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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서울시 “건설ㆍ철거현장 인권 지킨다”
▲ 최근 경기 용인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천장판넬 점검 도중 고정물(앙카) 이탈로 작업자 1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공=한국시설안전공단>

[아유경제=박휴선 기자] 서울시가 건설현장과 철거현장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해 서울시는 통계적으로 다른 분야 사업장보다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활성화할 전망이다.

또한 시는 인도 집행대상자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는 철거현장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올바른 인도 집행 문화 정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4대 법령 개정안을 도출했다.

건설ㆍ철거현장에서 들려오는 ‘안전’ 경고음

최근 A사가 시공 중인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매몰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일 오전 9시 40분경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지붕이 무너져 내려 건물 내부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A씨 등 40대 인부 2명이 매몰됐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전 8시 30분쯤부터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이 즉시 출동했지만 아침부터 내린 비에 2차 붕괴 우려가 있어 구조 초반 난항을 겪었다. 현장에는 장비 13대와 소방대원 29명이 투입됐다. 사고 발생 3시간여 만에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이 중 1명은 무너진 구조물에 다리 등 하반신이 깔리며 마비 증세를 보였다. 

이주노동자들의 건설현장 사고도 매년 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건설현장 안전교육이 통역 없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조사한 ‘최근 5년간 내ㆍ외국인별 산업재해 발생현황’ 에 따르면 2018년 136명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2014년 85명에 비해 60% 늘어난 수치다.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은 “사업장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안전교육은 사고 발생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비용절감, 작업효율 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의 ‘고용허가제’도 문제다. 이주노조는 “지금의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건설현장의 사장이 직접 이주노동자의 재고용ㆍ재입국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큰 사업장이라 옮기고 싶더라도 쉽게 옮기지 못한다”며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직접 관리ㆍ감독하는 ‘노동허가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용산참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은 건물 옥상에서 시위를 하다가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재개발 탓에 생활 터전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자 절박한 마음에 고공시위를 했다고 한다.

10년이 지난 요즘도 철거현장 강제집행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현장에서는 한밤중에 용역 업체 직원이 문을 두드리면서 이사를 종용했다. 성북구 장위7구역에서는 대형 굴착기가 세입자가 있는 건물 외벽을 두들기는 일도 있었고, 마포구 아현2구역 세입자 박준경씨가 철거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 서울의 한 재건축 철거현장에 걸린 현수막. <사진=아유경제 DB>

서울시 “철거현장 인권 지킨다” 4대 개정안 도출

서울시는 철거현장 이주민들 보호를 위해 4대 법령 개정안을 도출했다. 지난 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2019 강제철거 관련 법령 개정안 포럼’을 열고 철거 현장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령 개정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철거지역 인도 집행 대상자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거나 부당한 인권침해나 폭력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올바른 인도 집행 문화 정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시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강제철거 현장에서의 인권지킴이단 활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17년 4월부터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을 운영 중이다. 공무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4인 1조로 구성된 단은 출범 이후 3년간 230회에 걸친 현장 출동을 했고, 집행관의 강제력 행사나 용역 구분 등에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강제철거 절차를 규율하고 있는 「민사집행법」, 「경비업법」, 「집행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등 4개 법령에 대한 것이다.

현행 「민사집행법」에 대해서는 집행관의 강제력 사용에 관한 규정이 모호해 강제력 행사가 오남용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원칙적으로 집행관이 채무자에게 유형력(육체적ㆍ정신적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법 개정을 제안했다. 다만, 채무자가 집행관의 정당한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방어적 차원에서 채무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가운데, 채무자의 신체 또는 물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경비업법」과 「집행관법」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발생한 위법상황에 대한 정확한 책임소재를 따져 물을 수 있도록 집행관과 채권자 측 사설경비인력 역할을 명확히 하고 식별 가능한 표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집행현장에서는 집행관과 집행보조자, 사설경비인력 등이 혼재돼 있어 누가 누군지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폭행, 상해 등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현장에서 책임소재를 따지기가 어려워 집행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도시정비법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정비구역 밖으로 이주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전하는 주거이전비를 산정할 때 실제 이주하는 시점의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개정안을 만들었다. 현행법은 주거이전비 산정 기준시점에 대해 별도 규정이 없고 지급 시기를 관리처분인가 이후로 정하고 있어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거이전비 산정 시기와 실제 지급 시기 사이에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적 차이가 있어 손실보상금이 종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에 도출한 4개 법령 개정안은 3년간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이 발로 뛰며 발굴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도출한 해결방안이라는 점에서 현장성과 실효성을 담보 한다”며 “서울시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이 철거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개선안까지 제안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장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안전점검 체크리스트’ 내년 1월 도입한다

서울시는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해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심지 건설현장에 최적화된 안전점검 기준을 담은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시는 2020년 1월부터 서울시 건설현장 안전점검 시 해당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도록 지도ㆍ감독하고, 이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는 2만5779건의 빅데이터를 재해유형별로 분류해 도심지 건설공사에 최적화된 근로자 안전ㆍ보건ㆍ시공ㆍ품질관리 안전점검을 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안전한 도시 서울을 건설하기 위해 도심지 건설공사에 최적화된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서울시 건설공사장의 안전점검 기준을 점검하기 위해 제작됐다. 빅데이터를 통해 공사장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작업 장소와 여건이 수시로 변하는 것도 반영했다. 

발주자는 현장점검 시 현장의 안전점검 상태를 확인하는 리스트로 활용하고, 감리자는 건설현장의 안전순찰 및 안전관리 계획검토 등 감리자의 안전관리 전반에 걸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시공자도 안전점검 리스트 및 위험성평가 시 위험요인의 도출, 안전순찰시 점검리스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의 한 항목으로 근로자 안전 및 보건 항목에는 ‘추락 재해예방에 관한 사항’이 기재돼있다. 시는 추락에 의한 위험방지 관련한 법과 기준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요건 등에 있으며, 보호구에 관한 사항은 동법 제31조 등에 있다고 밝혔다.

‘추락 재해예방에 관한 체크리스트-1’에는 고소작업구간 단부 안전난간 설치여부, 안전난간의 설치기준(높이, 재질, 수직재, 고정상태) 준수 여부, 지면에 생성된 개구부(고정, 사용자재 강도, 식별표시, 해치발판 사용) 추락방지시설 여부, 이동통로(발판설치, 발판고정, 틈새, 수직상승통로) 설치기준 준수 여부 등 12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공사는 도심의 각종 민원, 교통통제의 제약, 인접구조물의 영향, 복잡한 지하매설물, 협소하고 열악한 공사장 여건, 적정 공기 부족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책임은 시공자, 감리사의 책임이 물론 크지만 발주자인 서울시도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건설현장은 통계적으로 다른 분야 사업장과 비교하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건설현장 안전점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서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일하다 죽으러 한국 온 것 아니다” 올해 상반기 이주노동자 42명 사망

일각에서는 건설현장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인 18일을 사흘 앞둔 지난 15일 서울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71명에서 2018년 13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1∼6월 산업재해 사망자 465명 중 약 10%인 42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이날 행사에서 이주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주공동행동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주변에서 문화제를 열고 “더는 죽이지 마라. 노동 안전 보장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올해 어느 때보다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망 소식이 많았다”며 “목동 빗물 저류시설, 경북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 대전 금속 제조공장, 평택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등에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잇따랐다”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유엔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채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한국은 아직 해당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은 한국에 필요하지만, 우리의 존재와 권리는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고, 이주노동자에게 안전 교육 없이 안전 장비도 주지 않고 일을 시켜 사망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일하다 죽고 싶지 않다. 일하다가 죽으려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북 영천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종이 쿠폰을 지급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분을 이용해 신고하지 못하도록 겁박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것이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2019년 한국사회의 민낯”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서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도 차별받지 않도록 평등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지난 8월 31일 충북 충주시 살피면에 위치한 폐기물 작업장에서 작업차량 브레이크 고장으로 운전사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공=한국시설안전공단>

박휴선 기자  au.hspark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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