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재건축 연한 단축 최대 수혜지 중 한 곳이다. 사진은 수혜가 예상되는 목동14단지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이하 9ㆍ1 대책)’을 내놓은 지 어느덧 8개월이 흘렀다. 특히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개정안이 오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연한이 임박한 재건축 단지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ㆍ경기ㆍ인천ㆍ청주ㆍ울산ㆍ부산 등 각 지자체들은 조례 개정 등을 통해 관내 사업장에 수혜를 최대한 안겨주기 위한 조례 개정 등의 대책을 세우거나 혹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달가워하지 않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이에 대처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유일호ㆍ이하 국토부)가 ‘2015년 주택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9ㆍ1대책에서 담긴 규제 완화 조치들에 대한 실행 의지를 다시 각인시킴에 따라 뒤따르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본보는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의 시행 등 국토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대비해 각 지자체별로 어떠한 반응과 대응을 보이고 있는지 심층 취재해 봤다.
경기, 道조례 개정 전까지 체감 못 해… 광명 ‘웃고’ 성남 ‘울고’
인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폐지’로 논란의 중심에… 돌파구는?
일선 도시정비사업지와 관할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재건축 연한 단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토부는 지난 7일 ‘2015년 주택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작년 정부가 도시정비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9ㆍ1대책의 내용(▲재건축 연한 최장 10년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재건축 소형주택 및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 ▲시공자 선정 시기 조절을 골자로 한 ‘공공지원제도’ 도입 등)이 하나도 빠짐없이 명시돼 도시정비업계 규제 완화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이에 대다수 지자체들이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우선 경기도(도지사 남경필)는 지난 2월 17일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르면 노후ㆍ불량 건축물의 범위가 준공된 후 20년 이상에서 20년 이상~30년 이하로 변경돼 허용 연한이 종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어든다.
지난 12일 경기도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는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9ㆍ1대책의 본격 시행에 대비해 도내 31개 시ㆍ군 관할 사업지들이 그 혜택을 바로 적용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아울러 도는 지난 2월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후 경기도의회에서 통과되길 기다리고 있다. 도는 통과되는 즉시 조례 공포 및 시행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위 지자체인 광명시는 경기도 도정 조례가 통과될 경우 최대 수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광명시 도시재생과 등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 단축이 적용될 경우 수혜를 받는 관내 단지는 15곳으로, 총 13개 중층 단지로 이뤄져 있는 하안주공아파트(1989년 준공)만 하더라도 2019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이곳 주민들은 재건축 연한 수혜지라는 사실을 접하고 재건축사업을 하자는 쪽으로 점차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1986년 입주가 이뤄진 철산주공12ㆍ13단지의 경우는 사업 추진이 곧바로 가능해진다.
다만 수혜 사업장의 범주는 넓은 반면 질적인 면에서 수혜를 기대기는 힘들다는 분석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광명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이곳 단지 주민들은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 연한 단축의 직접적인 수혜지라는 소식을 반기고 있다. 이번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인해 수혜 받는 사업장의 범주는 확실히 넓다”며 “하지만 이 시점에 준공된 거의 대부분의 단지들이 중층 아파트로 사업성을 놓고 볼 때 15개 단지 모두 용적률 170% 이상 중층 아파트로 개발 이익이 크다고 볼 수는 없어 재건축을 꼭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기 힘든 실정이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사정이 이와 다르다. 재건축 연한 단축이 외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성남시는 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에 부응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취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은 이 같은 시정에 혼란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단 시는 경기도 조례 개정이 이뤄지는 대로 재건축 연한 수혜지 조사를 벌여 기본계획을 다시 세울 방침이지만 기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찬밥’ 신세에 놓일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재건축 연한 단축의 수혜 역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와 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재건축 수혜 대상 아파트들의 평균 용적률이 200%에 육박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남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현재 성남 시내 재건축이 추진 중인 곳은 ▲수정구 건우아파트 ▲수정구 신흥주공아파트 ▲중원구 성지ㆍ궁전아파트 ▲수정구 미도아파트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 ▲중원구 금광3구역 등 총 6군데로 신흥주공을 제외한 나머지 5곳 가운데 은행주공만이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며 “안전진단 관련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시기를 놓쳐 버린다면 수혜는커녕 해가 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 내에서 가장 파격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는 지자체는 인천시다. 시는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기존 ‘17%’에서 ‘0%’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행정예고 했다. 인천시는 다음 달 중순께 이를 고시할 예정이며 같은 달 29일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등에 따르면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임대주택 의무 비율 변경을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상위 규범인 도정법 시행령 제12조를 위배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인천시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관내 도시정비사업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인천시가 이전에도 계속해서 용적률 상향 등 사업 조건을 개선했음에도 도시정비시장은 오랜 기간 정체된 채 활력을 찾지 못했다. 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을 폐지한다 하더라도 관내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가뭄 현상이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또한 시가 5%p 상향이라는 여지를 남겨 두긴 했지만 의무 건설 비율 폐지는 지역 시민 단체들에게 서민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 안전망조차 없애려 한다는 비난을 살 여지가 충분히 있다. 좌우로 고립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독불장군’ 서울시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업계 “중앙정부-지자체 간 정책 공조가 사업 성공 요인”
인구 및 주택시장 규모 면에서 ‘큰 형님’ 격인 서울시야말로 재건축 연한 등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자라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국토부 조사 등에 의하면 재건축 연한 단축 적용 시 관내 수혜 세대수는 준공연도 기준 ▲1987년 3만7000가구 ▲1988년 8만6000가구 ▲1989년 3만6000가구 ▲1990년 2만9000가구 ▲1991년 5만8000가구 ▲1992년 8만가구 ▲1993년 6만9000가구 ▲1994년 6만3000가구 ▲1995년 6만4000가구 ▲1996년 6만2000가구 ▲1997년 7만4000가구 등으로 합계 65만8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유독 이러한 흐름을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불거진 국토부와의 갈등 국면을 볼 때 국토부 안을 서울시가 수용하리라는 기대는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시의 기본 입장은 멸실 규모나 인근 이주 수요에 따라 인허가 조절을 통해 사업시행 시점을 통제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 법령 개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연한 단축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줄이더라도 지자체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이상 실질적인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 팀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에도 정비사업에 있어 용적률이나 소형ㆍ임대주택 비율에 대한 법 규정과 지자체의 적용 기준이 달라 시장의 혼선을 빚은바 있다”며 “1차적으로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지자체와의 충분한 조율이 있어야 하고 이후 법령과 궤를 같이하는 지자체의 조례 개정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주,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3.5%p… 진척 없는 사업장 직권 해제 추진
울산, ‘당근(용적률 인센티브)’과 ‘채찍(구역 해제)’으로 옥석 가리기 착수
재건축 연한 단축, 꽁꽁 언 ‘부산 시장’ 해동엔 역부족… 사업성 제고돼야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경우 개별 상황에 맞게 자체 조례 개정 또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그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지역별로 엇갈려 후속 대책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청주시는 지난달 13일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기존 8.5%에서 5%로 하향 조정한다고 고시하고 이달 29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시는 이와 함께 재개발 사업장 중 정상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곳에 대해 ‘직권 해제’가 가능토록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울산시는 최근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비사업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10%p 상승시키고 지지부진한 사업장을 걸러 내기 위해 기존 정비(예정)구역 87개를 65개로 줄이는 등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시는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0년 울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을 수립해 공고했다.
울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장 8곳 중 공사 완료된 4곳, 현재 미추진 중인 2곳을 제외한 남구 ▲C-02구역 ▲C-06구역 등 2곳과 재개발 사업장 3곳(중구 ▲B-04 ▲B-05 남구 ▲B-08)이 직접적으로 용적률 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부산시도 지난달 29일 도정법 시행령을 지역 실정에 맞도록 조정한 「부산광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르면 부산 지역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최장 40년에서 25~30년으로 단축된다. 좀 더 세부적인 재건축 연한으로는 준공일 기준 ▲1995년 1월 이후가 30년 ▲1991년 1월~1994년 12월까지는 25~29년(해마다 1년씩 증가) ▲1990년 12월 이전은 25년 등이다. 현재 1996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부산 시내 5층 이상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부산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조례가 시행되면 1989~1990년 준공된 아파트 29개 단지 1만8205가구가 올해 혜택을 입게 된다. 그동안 이들 아파트는 층간 소음, 주차장 부족, 냉난방 설비 노후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연한이 부족해 재건축이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최근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에 힘입어 관내 재건축시장도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 이번 도정 조례 개정으로 사업 진행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관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의 입장이 재건축 현장을 대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시내 90개 재건축 사업장(정비예정구역 포함) 중 완료 또는 착공 단계인 10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이 정체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시장 호황과 이번 도정 조례 개정이 얼어붙은 관내 재건축시장을 해동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또한 최근 꾸준히 들려오는 관내 정비(예정)구역 해제 소식은 이 같은 실태를 방증한다. 부산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지정 해제 수순을 밟고 있는 곳은 ▲동래구 4곳(명장1ㆍ명장2ㆍ온천2ㆍ사직3) ▲영도구 1곳(동삼1) ▲사상구 2곳(모라1ㆍ주례1) ▲수영구 1곳(남천1) 등으로 파악됐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최근 계속되는 정비(예정)구역 해제 현상은 해당 사업지의 주택 상태가 양호해 재건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사업성이 결여돼 추진이 불가한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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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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