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아유경제_기자수첩] ‘전염병 혐오’ 역사 되풀이 되나… 정확한 판단까지 기다려야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우리는 ‘차별’의 역사로 물들어 왔다. 그 많은 역사 속에, 그 넓은 인류 국가 중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다. 특히 그러한 차별과 혐오가 극대화되는 때가 있다.

1340년대 흑사병(페스트)은 유럽에서 약 2000만~3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전염병의 무서움은 단순히 목숨을 앗아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병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과 사람간의 혐오와 차별을 극대화시켜 무분별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게 한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당시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이는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살육으로 이어졌다. 교황 클레멘스 6세가 칙령을 발표해 소문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물에 독을 탔다’는 말은 역사 속에서 반복돼 유럽과 유대인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본의 관동지역에서 되풀이 됐다. 1923년 9월 1일 일본은 대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고, 한국인이 우물에 독을 풀어 일본인을 해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로 인해 군대ㆍ경찰 등에게 죽음을 맞이한 한국인은 약 6000명에 달한다.

19세기 콜레라가 미국 여러 도시에서 유행할 때는 카톨릭 신자였던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됐다. 1832년 뉴욕에 퍼졌던 콜라레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350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은 발병률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는 다를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국내에서 홍역이 유행할 때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서 홍역 확진자가 생기자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홍역이 확산했다’는 여론이 퍼지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해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권고하는 사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 격리ㆍ신고를 하고, 올바른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권장한다. 개개인이 충분히 예방을 하면서 권고사항을 따르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하지만 이 불안감을 타고 또 다시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치 확인이 된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로 인한 소문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각국에서 ‘중국인’,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일어났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코로나19가 중국 사람들과 동아시아 민족들에 대해 충격적인 편견의 물결을 일으켰다”며 각국이 이러한 편견과 차별에 싸워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소문 및 가짜뉴스들이 생성되고 있다. ‘중국 유학생에게 대통령 도시락이 제공된다’,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했다’, ‘신천지가 마스크를 나눠주러 다니는 척 전염병을 옮긴다’, ‘포항 의료원의 간호사 16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집단 사직했다’,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보낸 마스크 20만 장은 불량 마스크다’ 모두 가짜뉴스들로 판정됐다. 이 밖에도 아직 판단되지 않았을 뿐 떠돌아다니는 소문들이 있고, 밝혀지지 않았을 뿐 가짜인 뉴스들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도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한 번 뱉은 말이나 글이 일으키는 영향은 돌이키기 어렵다. 그렇기에 정확한 정보, 객관적인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소문을 확신으로 굳히는 극심한 혐오를 자제해야 한다. 확실하지 않은 소문과 이로 인한 차별 및 혐오는 실제 전염병 대응 역사 대부분에서 그러했듯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은비 기자  qlvkbam@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은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