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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뜬금없는 ‘출구’ 폐쇄… ‘전략’도 ‘수습’도 사라져
   
 ▲ 저 손에…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22일 새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서울시>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2011년 재ㆍ보궐 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이듬해인 2012년 1월 ‘뉴타운ㆍ재개발 수습 방안(정비사업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뉴타운을 더 이상 지정하지 않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역(예정구역 포함)은 해제 수순을 밟았다.

그렇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240여 개의 정비(예정)구역이 사라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16조의2에 따라 다수의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과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해산됐다.

작년 말 정치권에서는 ‘출구전략’ 연장에 필요한 도정법 개정 작업까지 마쳤다. 작년 12월 31일 공포ㆍ시행된 도정법 개정안(법률 제12957호)은 조합ㆍ추진위의 해산 신청 유효기간을 2016년 1월 31일까지로 1년 연장하고, 승인 취소된 추진위의 사용비용(이하 매몰비용) 보조 유효기간도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지난 3년간 진행해 온 출구전략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시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며 ‘뉴타운ㆍ재개발 수습 방안’을 마무리하기로 함과 동시에 해제 위험에서 벗어난(?) 나머지 구역들에 대해 유형별로 맞춤형 관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시장은 어리둥절했다. 뜬금없는 ‘출구’ 폐쇄로 혼란은 가중됐고, ‘수습’ 없는 ‘수습’을 자찬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소통’ 없는 ‘불통’ 시장(市長)이란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한편에선 이날 시가 내놓은 ‘뉴타운ㆍ재개발 ABC관리방안’에도 출구전략의 알맹이인 ‘매몰비용’ 문제가 빠졌기 때문에 이 또한 제대로 된 ‘전략’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출구전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3년 만에 내놓은 카드가 고작 ‘직권 해제’라는 점도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형별ㆍ맞춤형 관리? 또 다른 갈등의 씨앗 될 수도”
‘해제’ 피했더니 ‘관치’ 만난 격!… 자율성 침해 우려 ↑

지난달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착공 이전 단계였던 683곳 중 245곳은 주민들의 결정으로 해제됐다. 남은 438곳 중 추진 주체가 있는 곳에 대해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했다. 정상 추진 중인 150곳은 공원ㆍ녹지 개발을 면제해주고 조합 운영 자금 융자를 확대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반대로 추진 주체도 없고 주민 분담률이 높은 곳 45곳 가운데 28곳은 직권 해제를 추진키로 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렇게 ▲정상 추진 지역(A)와 ▲정체 지역(B) ▲추진 곤란 지역(C)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만이 가득하다. 직권 해제 시 추진위조차 매몰비용을 지원받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닫아 버린 ‘문’을 쳐다보면서 출구를 향하던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된 지 어느덧 3주를 넘겼다. 뉴타운ㆍ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졌지만 분할 개발의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특정 구역에 밀집해 있어 정체돼 있는 사업장들의 경우 반대 구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구역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 구역 내 대로변에 위치한 상인들이 상권 등을 이유로 사업을 반대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할 경우 개발 과정을 둘러싸고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개발되지 않은 지역은 노후화가 심해져 개발을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시가 꺼낸 ‘직권 해제’ 카드 역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곳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직권 해제를 당한 구역의 토지등소유자들이 만약 이 같은 조치에 반기를 들면 그 구역은 어떻게 되는지, B유형에 속한 주민들이 C유형처럼 B유형도 해제를 원한다고 요청한다면 서울시가 어떻게 대처할지 등은 이번 방안에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쪽에선 무분별한 ‘해제’를 피했더니 ‘관치’를 만난 격이라고 토로한다. 우수한 사업성 덕분에 그나마 해제 위협에서 벗어났더니 ‘맞춤형 관리’를 빙자한 서울시의 ‘통치’를 받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맹이(매몰비용)’ 빠진 대책… 경색된 정국에 꽉 막힌 ‘출구’
시공자 선정 시기 환원도 市 ‘유지’ 방침에 한 발짝도 못 나가

특히 해제가 임박할 경우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매몰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2012년 말 관련 조례를 개정해 승인 취소된 추진위가 매몰비용 지원을 신청할 경우 검증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뒤 매몰비용의 70%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매몰비용 문제는 ‘출구전략 3년’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정 해제된 곳이 240곳이 넘지만 매몰비용 보조를 신청한 추진위는 1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조된 금액도 신청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한 이유 탓인지 관련 소송 역시 증가 추세다.


출구전략의 새 버전을 출시하면서 매몰비용의 지원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실효성 있는 ‘전략’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내놓은 방안 속에는 ‘법적 근거 마련 후 지원’, ‘보조 법적 근거 마련 국회 논의 중’이란 문구만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매몰비용은 자발적으로 해제했을 때 가능하다고만 돼 있어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며 “명확한 규정을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기간 동안 ‘매몰비용’에 대한 움직임이 없어 도시정비시장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반영할 예정이다”며 “국회 논의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또한 서울시의 바람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세월호 1주기, ‘성완종 게이트’, 4ㆍ29 재ㆍ보선, 공무원연금 개혁 등으로 정국이 경색되면서 5월 임시국회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장관 유일호ㆍ이하 국토부)가 ‘매몰비용’의 명확한 규정과 상향된 지원 비율 등을 들고나온다 하더라도 서울시가 반드시 지킨다는 보장도 없다. 이미 서울시는 국토부와의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바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룬 것을 국토부가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환원하려는 데 대한 시 측의 반발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규제는 일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어 사업에 ‘족쇄’로 작용해 왔다.

이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지난 7일 국토부가 발표한 ‘2015년 주택종합계획’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하지만 시공자 선정 시기 조정은 공공관리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조치라는 서울시의 판단은 이 같은 정부 측 시도를 ‘시도’에만 그치게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후에 하게 되면 건설사가 공사비를 부풀려 조합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자금 조달 측면에서 특정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리를 발생시킨다”며 관련 규제 고수를 시사했다.

박원순표 도시재생 강화 포석? 눈 닫고 귀 닫은 서울시 비판 ↑
조합ㆍ추진위 비리로 무너진 명분이 규제 강화 명분으로 ‘둔갑’

이번에 발표된 방안을 놓고 업계 한쪽에서는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을 굳히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28개 해제 지역 외에 주민 해산 동의율이 높은 구역을 중심으로 2단계 해제 대상을 추가 지정하고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철거가 아닌 대안 사업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는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의 안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타운과 재개발 등의 도시재생 정책의 브랜드화를 추진하는 한편 도시재생 선도지역 27곳을 선정하고 2018년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SH공사(사장 변창흠)를 도시재생사업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SH공사는 최근 내부에 ‘도시재생리츠사업단’을 설립하고 주택임대관리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도시재생 ‘공공 개발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국토부 등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일방통행’ 식 행보를 이어 가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셈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을 부르고 있다. 국토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반기’를 들면서 박원순표 정비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안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ㆍ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과 공공관리제도 강화에만 골몰하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표준 예산ㆍ회계규정’, ‘표준 선거관리규정’, ‘공공변호사 투입’ 등은 모두 공공관리제도를 강화시키는 조치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 유지ㆍ강화의 가장 큰 명분으로 세우고 있는 ‘투명성’은 잇따른 조합장들의 구속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시의 강공책은 박 시장의 실정을 감추고 시장의 현실을 외면하는 격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ㆍ재개발 ABC 관리방안’을 발표했던 지난달 22일 기자 설명회에서 “지난 3년간의 뉴타운ㆍ재개발 갈등 수습 노력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고 투기 광풍이 낳은 주민 갈등과 고통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그간 시민들이 느껴 온 고통과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처럼 비쳐진다. ‘알지 못하는 것이라면 무능한 시장이고,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시장’이란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도시정비시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 상황도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시장을 필두로 한 서울시의 인식과 행동이 변화하지 않는 한 규제 강화 정책은 이어질 테고 국토부와의 대립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를 적용받는 일선 현장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박 시장과 서울시가 언제까지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귀를 열고 소통의 시정을 펼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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