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아유경제_헤드라인] 분양가 누르기에 ‘가격 역전’ 현실화… 후분양 눈길 돌리는 재건축 조합
▲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지에서 분양 관련 ‘가격 역전’ 현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방안으로 후분양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지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분양가가 조합원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돼 사업 주체인 조합원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으로 눈길을 돌리는 조합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건설사들도 앞다퉈 후분양을 제안하고 나서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신반포3차ㆍ경남, 개포주공1단지 등 분양가 역전 ‘가시화’

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래미안원베일리’의 분양을 앞둔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HUG와의 분양가 협상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HUG가 제시한 분양가를 받아들이면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높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단지의 조합원 평균 분양가는 3.3㎡당 5560만 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UG는 이 단지의 적정 분양가로 지난해 11월 분양한 ‘르엘신반포센트럴(반포우성 재건축)’의 4891만 원과 비슷한 3.3㎡당 4900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UG의 계획이 현실화되면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조합원분양가는 약 18억8700만 원이지만 일반분양가는 16억6303만 원이 된다. 이 경우 가구당 평균 2억3000만 원 수준이었던 분담금이 1~2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조합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총회를 열어 이목을 끌었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합이 지난달(4월) 28일 관리처분 변경총회를 통해 결정한 일반분양가는 3.3㎡당 4850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HUG가 이 같은 조합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12월 분양을 마친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의 분양가는 3.3㎡당 4750만 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개포주공1단지 조합이 제시한 4850만 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도 HUG와 막바지 분양가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합이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3550만 원이지만 HUG는 2970만 원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합 측은 HUG가 제시한 2970만 원으로 일반분양가가 책정되면 조합원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라 사업성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조합은 다음 달(6월)까지 HUG와 분양가 협상을 완료한 뒤 일반분양가를 3550만 원으로 맞추지 못하면 후분양 전환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HUG의 분양가 산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비가 새고 녹물이 나오는 아파트에서 버텨가며 재건축만 기다려온 조합원들보다 일반분양자들이 이익을 더 가져가는 것이 과연 정부가 말하는 ‘형평성 부합’과 맞는 것이냐”라고 토로했다.

“분양 초과이익도 환수해야” 靑 국민청원 등장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건축 조합원에게만 초과이익을 환수할 것이 아니라 이른바 ‘로또 분양’에 대한 일반분양 대상자들의 이익도 환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4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남 로또 10억 분양이익환수제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더 비싸다”며 “내가 살던 집을 다시 짓는 건데 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로또를 만들어주면서 우리가 돈을 더 내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럴 거면 ‘강남로또’ 분양자들에 대한 분양초과이익환수제를 당장 시행하고 소급제도 적용해 기존에 5억 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둔 당첨자들도 전부 환수해야 한다. 그래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와 형평성이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의 분양가 누르기로 생기는 ‘로또 아파트’에 대해서는 과세 형평의 원칙에 의해 분양이익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수혜가 일반 서민이 아닌 ‘가진 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공동주택의 분양원가 62개 항목을 공개하는 것을 감안하면 (HUG가) 일반분양가 산정 관련 항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는 책정 규정과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분양가는 내부 규정대로 책정하고 있고 심사 절차인 만큼 세부적인 분양가 산정 공개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반포21차ㆍ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강남권 후분양 논의 ‘활발’

원하는 대로 분양가 책정을 못 하게 되자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건설사들도 앞다퉈 조합에 후분양을 제안하며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포스코건설은 최근 조합에 금융부담이 없는 후분양 방식을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공정률의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하고 조합원에게는 입주 때까지 분양대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GS건설은 단지 가치 극대화에 방점을 뒀다. 인근 자이 브랜드 대단지 생활권인 ‘반포자이(3410가구)’ㆍ‘신반포4지구 재건축(3685가구)’과 함께 자이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를 노리는 삼성물산의 경우 조합에 ‘100% 준공 후 분양’을 제안했다. 공사비 8000억 원을 모두 자체 자금으로 준공한 뒤 후분양 하되, 이자는 일반적인 금융권 조달금리(4% 정도)보다 훨씬 낮은 1.9%만 받기로 했다.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원에게 ▲선분양 ▲후분양 ▲재건축 리츠 3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과천푸르지오써밋’ 후분양에 나서 분양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재건축 리츠’는 일반분양분 주택을 대상으로 리츠를 활용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운영기간 종료 후 일반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서울 주요 사업지에서조차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후분양은 공정률이 60% 이상이고 건설사 2곳 이상이 연대보증을 제공할 때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분양가 심사도 면제된다. 공사를 100% 마친 준공 상태라면 연대보증도 필요 없다. 건설사가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경우 준공승인을 받을 때 지자체의 분양가 심사만 통과하면 된다.

물론 후분양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갈 순 없다. 그럼에도 최근 공시지가 인상 폭과 현실화율 제고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분양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합과 건설사들의 생각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분양가는 공시지가에 기본형 건축비와 건축비 가산비용, 택지비 등이 더해져 정해진다.

전문가들은 건설사와 조합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을 통한 재건축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후분양이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분양을 한다고 반드시 분양가를 높게 받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조합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경우 공시지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오히려 후분양이 불리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권 단지는 수요가 높고 향후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곳인 만큼 후분양 추진 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분양가 규제 기조를 강화하기 때문에 이익이 될 수 있는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