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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반성문 감형’… 무엇을 위한 반성인가

[아유경제=송예은 기자] ‘악어의 눈물’일 뿐인 반성문이 판을 친다.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정유정이 재판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21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참작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유정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 초반 정유정이 반성문 여러 부분에 판사가 반성문을 읽을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자 재판부는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으니 어떤 형식으로든 써서 내길 바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인 내용의 반성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결심공판에서도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한 점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점, 조부모의 폭행 등을 집중 거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날 부산지법은 피고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성문에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지만, 체포된 후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모습은 마치 미리 대비해둔 것처럼 작위적”이라고 판시했다.

지난달(10월) 10일 신생아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친모에 대한 공판에서 김태업 판사는 “좋은 재판 결과를 받으려고 ‘반성합니다’ 식으로 쓰면 다 안다”며 정유정이 21차례나 반성문을 써냈지만 반성문 제출 횟수 자체가 양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흉악 범죄자들의 반성문은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오로지 ‘감형 전략’의 일환으로 형식적인 반성문을 쓰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SNS를 통해 공개한 가해자 이현우의 반성문에는 “상해에서 중상해 살인미수까지 된 이유도 모르겠다”, “비슷한 묻지 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도 제각각인데 왜 나는 이렇게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피고인이 진정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지, 피해자를 생각하는지는 반성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반성문을 대필해준다는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반성을 감경 사유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같이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하는 ‘진지한 반성’이 감형 사유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대법원은 지난해 ‘진지한 반성’에 대한 정의 규정을 명확히 했다.

현재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ㆍ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감경 사유로 적용된다.

최근에는 반성문을 통해 감형된 사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1심 기준) 성범죄 피고인 중 70.9%가 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감형을 받았으나 2020년에는 31.6%, 2021년에는 27.3%로 급격히 감소했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살인 등 각종 범죄를 기준으로 봐도 감형된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게 양형위원회의 설명이다.

한편, 유영철이 당장 사형 집행이 가능한 사형집행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감되면서 눈에 띄게 고분고분해졌단 소식도 전해진 가운데 대한민국의 ‘솜방망이’ 판결이 다시금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범죄자들의 사고방식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과연 ‘상식적’인 방법으로 범죄자들의 진정한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스스로 인간적인 사고를 포기하고 약육강식이라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자처한 흉악범들에게 반성문은 그저 감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추세다. 바로 사형 집행이 가능한 시설로 이감됐을 때 유영철의 행동을 보면 이제는 정말 ‘강력한 처벌’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때로 보인다.

송예은 기자  yeeunsong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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