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환기업의 '삼환'은 정직ㆍ성실ㆍ신용의 삼대 창업이념을 지칭한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적발되는 담합 건은 이 같은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다. <출처=삼환기업 홈페이지>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삼환기업(회장 최용권)이 ‘상장폐지’에 이어 소액주주들에 의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지는 등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적발된 담합 건수가 늘어나면서 기업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받아 유관 업계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업계 “2013년 기업회생절차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노조 “상장폐지 전 지분 확보한 崔회장,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
社측 “정리매매 기간 주식 확보는 자연스러운 일, 의혹은 확대해석”
삼환기업이 2013년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지 2년 만에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4월 상장폐지를 당하더니 결국 소액주주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이후 기업의 결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파산을 면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최용권 회장에게 경영 개선 의지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분 17.26%를 보유한 삼환기업 소액주주 7인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말 재무제표 기준 자본잠식률이 148%로, 부채(4792억원)가 자산(4550억원)을 초과하는 등 경영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상환 능력과 여건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 등에 의하면 삼환기업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324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절반을 훌쩍 넘긴 반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426억원에 불과하다. 유관 업계는 삼환기업이 가까운 시일 내 채무조정이 없으면 파산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삼환기업 노조 측은 상장폐지가 대주주인 최용권 회장이 지분 확보를 한 직후 이뤄졌던 점을 고려할 때 최 회장이 자신의 지분 확보로 지배권을 굳히기 위해 고의적으로 상장폐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6일부터 상장폐지 하루 전날인 14일까지의 정리매매 기간에 최 회장은 지분을 기존 20%대에서 50%대로 파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경영 개선 의지가 없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는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보다 훗날을 기약하며 자신의 지분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나아가 최 회장의 대량 주식 매입을 민ㆍ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청산’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환기업 홍보팀 담당자는 “정리매매 기간은 원래 주주들끼리 주식을 사고파는 기간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또 소액주주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내부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이지 이를 최 회장의 경영 의지와 관련시키는 것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입찰 담합 적발에 ‘삼환기업윤리’ 너덜너덜
기울어진 사세, 위기 극복 위해 악마와 손잡아?… “최근 가담 가능성 배제 못 해”
최근 중견 건설사(도급순위 기준)의 자부심에 걸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삼환기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 들어 당국에 의해 적발된 담합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에 의해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이뤄지기 바로 전달인 지난 4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삼환기업이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 입찰 담합에 가담한 혐의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에 의하면 삼환기업은 ▲경남기업 ▲남광토건 등 4개 업체와 함께 2008년 철도시설관리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3-2공구’ 사업에서 상호 경쟁을 피하고 A사가 낙찰하도록 입찰가를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건설사들이 다음 수주에서 하도급을 받는 조건으로 A사 금액보다 2~3% 높은 가격을 써서 A사의 낙찰을 도왔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이들 5개 건설사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업계는 호남고속철도 수주에 대한 삼환기업의 집착(?)을 고려하면 이번 담합도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ㆍ이하 공정위)는 지난해 삼환기업을 포함한 28개 건설사가 2009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13개 공구 입찰에서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조사 당시 삼환기업 측은 2009년 7월께 ▲동부건설 ▲경남기업 ▲남광토건 ▲삼부토건 ▲삼성중공업 등 C그룹에 배정된 5개 사와 함께 서울역 앞 B건설 지하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호남고속철도 2-1공구 노반 신설 공사 2개 공구(3-1ㆍ5-2)의 낙찰 예정자 선정을 위한 추첨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 발주 공사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가, 투찰 가격을 정하도록 건설사 간 합의가 이뤄졌다면 결과적으로 입찰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 같은 입찰 담합은 삼환기업이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삼환기업윤리(투명ㆍ공정ㆍ합리적 의무 수행 추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4월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은 삼환기업의 내리막길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이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삼환기업은 2010년 조달청이 발주한 광주광역시 음식물자원화시설 설치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환기업은 현대건설(대표이사 정수현)의 들러리로 참여해 현대건설의 낙찰을 도왔다는 이유로 5억7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아유경제 박재필 발행인은 “연이어 적발된 삼환기업의 담합 행태는 최근 기울어진 사세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며 “경영진이 눈앞의 열악한 상황 해소에만 급급해 정당한 방법을 내팽개치고 그릇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박 발행인은 또 “삼환기업의 재무구조가 열악하다는 것이 공개된 만큼 전례에 비춰 볼 때 이 같은 불법행위가 최근에도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환기업 홍보팀 담당자는 “담합은 건설업계 고질적 병폐”라며 “이를 다루려면 우리 회사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를 놓고 살펴봐야 한다. 또한 담합과 기업회생절차는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지 이 둘을 연계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피력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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