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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훨훨’ 날아오르는 압구정… 재건축 현황 한눈에 보기
▲ 압구정3구역의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조은비 기자>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돌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재건축 기대감을 힘입어 더욱 들썩이는 양상이지만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이 완료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본보는 한동안 정체됐던 압구정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게 된 원인과 현재 상황 및 향후 사업성에 대해 살펴봤다.

압구정 재건축 추진 ‘급물살’ 이모저모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 연내 개정 불발

압구정은 조선시대 9대 왕 성종의 장인이었던 한명회가 노년을 보냈다고 하는 정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는 당시 큰 권력과 부를 쌓았는데, 이를 좋게 보지 않은 백성들에 의해 원래 ‘벼슬을 내려놓고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의 친할 압(狎)과 갈매기 구(鷗)가 아닌 누를 압(押)을 쓴 압구정으로 정자의 이름이 불리게 됐다. 이후 과수원 등으로 활용되던 압구정 일대에 용산구 동부이촌현대아파트의 준공을 마친 현대건설이 1976년부터 1987년까지 14차에 걸쳐 구 현대아파트를 준공해 냈다.

당시 업무지역이 몰려있는 강북과 연결되는 한강제3철교가 생기게 되면서 압구정 입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준공된 지 30~40년 이상이 지나면서 노후화, 주차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2016년 10월 서울시가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을 야심 차게 발표했다. 시는 1970년대 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주택지구’로 지정됐던 ‘압구정 공동주택지구’ 관리방안을 개발기본계획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해 추진했다.

하지만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은 발표 후 4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정ㆍ고시가 되지 않았는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1조1항에 따르면 ‘조합을 설립하려면 정비구역 지정고시 후 다음의 사항에 대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조합 설립을 위한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해 시장ㆍ군수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게재된바, 원래대로라면 지정ㆍ고시가 선행돼야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압구정 주민들의 재건축 수요가 높아지자 강남구청에서 2016년 발표된 고시안으로 의제처리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압구정 일대의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지구단위계획의 지정ㆍ고시가 미뤄지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도입 등으로 막대한 추가 분담금이 예상되면서 압구정 일대는 재건축사업을 포기하거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압구정 일대 공동주택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강남구는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28일까지 8주간 0.01의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16일까지 7주간 –0.01~0%를 오가다가 지난달(11월) 23일 기준 0.03%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8주 만의 강남구 일대 상승세 전환은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6차는 지난달(11월) 4일 전용면적 144.2㎡ 기준 37억5000만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8월 25일 거래된 35억9000만 원과 비교해 1억6000만 원이 상승한 가격이다. 현대12차 전용면적 107.16㎡는 지난 11월 16일 최고 가격인 26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날 현대9차는 전용면적 111.38㎡ 기준 28억 원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 9월 27억 원에서 2달 만에 1억 원이 오른 것이다. 올해 10월 27일 현대7차아파트 전용면적 245.2㎡는 앞서 8월 14일 신고가인 65억 원에 비해 2억 원이 오른 67억 원에 거래됐다.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재건축 추진ㆍ조합 설립 움직임도 눈에 띄게 빨라진 모습이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하기 위해 발표했던 지난 6ㆍ17 부동산 대책이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의 조합 설립 열의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정부 계획대로 대책이 시행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에게는 소유한 주택에서 2년 이상 실거주하는 경우에만 조합원 분양 신청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실소유자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를 방지하려는 취지다.

만일 2년 실거주 연한을 채우지 못하면 현금청산의 대상이 된다. 향후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조합설립인가 이후 10년 이상 소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 해외 이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조합원 지위와 입주권을 양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동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비좁아진다.

이에 강남 일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연내 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졌지만, 지난 9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을 통해 6ㆍ17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 절차로 추진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안이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상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연내 2년 실거주 의무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 개정은 사실상 불발됐다.

▲ 압구정5구역 한양1차. <사진=조은비 기자>

각 단지 재건축 추진 현황은?
5개 구역,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마무리

압구정 일대는 약 115만 ㎡에 걸쳐 1만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2016년 발표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압구정1구역(미성1ㆍ2차) ▲2구역(현대9ㆍ11ㆍ12차) ▲3구역(현대1~7차, 10ㆍ13ㆍ14차) ▲4구역(현대8차, 한양3ㆍ4ㆍ6차) ▲5구역(한양1ㆍ2차) ▲6구역(한양5ㆍ7ㆍ8차) 등 6개 구역으로 구분돼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압구정1ㆍ2구역은 지난달(11월) 11일 조합설립동의율 75%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미성1ㆍ2차와 상가로 구성된 압구정1구역은 이달 2일 기준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를 80%까지 확보하고, 상가 동의율도 50% 이상으로 얻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향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조합 창립총회 일정에 대한 질문에 추진위 측은 아직 일정이 없다고 답했다. 이곳은 타 구역과 비교하면 한남대교와 인접해 고속도로 진입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은 내년 2월께 조합 창립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곳은 현대9ㆍ11ㆍ12차 총 1924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단지 내 현대백화점을 품고 있는 ‘백세권’으로 높은 주거 편의성을 자랑하며 한강공원과 가까워 주거 쾌적성이 높다.

압구정3구역은 총 면적 36만 ㎡로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6개 구역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달(11월) 9일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75%를 충족했고, 이달 2일 기준 78%까지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다. 조합 창립총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곳은 현대1~7ㆍ10ㆍ13ㆍ14차 등 11개 단지 4065가구를 이루고 있으며 단지 내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어 교육 관련 수요가 높다.

지난 9월 초 이미 동의율 78.8%를 달성했고, 이달 2일 기준 81.33%를 확보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압구정4구역은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6개 구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오는 5일 오후 2시 한양아파트 관리사무소 뒤 주차장에서 조합 창립총회를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곳은 현대8차와 한양3ㆍ4ㆍ6차 1340가구 규모로 이뤄져 있다.

한양1ㆍ2차 1232가구 규모의 압구정5구역은 지난 4월 압구정 단지 중 가장 먼저 동의율 80%를 달성했지만, 사업 추진 방식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속도가 늦춰졌다. 지난 10월 29일 주민총회를 개최해 조합과 신탁 방식 중 조합 방식으로 사업 추진 방식을 결정했으며, 연내 조합 창립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달 26일 조합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간 및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압구정1~5구역이 조합 설립을 향해 신속한 성과를 보이는 데 반해 한양5ㆍ7ㆍ8차로 이뤄진 압구정6구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곳은 과거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동간 갈등으로 인해 중단됐으며 현재는 구역 내 한양7차만 단독으로 조합이 설립돼있는 상태다.

전문가 “압구정 재건축, 조합 설립되더라도… 산 넘어 산”
‘1대 1 재건축’ㆍ‘제자리 재건축’ 논의되나

압구정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조합설립동의율을 확보하고, 조합 창립총회 및 조합설립인가를 향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조합 설립이 마쳐지더라도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되기까지는 서울시 인ㆍ허가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압구정 일대의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는 요인으로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의 보류가 주된 요소로 꼽힌다. 서울시는 2016년 발표한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을 아직 지정ㆍ고시하지 않았고, 압구정과 여의도ㆍ잠실 지역 공동주택 지구에 대한 재건축 마스터플랜 수립을 보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11월) 26일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압구정ㆍ여의도ㆍ잠실 공동주택 지구를 제외한 시내 15개 공동주택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혀 압구정 일대 재건축사업이 조합 설립 이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 측은 내년 4월 현재 공백 상태인 서울시장의 취임을 마무리한 뒤에 계획 수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압구정ㆍ여의도ㆍ잠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계획이 보류되면서 압구정 일대 재건축사업이 서울시 인ㆍ허가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에서 제안된 ▲35층 층고 제한 ▲단지 내 역사문화공원 건립 ▲압구정 초등학교 이전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어 계획 수립 및 발표가 이뤄지더라도 사업에 빠른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도 압구정 재건축사업은 한강 조망권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2018년 압구정3구역은 한강 조망권으로 인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각자 기존 자리에 다시 배정되는 방식의 ‘제자리 재건축’ 도입을 추진했는데, 이는 한강 조망권을 가진 고층 가구가 재건축 이후 층수나 자리 배치가 달라지는 것을 동의하지 않으면서 떠오른 대책이다. ‘제자리 재건축’ 방식이 적용되면 재건축 이후에도 각 가구의 층수 등이 임의로 배정되지 않고 기존의 장소 그대로 지정되게 된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한강 조망권만이 갖는 희소성이 있다. 고층 입주자일수록 탁월한 조망을 누릴 수 있는데, 재건축 이후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조망권을 누릴 수 없다면 재건축사업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또 최근 정부가 공공재건축 개념을 제안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논리로 ‘1대 1 재건축’ 방안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참여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고, 층수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상향된 용적률의 50~70%를 환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압구정 재건축 단지 내에서는 차라리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면적을 넓혀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1대 1 재건축’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의견이 다수 포착됐다.

▲ 압구정1구역 미성2차. <사진=조은비 기자>
▲ 압구정2구역 현대9차 전경. <사진=조은비 기자>

조은비 기자  qlvkb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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