까지 함께 섞어서 분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지난 25일 소식통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A 재개발사업은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면서 임대주택 물량으로 인해 조합원과 조합 간 내분을 겪었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조합원 몫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조합원들은 관련 조례를 검토해 조합원 대상 물량을 임대주택 물량과 섞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조합원한테는 먼저 좋은 물량을 줘야 함에도 왜 임대랑 같은 승강기를 같이 타야 하냐’는 등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주장과 ‘임대라고 하면 왠지 소득 수준이 낮다는 선입견이 있어 집값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조합은 임대주택 물량은 일반분양분과 섞어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정부에서 최대한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하고 임대주택이 차별받지 않도록 여러 규칙을 정했지만, 조합원으로서는 집값이나 사회적 인식 문제로 달가워하지 않는 점은 재건축사업에서도 드러나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사업도 최근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가 임대주택 물량 때문이라고 밝혔다.

B 재건축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시 용적률을 상향한 만큼 기부채납을 하기로 정했지만, 기부채납 중 상당 부분이 교육부지를 사는 데 쓰이게 돼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교육부지 기부채납을 인정하게 되면 그만큼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들어 교육청에서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청하게 돼 교육청과의 협의도 원활하지 못하다”면서 “서울시는 임대주택 건설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만 관심사인 거 같다. 사업을 언제까지 지연시켜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임대주택 비율로 사업 진행이 지연됐던 서초구 방배임광 재건축사업도 최근 정비계획 수립을 마무리했다.

지난 5일 방배임광 재건축사업은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 임대주택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지연됐지만 결국 서울시의 임대주택 건립을 받아들여 정비구역 지정이 고시됐다.

2018년 7월 방배임광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공임대주택 148가구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재건축사업 최고치인 299.99%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주민 공람ㆍ공고 과정에서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됐다.

방배임광 재건축사업은 서초구 방배로 14(방배동) 일대 3만3024㎡를 대상으로 한다. 이곳에는 건폐율 30% 이하, 용적률 244.17% 이하를 적용한 지상 최고 27층 이하 공동주택 7개동 872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 중 148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구성된다.

재건축사업은 개인의 사유재산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건립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인허권자를 쥔 서울시가 임대주택 건립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조합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늘리고 있다.

용산구를 보면 한강삼익 재건축사업의 경우 세대수를 기존 555가구에서 임대주택 73가구 등을 추가한 672가구로 수정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인근 원효산호도 기존 555가구에서 임대주택 73가구 등을 추가한 672가구로 정비계획을 수정했다.

특히 이촌왕궁 재건축사업은 1대1 재건축을 적용해 임대주택을 건설하지 않아도 되지만 서울시의 권고로 임대주택 50가구를 짓는 내용을 정비계획(안)에 담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의지가 매우 강해 조합들은 사업 지연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와 분양가상한제 등 잇따른 규제 시행에 도시정비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나마 돌파구로 작용하던 1대1 재건축도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시행인가 후에도 ‘발목’… 업계 “건설 비율 증가만으로 임대주택 인식 개선 어렵다”

게다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사업지조차 임대주택 건설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셜믹스 정책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파트는 임대주택의 딱지를 붙인 채 분양을 진행해 전체 동 중 임대 동만 따로 만들어 짓거나 선호도가 낮은 아래 층수를 분양한다. 입구나 엘리베이터를 따로 만들거나 커뮤니티 시설 이용에 제한을 두기도 해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보인다.

한 입주민은 “경쟁률이 높아 당첨 당시에는 지인들에게 축하를 많이 받았지만, 막상 입주하려니 임대 입주민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소셜믹스 정책을 고수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임대주택 비율을 30%까지 늘리고 재건축도 의무비율을 부여하는 등 오히려 정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높이는 경우 조합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입주자들에 대한 차별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어 임대주택 비율만 늘리는 것은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이라도 임대주택과 같은 동이라면 선호도가 떨어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조합이 좋아할 수가 없는 데다가 개인의 재산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내 돈을 들여 남의 집을 짓는다는 인식도 강해 공감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보호 강화’ 추진… 업계 “조합과 상가 임차인 간 갈등 더욱 빈번해질 것”

한편, 세입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포착돼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과 상가 세입자 간 갈등으로 번져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사업비가 대폭 늘어나고 재산권 침해 등 위법 소지가 커져 도시정비사업의 사업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이날 당정 협의를 열고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경우 상가 세입자 권리를 따로 보장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담겼다. 당정은 재건축사업으로 상가 건물이 철거될 경우 세입자에게 우선 입주 요구권이나 퇴거 보상 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우선입주요구권은 재건축 뒤 신축 상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퇴거보상청구권은 건물 철거에 따른 영업손실금, 시설투자금 등을 임대인에게 요구하는 제도다. 

그동안 재건축사업 진행으로 건물이 철거될 경우, 임대차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상가 세입자는 우선입주요구권과 퇴거보상청구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에 반해 재개발사업에서는 우선입주요구권과 퇴거보상청구권이 보장돼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다만 이번 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추진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이 커 순탄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보상금을 놓고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갈등은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은 2018년 6월 이주를 시작했지만, 세입자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입자들이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절차가 상가 세입자와의 보상금 협상”이라며 “이번에 법이 바뀌면 조합이 부담할 세입자 보상금이 증가하는 데다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주거 안정이라는 장점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장점은 이거 하나뿐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4년으로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내부 리모델링 등 수리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커져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가 심해질 것이고 향후 새로운 임차인이 이를 책임지기를 부담스러워해 지역 슬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차인이 계약 중간에 이사하겠다고 할 경우, 이에 따른 분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대인은 임대료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없어 향후 부동산 거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정책을 시행한 독일의 경우 임대료가 30% 급등했으며 일본은 주택이 낡아 공급이 안 되는 사례가 많았다.

재산권 침해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세입자가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버티는 이른바 ‘알박기’가 증가하면서 조합원의 금전적 피해만 불어나기 때문이다. 사업비 증가는 조합의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또 기존 세입자에게 상가 우선 입주권이 주어지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은 업종 선택이나 임대료 책정에 제한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이처럼 사업 주체들의 시름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정부가 임대주택 건설과 임대차 문제로 도시정비사업 진행이 어려운 현실을 파악해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제도ㆍ대안 등에 귀추가 주목된다.

▲ 이촌왕궁 재건축 조감도. <출처=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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