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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특집] LH 직원 무더기 투기 논란에 파장 ‘일파만파’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ㆍ시흥시 신도시 땅투기 논란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그 여파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LH 공식 홈페이지>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ㆍ시흥지구(이하 광명시흥) 신도시 땅투기 논란으로 인한 파장이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안 그래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집값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 내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이, 집값 안정을 위해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를 미리 알고 땅을 선점해 차익을 노렸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모양새다. 뒤늦게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연이어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어 사태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도시 투기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추진하는 공급 대책에까지 여파가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본보는 이번 투기 논란에 대해 다뤄보고 추후 여파에 대해 예상해보고자 한다.

노태우ㆍ노무현 정권, 신도시 관련 공무원 비리 사례 ‘존재’
경찰, LH 본사 압수수색… 본격 수사 ‘착수’

지난달(2월) 24일 광명시흥이 6번째 3기 신도시로 추가적으로 지정된 가운데 LH 직원 10여 명이 2018년 4월부터 해당 지역 토지 100억 원가량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명시흥은 여의도의 4배가 넘는 면적이면서 서울과 멀지 않아 그간 꾸준히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 온 곳이다.

신도시는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1989년 1기 신도시, 2003년 2기 신도시, 그리고 2018년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이번에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광명시흥은 3기 신도시다.

먼저 1기는 노태우 정부에서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서울 근교에 건설한 신도시로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가 속했다. 이후 1989년 4월에 발표된 1기 신도시 건설계획은 1992년 말 입주를 완료해 117만 명이 거주하는 대단위 주거타운으로 탄생한 바 있다.

2기는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2기 신도시 건설을 발표함과 동시에 김포시, 인천광역시 검단, 화성시 동탄, 평택시 고덕, 수원시 광교, 성남시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시 옥정, 파주시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남 천안ㆍ아산의 아산, 대전광역시 서구ㆍ유성구의 도안 등 충청권 2개 지역을 포함해 총 12개 지역을 2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한 것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계획한 대규모 택지지구로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인천시 계양, 고양시 창릉, 부천시 대장 5곳 등이 총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그리고 이번에 6번째로 지정한 신도시가 광명시흥이다. 그런데 광명시흥을 신도시로 선정 발표하고 보니, 2018년 4월~2020년 6월에 걸쳐 LH 임직원 10여 명이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대 토지 총 2만3028㎡를 매입했고 공교롭게도 지난 2월 24일 3기 신도시 발표에서 광명시흥이 3기 신도시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투기 의혹 사례는 단순히 개인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한꺼번에 땅을 사들이고 그 지분을 나누는 조직적 투기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면서 “LH의 토지 매입과 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자신들이 매입한 토지가 모두 농지로 개발에 들어가면 보상금이나 토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볼 때 사안의 중대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 1~2기 신도시 조성 때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처럼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와 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이번에 제대로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도시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0년 노태우 정부는 검찰에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를 설치해 성남시 분당 등 5개 지역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을 수사해 금품 수수 및 문서 위조 등에 가담한 1만3000여 명을 적발하고 131명의 공직자를 포함한 987명의 부동산 투기 사범을 구속한 사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였던 2005년 7월에도 검찰 합수본이 김포시 등 12개 지역에서 투기 의혹을 수사해 공무원만 27명을 적발한 후 7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 결과 일부 공무원들은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LH 직원 10여 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지정 전 토지를 매입해 문제가 된 이번 사례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 7일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합동조사단을 꾸려 3기 신도시 대상 지역 전부, 국토부와 LH 직원 및 직계가족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수사권 논란이 일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세청, 금융위원회를 포함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확대 구성한 끝에 이달 9일 경찰이 LH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모양새다. 동시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10여 명의 자택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수사 전환하고 출국금지 조치 명령을 내렸다.

업계 “LH직원들 투기 행태, 매우 치밀하고 전문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 의원, 부동산 투기 수법 ‘알박기’도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LH 직원들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행동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다양하고 교묘하기까지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매입한 토지에 희귀수종을 빽빽이 심은 사실이 알려졌다.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담당한 한 간부급 직원이 2017년과 2020년 사이에 광명시흥 내 토지에 밭을 갈아엎은 후 용버들나무를 심었다는 것. 기본적으로 용버들나무는 3.3㎡당 한 주를 심는 것이 보통이지만 해당 직원은 3.3㎡당 25주 그루의 나무를 180∼190㎝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놓어 사실상 제대로 자라기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희귀수종을 동원한 보상 극대화를 노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7조에는 ‘수목의 손실에 대한 보상액은 정상식(경제적으로 식재 목적에 부합하고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한 수목의 식재 상태)을 기준으로 한 평가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심어진 수목은 정상적인 식재를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액으로 보상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일반적인 나무의 경우에 한해서고, 희귀수종은 보상에 대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 추후 보상전문가인 투기 직원이 얼마든지 많은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키가 크고 굵을수록 추후 이식하거나 베어낼 경우 보상액이 커지는데 용버들나무는 몇 년 만에 훌쩍 자랄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 사실상 시도할 수 없는 수법이다.

맹지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도 수상한 대목이다. 맹지란 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토지로 사람은 다닐 수 있지만 차량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섣불리 매수했다가 자칫하면 매도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부동산을 조금 아는 사람들의 경우 멀리하는 편이다. 이런 맹지를 LH 직원들은 50%의 웃돈까지 지불하면서 매입했다. 해당 토지가 신도시로 지정될 가능성을 몰랐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거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뿐만 아니다.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먼저 사들인 뒤 건물을 올리거나 나무를 심었다가 사업자에게 고가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 수법 ‘알박기’도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20대인 자신의 딸 명의로 시흥시 과림동의 임야 111㎡를 사들인 후 2층짜리 미니 건물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해당 건물 주변은 쓰레기 야적장인 것으로 드러나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아파트 분양권을 노린 전형적인 ‘알박기’라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해당 의원은 「공공주택 특별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모친, ‘지분 쪼개기’ 투기 논란
일부 LH 직원들 “해고? 땅 수익이 평생 버는 돈보다 많아… 부러우면 LH로 이직하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모친 역시 광명시 일대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양이 의원 모친인 이모 씨는 2019년 8월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 가학동 일대 9421㎡ 중 66㎡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이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가 인근에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기획부동산을 통한 매매로 보여진다”면서 “해당 임야를 비롯해 어머니가 소유한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인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되레 뻔뻔하고 무책임한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여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이달 8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입사한 LH의 한 신입사원이 회사 안에서 쓰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LH 직원들이 땅을 살 수 없는 대구광역시 연호지구를 언급하며 차명으로 땅을 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은 “이걸로 잘리게 돼도 땅 수익이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는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LH 직원들의 ‘적반하장’식 반응이 올라왔다. LH 직원으로 보이는 A씨는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냐”면서 “내부정보 활용인지, 본인이 공부해 투자를 한 것인지 조사기관이 판단할 몫”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직원 역시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지고, 털어봐야 차명으로 해놔서 찾지도 못하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며 “국민이 아무리 화를 내도 열심히 차명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것이고 그게 부러우면 LH로 이직하라”는 글을 올렸다.

현 상황을 두고 한 전문가는 “여러 정황을 볼 때 상당수의 LH 직원들이 가족이 아닌 지인 명의를 이용한 차명 계좌를 통해 투기를 암암리에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3기 신도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신도시 인근에 차명으로 산 사례도 염두에 두고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귀띔했다.

▲ 업계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신도시 인근에도 차명으로 땅을 산 사례가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아유경제 DB>

김진원 기자  qkrtpdud.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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