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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서울시, 노후주택 붕괴 위험에도 도시정비사업 ‘외면’ 이어갈까?
▲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신축 아파트 공급을 막아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원순 시장 임기 중 정비구역 263곳 중 3분의 1가량 ‘해제’
재건축사업 지지부진에 노후주택 주민들 위험↑

지난 17일 서울시에서 열린 국회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정비구역은 2012년~2019년 총 132곳이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 263곳 중 3분의 1가량이 해제된 것이다. 그마저도 재개발ㆍ재건축 구역 중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87곳(전체 중 약 33%)에 불과하다. 이처럼 서울시가 집값 억제를 이유로 재개발ㆍ재건축에 대한 규제 기조를 이어가는 사이 서울시 노후 주택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같은 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내 289만 가구 중 59만 가구(20.1%)가 최소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으로 집계됐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30년 이상된 주택의 비율이 51.8%에 달했으며 연립주택의 경우 36.2%, 아파트의 경우 18.6%를 차지했다. 1979년 이전에 준공된 40년 이상 된 주택도 17만 가구에 달했다. 

윤관석 의원은 “노후화된 지역의 경우 주변 환경의 쇠퇴와 거주 주민의 노령화와 맞물려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해 지역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택의 노후화가 가속화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에 처한 곳이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서울시 안전 취약시설물 DㆍE급 현황’에 의하면 노후로 인한 붕괴 위험 아파트는 지난 9월 말 기준 53개동에 달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남서울아파트의 경우 13개동이 E등급을 받아 조치가 시급하다. 신길동 아파트를 제외한 40개동도 D등급을 받아 보수가 요원하다. 세부적으로 관악구 조원동 17곳, 용산구 이촌동 6곳, 구로구ㆍ오류동 4곳 순으로 많았다. 

안전 취약시설물 조사 결과, D등급은 긴급한 보수나 보강이 필요하고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등급은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한다. 서울시 건축물 가운데 D등급은 112곳, E등급은 19곳으로 131곳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아파트 외에도 다양한 건축물의 안전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주택은 15곳, 상가 등 판매시설도 10곳이나 D등급을 받았고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육 시설과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육교 등도 안전 취약 판정을 받았다.

민경욱 의원은 “서울시가 집값 억제 등의 목적으로 재건축 허가를 최소화하는 사이, 노후 아파트에서 사는 주민들은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공급 없는 규제로는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로 밝혀진 만큼 시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재건축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사업은 앞서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정밀안전진단과 예비안전진단에서 잇따라 불가 판정을 받아 주민들과 서울시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강화된 정밀안전진단 기준은 주거환경, 구조 안정성,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비용분석 등 4가지 항목을 가중 평가하는 방식에서 주거환경의 가중치를 40%에서 15%로 낮추고 구조 안전성 가중치는 20%에서 50%로 상향시켜 건물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없다면 건축을 허가하지 않도록 개정했다.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아파트는 지난해 10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가능’ 판정인 D등급을 받았지만 최근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동부그린아파트까지 재건축사업 추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개정된 지난해 3월 이후 서울에서 최종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는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가 유일해졌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3억 원을 모금했고 동부그린아파트는 4000만 원을 모금했지만, 안전진단에 통과하지 못해 이 비용은 매몰비용으로 넘겨질 위기에 처했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와 양천구 목동6ㆍ9ㆍ13단지 등도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이지만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2차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1971년 12월 완공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재건축 단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008년 추진위구성승인을 받은 바 있지만,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은 수돗물 녹물은 일상이고 폭발과 붕괴 위험으로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노후주택에 대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공동주택의 노후화에 대한 대응으로 리모델링사업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개최된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법ㆍ제도 및 정책방안 수립 간담회’에서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 이동훈 대표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김은희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은 노후화에 따른 성능 개선이 핵심이지만 소비자들은 신축에 준하는 성능을 원하고 관련 법령도 개발사업만큼 복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이동훈 대표는 “두 번의 구조 안전성 검토에 2년 이상 걸렸고 건축ㆍ도시계획 심의, 사업 계획 승인, 안전진단 등에 따른 10여 가지 세부절차가 있어 6년째 사업 추진이 표류하는 단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은희 연구위원도 수직증축을 허용한 2014년 이후 1건의 착공 단지도 발생하지 않은 원인으로 복잡한 사업 절차를 꼽으며 공동주택 리모델링 개별법을 제정하는 방안과 기존 법령의 개정을 통해 리모델링 제도를 정교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신민규 서울시 리모델링 자문 위원은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은 국가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으로 민간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자는 취지”라며 “관련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구현할 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리모델링사업마저도 규제에 가로막혀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양천구 목동13단지도 재건축 연한(30년)을 넘겼지만 좀처럼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해 노후화가 가속되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업계, 서울시 아집 ‘요지부동’… “규제 완화해야 주택가격 안정화 이룰 수 있다”

이처럼 노후주택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불편 및 위험이 불어나고 있지만 서울시의 아집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게 유관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평생 집 한 채 장만해보려는 서민들의 꿈은 여전히 이루기 어렵다”며 “재개발ㆍ재건축 중심의 주택 공급은 그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해 집 없는 서민의 박탈감만 커지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집값 상승이 재개발ㆍ재건축사업 때문이라는 박원순 시장의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재개발ㆍ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서 박 시장은 “개발과 성장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으로 시정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각자도생이 아닌 시민 모두가 함께 짐을 나누는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며 “서울시는 그간 공적 지원주택 24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열심히 뛰어왔다. 도심 유휴공간과 공간 재창조를 통해 8만 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임대주택 공급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업계는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 및 서울시의 정책은 규제 위주 정책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며 “주택가격의 상승을 막기 위한 정책당국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추가 주택 공급 없이는 부동산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규 주택의 공급을 막는 규제 위주의 제도를 완화해야만 높아진 소비자의 거주지에 대한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고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건설투자 확대 ‘강조’… 규제 완화 가능성 ↑?

하지만 정부가 경제성장이 침체돼 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 박원순 시장도 이에 발맞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금 추이대로 이어진다면 2% 달성도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건설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서 지난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 장관회의 동행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전망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예상한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각각 2%, 2.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직접적이면서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 건설경기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적 경기부양책으로 건설경기 활성화를 시도한다면 박원순 시장도 따라서 일부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 “여의도ㆍ용산 통개발 추진 보류 등의 사례를 고려해 볼 때 박원순 시장은 정부와 불협화음을 내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가 세워지면 시장이 강남 재건축이나 서울 부동산 재개발을 원치 않더라도 일부라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을 둘러싼 규제로 인해 노후주택 등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조합과 규제책을 주장하는 정부ㆍ서울시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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