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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획] 재건축 발목 잡는 주택-상가 분쟁… 해결 방안은
▲ 개포주공1단지. <사진=아유경제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재건축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택과 상가 소유자 간 분쟁은 고질적인 사업 지연 요인으로 꼽힌다. 조합 설립 동의 거부와 각종 소송ㆍ민원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사업비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재건축 주택ㆍ상가 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시, ‘조합-상가 갈등’ 개포주공1단지에 중재 인력 투입
서초신동아, 상가 소송에 ‘관리처분인가 취소’ 위기 겪기도

7일 도시정비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과 상가 측 주체인 상가위원회(이하 상가위)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는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율ㆍ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공공기관이 지원 또는 추천을 통해 민간 전문가를 위촉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최근 개포주공1단지 조합은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위해 상가위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상가위는 조합에 땅값과 협조비 등의 명목으로 총 1300억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1300억 원이란 금액이 과도하고 근거가 불투명하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가위 측은 조합에 상가가 기여한 대지 930평에 관한 비용 1000억 원과 분양가상한제 회피 협조에 관한 300억 원이 과도한 요구는 아니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는 오는 4월 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지 못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가구당 1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초구 서초신동아 재건축 조합도 상가 소유자들과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은 서초신동아 상가 측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인가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상가 소유자들이 분양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추산액 비율을 정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상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서초신동아는 관리처분인가가 취소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초과이익환수제)의 사정권에 들게 될 처지였다. 2018년 1월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받게 되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초신동아 상가 소유자들은 지난달(1월) 21일 조합에 제기한 관리처분인가 취소 소송을 취하했다. 조합이 상가 소유자의 아파트 입주권을 모두 보장하는 등 상가 측과의 합의를 이뤄내면서 소송 취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장미1ㆍ2ㆍ3차 재건축사업도 2016년 6월 통합 재건축 추진위구성승인을 받은 뒤 조합 설립을 추진했지만 상가 소유자들과의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상가 재건축협의회 출범 이후 동의서 징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작년 말 조합 설립 동의율 75%를 달성하고 오는 23일 조합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재건축 상가 소송, 조합 설립-관리처분 단계에 많아
전문가 “사전협의체 제도화ㆍ독립정산제 표준안 마련 필요”

이처럼 재건축사업 진행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가 관련 분쟁과 갈등은 대부분 조합 설립 및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제기돼 사업 지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해까지 재건축사업 상가 관련 소송은 73건이 발생했다. 이중 소유권 이전등기 관련 소송이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리처분계획 취소 15건, 토지 분할 14건 조합설립인가 무효 13건, 손해배상 약정금 6건, 총회결의 무효 4건, 정비계획 결정 취소 2건 등의 순이었다.

사업을 지연시키는 분쟁 유형으로는 ▲종전자산 평가에 대한 불만 ▲과도한 상가 매도가격 및 영업 보상(일명 알박기) ▲신축 상가 위치와 면적에 대한 협상 갈등 ▲독립정산제 기준 불명확 등으로 조사됐다.

한 재건축 구역에서 사업 시행 5년 동안 11번의 소송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과천주공 7-1구역은 2012년 토지 분할 소송 이후 5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이 기간에 항소심을 포함해 소송 11건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에서 반복되는 주택ㆍ상가 소유자 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협의체를 제도화하고, 독립정산제(재건축사업에서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 개발이익과 비용을 따로 정산하는 방식) 표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진위 단계부터 주택ㆍ상가 간 사전협의체를 구성하도록 제도화하고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한다면 주택ㆍ상가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상가 조합원들을 위한 ‘상가 독립정산제’의 표준안 마련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가 조합원에게도 주택 분양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광순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상가와 주택의 경계를 허물고 상가 조합원에게도 아파트 분양권을 부여할 경우 상가만의 이익이 아닌 사업 진행의 큰 틀을 보고 합리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공공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성규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사업 과정에서 분쟁과 갈등이 여전히 발생하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 부족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며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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