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 참석한 신연희 강남구청장(좌)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이은 대립으로 불편해질 대로 불편해진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처=신 구청장 페이스북>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서울시(시장 박원순)와 강남구(구청장 신연희)는 2012년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더니, 이후 사사건건 갈등을 벌이며 그 사이에 끼인 주민들만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동 한전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으로 인한 갈등이 법적 대응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박원순 시장과 신연희 구청장의 대결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러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송파구청(구청장 박춘희)이 비공개 공문을 통해 서울시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라 양자 갈등이 삼자 갈등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구룡마을 놓고 벌인 1라운드서 區가 이겼지만 새우 등은 터지고
2라운드 주제는 시민청… 市 “임시로 사용하는 게 공익적” 區 “세금 낭비”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방식을 두고 벌어졌던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1차 대결)은 ‘관관(官官)’ 갈등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양측의 갈등은 서울시가 지주들에게 땅으로 보상하는 ‘환지방식’을 도입하려 하자 강남구가 이 같은 방식이 특정 지주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하며 시작됐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에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실효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4일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안)’을 고시했다. 「도시개발법」 제10조제2항에 따라 구역 지정ㆍ고시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개발계획을 수립ㆍ고시하지 않아 벌어진 ‘촌극’이었다.
지정 실효로 처음부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주민들 입장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 됐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이어졌다. 지정 실효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명분 싸움에 애먼 주민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허송세월하는 사이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구룡마을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시가 한 발 물러섰다. 그해 12월 시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수용방식’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양보’에는 거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당시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 11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조속한 사업 재추진이야말로 가장 좋은 개발 방식이란 사실을 일깨워줬다”며 “시의 최우선 가치는 시민 생명 보호와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수년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류됐던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서울시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현재 구룡마을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개발 단계를 밟아 가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달 28일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으며, 그달 15일부터 이뤄졌던 이 내용에 대한 공람ㆍ공고는 같은 달 29일 완료됐다. 강남구에 따르면 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확정 고시는 빠르면 오는 8~9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구룡마을 갈등으로 인한 시와 구 사이의 ‘냉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제2시민청 건립’ 문제로 인해 또다시 충돌(2차 대결)이 일어났다. 이 논란의 시초는 서울시가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 제2시민청을 조성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데 있다.
이에 강남구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신연희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박원순 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시는 관광ㆍ마이스[MICEㆍMeeting(기업 회의), Incentive trip(포상 관광),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Event(전시ㆍ박람회와 행사)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산업 등 영동대로 세계화 개발의 거점인 SETEC 부지에 제2시민청을 세운다고 발표하기 전 구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기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신 구청장의 호소문에는 “서울시의 ‘갑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는 갑의 아량과 을의 존재감을 존중해 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심지어 신 구청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서울시의 기습적인 제2시민청 건립계획 발표는 강남구민에게 모멸감을 안겼다”고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강남구 도시선진화담당관 A주무관은 “해당 부지는 당초 구가 제시한 안을 적극 반영해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그곳에 제2시민청을 세우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는 복합 개발 부지를 개발하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할 시민청을 짓겠다고 하는데, 시 말대로 임시 시설이라면 얼마 쓰지도 못 할 시민청 건립에 시민 혈세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꼴이다. 이는 세금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 B주무관은 “대규모 개발계획 시행까지 5~6년이 걸리므로 공공건물을 방치하는 것보다 임시로 사용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시는 강남구와의 만남을 여러 차례 원했지만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구와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시민청이 개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등을 언제든지 설명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후일 구에서 요청하지 않아도 시민청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한전 부지 개발 문제’가 불거져 시기가 부적절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한전 부지 개발 놓고 3라운드로
市 “개발 이익 다른 자치구와 나누자” 區 “강남구민 위해 우선 사용돼야”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포함… 송파구-강남구 갈라서나?
두 차례의 싸움으로도 양측의 힘겨루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3차 대결)에 논란이 된 것은 ‘한전 부지 공공기여금’의 사용처다.
서울시는 옛 한전 부지를 매입한 현대자동차 그룹이 내야 할 1조5000억~2조원대로 추정되는 공공기여금을 지역 균등 발전 차원에서 다른 자치구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남구는 개발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이 자금이 강남구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유일호)에 기업 등 민간이 내는 공공기여금을 모든 자치구에서도 쓰일 수 있도록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시는 또 지난달 21일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안)’을 고시했다. 이는 ‘종합무역센타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을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고시에 따르면 국제교류복합지구에는 기존의 강남구 삼성동ㆍ대치동 일대 106만4742㎡에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60만㎡가 포함됐다.
앞서 강남구는 시가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68만 강남구민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묵살한 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원안 가결한데 대해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 등 소송단을 구성한다는 강경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19일 구는 보도 자료를 통해 ▲‘공공 기여는 강남구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68만737명의 의견서 제출에 시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진실을 묵살한 점 ▲똑같은 사안을 두 번이나 열람공고 하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한 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 누락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할 수 없는 도시계획시설인 ‘운동장’을 포함시킨 점 ▲입안의 법적 요건인 축척과 도면 작성 기준(지형도) 2가지를 불비한 채 수정 가결한 점 등을 들어 시를 비난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현재 법적 대응은 검토 중”이라며 “위원회 측에서 관련 자료에 따라 행정소송 문제를 진행 중이며, 아마 조만간 실행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지난 1일 서울시 동남권 공공개발추진반 김용학 반장이 시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인명부와 의견서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의견서는 보도가 안 됐었기에 그 내용이 보도된 것”이라며 “이미 보도가 된 사안에 대해 재보도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시가 허위 보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김 반장은 두 차례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결정(안)’ 열람공고를 한 문제에 대해 “지난 3월 첫 번째 열람공고의 인터넷 게재 부분 실수는 인정하나 두 번째 열람공고는 정당히 이뤄졌기에 구에서 위법하다고 주장한 부분은 다 치유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반장은 ‘운동장 시설에 대한 구의 주장에는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결정된 운동장 시설일 경우 (재)정비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다. 다만 구의 주장대로 운동장 시설을 새로 결정해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시켰다면 위법이다. 시는 운동장으로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재정비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하는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구의 법적 대응(허위 보도 사항에 대한 고소ㆍ고발, 행정 행위에 대한 부분 소송)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행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적법하게 이뤄진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진행한다면 그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전 부지는 사전 협상 제안서 보완 과정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시는 지난 1월 30일 현대자동차 그룹으로부터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 구상 및 사전 협상 제안서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제안서에는 ▲지상 115층(높이 571m) ▲용적률 799% ▲업무시설(현대자동차 그룹 본사 사옥 등)과 전시ㆍ컨벤션시설, 호텔 및 판매시설 용도로의 사용 등이 담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전 부지 협상 제안서가 어느 정도 보완ㆍ정리되면 유관 기관이나 부서로 이뤄진 논의 기구를 통해 구청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구청과 협의가 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구역이 확대되면서 이해관계인에 송파구가 추가됐다. 개발 이익을 자치구로 나누자는 서울시에 송파구가 동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만큼 갈등 양상은 ‘서울시 대 강남구’에서 ‘서울시-송파구 대 강남구’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사실상 반(反) 박원순 연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강남구와 송파구가 이를 계기로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송파구는 비공개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 잠실종합운동장 부지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되는 것은 적정하다는 입장을 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송파구 관계자는 “그동안 공개적인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시에 비공개 공문으로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구가 지난 4월 30일자로 전달한 비공개 공문에는 ‘잠실종합운동장은 송파구의 것이 아닌 서울 시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송파구의 의견을 유관 기관 의견으로 접수했고 최근 고시된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안)에 반영했다. 서울시로서는 이번 대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을 하나 얻게 된 셈이다.
그러나 송파구는 ‘강남구 대 송파구’ 갈등설을 일축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잠실종합운동장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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