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아유경제_특집] 공시가격 현실화, 부동산시장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나?
▲ 정부 발표대로 2030년 아파트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릴 경우, 주택 보유세가 4조6000억 원이 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정부가 아파트 공시가격을 현재 시세의 50∼70% 수준에서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알렸다. 정부의 발표대로면 주택 보유세가 4조6000억 원이 넘게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와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하지만 시장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공시가격 현실화가 큰 이슈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내놓은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정부,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실거래가의 90% 인상 ‘발표’
공시지가 상승 시, 재산세 역시 증가…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 ‘부담’

이달 3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의 90%까지 인상하는 이른바 ‘공시지가 현실화’를 확정했다.

먼저 공시가격이란 세무당국이 과세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가격으로, 정부가 조사해서 산정하는 가격이다. 즉,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전국의 대표적인 토지(표준지)와 건물(표준주택) 등을 조사해서 산정하는 가격이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각종 보유세 같은 세재 부과기준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 부동산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개별 땅과 주택에 대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실제로 집을 살 때 내는 실거래가(시세)와는 구별되는 개념을 이해하면 된다.

이에 더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해 알아보면, 간단히 말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보면 된다.

올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실제 거래가)의 69%, 단독주택은 53.6% 수준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대로 추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게 되면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의 90% 수준에서 공시가격이 산정되는 만큼 이로 인한 세금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시가격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은 당연히 세금 상승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시가격과 유형에 따라 인상 폭과 속도도 다르다. 공동주택 가격 9억 원을 기준으로 9억 원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처음 3년간 매년 1%p 미만으로 상승 폭을 조절하고 이후 1년에 3%p씩 상승한다. 정부의 의지대로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는 데 10년이 소요된다.

반면,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조정 기간을 바로 생략하고 연 3%p씩 상승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7년이면 현실화율 90%에 도달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부동산 공시지가를 만지는 것은 새로 재산세 부과기준 가격을 정하려는 것”이라면서 “공시지가가 올라가면 매년 거둬들이는 재산세 역시 증가하게 돼 부동산 소유자 처지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식통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84㎡ 기준 올해 실거래가는 32억 원, 공시가격은 21억7500만 원(현실화율 67.9%)으로 올해 내야 할 보유세가 1326만 원이지만, 2025년 현실화율이 90%에 달하는 시점에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4096만 원을 내야 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전용면적 82㎡에 실거래가 20억 원, 공시가격은 16억5000만 원으로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하는 2025년에는 2123만 원에 달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세 17억 원(전용면적 84㎡)의 경우 324만9360원이 보유세이지만 2027년에는 1153만4954원, 2030년에는 1314만2212원을 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으로 15억 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대거 포진한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을 지목하는 이유다.

2030년 공시가격 90% 현실화 시, 보유세 4조6000억 원 ↑
야당 “상승한 집값에 공시가 현실화?… 교묘한 증세”

여기에 2030년 공시가격 90% 현실화 시 부동산 보유세가 4조6000억 원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추경호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입수해 분석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른 주택분 보유세수 증가분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 상승으로 내년에만 보유세가 2753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결과는 공시가격 상승률 이외의 시세 변동 없이 다주택자 및 법인의 30%의 주택 매각을 전제로 했다.

해당 보고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의 계획대로 내년 공시가격이 시세의 70.2%로 상승 시 보유세는 2753억 원, 종부세는 1198억 원, 재산세는 1555억 원 증가한다. 매년 상승한 공시가격을 적용해 2025년에는 종부세가 9996억 원, 재산세가 1조1235억 원 증가해 총 보유세가 2조1231억 원에 이른다. 더 나아가 2030년에는 주택 재산세 2조3634억 원, 종부세 2조2441억 원 등 4조6075억 원이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유세 강화로 인해 보유현황에 변동이 생기면 세수증가분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2021년 이후 공시가격 상승률은 시세변동률로 인한 공시가격에 대한 영향은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시세에 따라 추계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조세저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실화율 제고가 종료되는 시점으로 공시가격 상승과 보유세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의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의 경우, 가만히 앉아서 대폭 늘어나는 보유세를 감당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은퇴한 한 시민은 “이전에 홍남기 부총리가 이익을 봤으면 당연히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집을 팔지도 않고 남은 인생을 이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이익을 봤다는 것이냐”면서 “아무런 소득도 없는 사람들에게 늘어나는 보유세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천편일률적인 정책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를 두고 명백한 꼼수 증세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달 1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58%’나 올라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보다 ‘4.5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면서 “상승한 집값에 공시가격을 맞춰 끌어올려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참으로 교묘한 증세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두고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담뱃세 인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라고 발언한 사실이 있는데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적정성은 외면한 ‘공시가격 현실화’는 증세가 아니냐”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국에 세금을 올리는 게 맞는 것인가. 정부는 증세 계획을 당장 멈춰달라”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가 결국 증세라는 일각의 지적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실상 동의했다.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진영 장관은 “부동산 가격 현실화만 놓고 봐도 향후 10년간 국민들은 24조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를 과연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질의에 “공시가격 인상이 증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증세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서 추 의원이 “부동산 세금은 시가와 현실화율로 공시가격이 정해지고 정부가 여기에 정해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표가 결정되는 만큼 현실화율을 올리면서 세금 부담을 더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줄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자 진 장관은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 조정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부동산 정책 관련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증세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해 부처 간 시각에서도 엇박자를 냈다.

‘공시지가 현실화’의 실효성?… 전문가들 “글쎄”
권영세 의원 “공시가격 현실화 비율 결정 권한 국회로… ‘꼼수 증세’ 막는다”

한편, ‘공시지가 현실화’가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이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100%로 높인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현재 부동산시장에도 반영돼 있어 앞으로 현실화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에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이 늘어나고 보유세 부담 역시 커지게 돼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매를 억제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시장은 거래량이 감소해도 집값이 빠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보합이다”라면서 “강남뿐만 아니라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가수요 억제 효과 정도 예상될 뿐 공시가격 현실화가 증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꼼수 증세’ 논란이 이어지자 야당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비율의 결정 권한을 국회가 갖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사실상 증세폭탄로드맵 저지법의 후속 법안인 「지방세법」 개정안을 지난 16일 대표발의 했다.

권 의원은 “현행법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라 수시로 과세표준이 변경된다”면서 “납세자들의 재산 운용의 안정성이 저해되고 과도한 납세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긴급하게 3년간 급격한 세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재산세 납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토지ㆍ건축물ㆍ주택에 대한 재산세 과세표준 산정을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률에 명시하고 비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이어서 서민 중산층의 세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공시가격 조정 권한 이양을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공시지가 현실화’가 확정된 가운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