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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뉴타운ㆍ재개발엔 ‘출구’가 없다?조합 매몰비용 사실상 방치… 논란 ‘가열’

   
▲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A구역 일대. <사진=서승아 기자>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지난 4월 22일 ‘뉴타운ㆍ재개발 출구전략’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정비사업 ‘출구’ 논쟁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부동산 투자 열풍을 주도하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뉴타운사업이 시범 사업 시작 13년 만에 그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여전히 ‘출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뉴타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도시 내 노후한 생활권을 묶어 도로ㆍ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민들이 주택을 새로 짓는 ‘시가지 종합 재개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 비해 도로와 학원, 학교 등 기반시설과 생활편의시설이 낙후된 강북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시작부터 한계점을 안고 있었다. 강남ㆍ북 균형 발전이란 취지보다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의도에서 지구 지정이 남발된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찾아온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는 가뜩이나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았던 강북 뉴타운ㆍ재개발사업에 직격탄이 됐다. 대다수 사업장들은 사업성 부족 탓에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고 과도한 분담금이 예상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자연히 노후 주택이 방치되면서 슬럼화가 심해졌다.

여기에 2012년 초 시작된 뉴타운ㆍ재개발 출구전략은 제대로 된 ‘출구’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구 지정에 앞장섰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나 몰라라’ 했다. 해당 지자체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매몰비용’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도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인력과 예산이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자치구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서울시의 ‘뜬금없는’ 출구 폐쇄는 ‘수습’이 아니라 잠잠해졌던 ‘논쟁’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수박 겉핥기식 행정, 엇갈리는 법원 판단 탓에 전국이 ‘몸살’
인천 부개2구역 ‘전 조합 임원 vs 조합원’ 분쟁에 이목 집중
임원 승소 시 ‘비용 폭탄’ 현실화, 패소 시 구역 해제 ‘봇물’

가장 먼저 서울시가 ‘출구전략’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 같은 ‘전략’이 근본적인 문제보다 주변부만 건드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매몰비용’과 관련해서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 매몰비용이란 뉴타운ㆍ재개발 등의 추진 과정에서 지출된 비용을 말한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및 조합 설립, 각종 용역 등에 필요한 비용을 시공자를 비롯한 협력 업체가 사업시행자 측에 빌려주고 사업이 끝난 뒤 정산해 가는 방식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통상 이 공식의 중심에는 ‘시공자’가 있다. 재개발ㆍ재건축 등에서 입지를 굳힌 대형 건설사들이 최대 ‘물주’이기 때문이다. 시공자는 이 비용을 ‘대여금’으로 처리하고,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운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사업시행자가 해산되거나 구역 지정 해제 등이 이뤄질 경우 시공자는 이 비용을 갚으라며 추진위원장 등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가끔 시공자가 스스로 매몰비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그친다. 중도 포기된 사업장 대부분에서 시공자는 매몰비용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관계 법령에 매몰비용 보조ㆍ지원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은 조합이 해산된 경우, 조합 집행부와 시공자 간 갈등이 대두된다. 현재 조합이 해산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몰비용 관련 분쟁의 대부분은 이런 양상이다.

다른 양상도 있다. 시공자가 조합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거나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도 이를 책임져야 한다며 조치에 나서는 게 바로 그것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12구역(재개발), 인천 부평구 부개2구역(재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부개2구역 시공자는 조합 해산 직후 사업 추진비를 회수하고자 조합 임원 6명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그러자 임원들은 ‘아파트 분양신청자’ 89명의 재산 가압류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지난달 인천지방법원은 선고기일을 그달 19일로 잡았다가 최근 전 조합 임원 측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였다. 양측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못할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번 소송은 지자체, 정비구역 주민, 건설업계, 법조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이 조합 해산과 함께 구역이 해제된 이후, 시공자가 조합에 빌려준 사업 추진비(매몰비용)를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지를 따지는 전국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과 유사한 판례는 현재까지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쟁점은 ▲시공자가 사업 추진비를 조합에 빌려줄 때 조합원총회 등을 통한 조합원 결의나 동의가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조합원들이 매몰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조합 정관상 옳은 것이라 해석할 수 있는지 ▲해산된 조합이 조합원 동의 또는 조합원총회 결의 없이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에게 부과해 징수할 수 있는지 등이다.

이번 소송에서 전 조합 임원과 조합원 중 어떠한 쪽이 이기더라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합 임원들이 이기게 되면 조합원 모두가 매몰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이 경우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유사 소송이 급물살을 타면서 ‘매몰비용 폭탄’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지역만 하더라도 부개2구역을 포함해 6개 구역에서 시공자가 조합 임원(연대보증인)을 상대로 매몰비용을 청구하는 등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ㆍ부천, 수원,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반대로 전 조합 임원들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사업이 지지부진한 뉴타운ㆍ재개발 구역 곳곳에서 구역 해제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합설립인가 취소 및 추진위 매몰비용 지원 등을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 및 제4항의 유효기간이 내년 1월 말까지로 재연장된 상황에서 이번 소송의 승자가 조합원들로 결론이 날 경우 ‘조합 해산 후 책임’에서 자유로운 조합원들 입장에선 ‘돈이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접자’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인천시(시장 유정복)와 부평구(구청장 홍미영) 등은 지난달 8일 부개2구역 관련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구는 시공자 측에 매몰비용을 손금처리(회계상 손실된 금액으로 처리)하고, 법인세를 22%까지 감면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공자 측은 손실이 크다며 소송을 이어 간다는 입장으로 전해져 갈등의 해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다만 장위12구역 사례를 살펴봤을 때 조합 해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조합원들이 ‘해산 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조합이 해산(2014년 1월)된 이곳에서는 시공자가 조합 임원 8명에게 대여금 30억여 원을 돌려달라고 가압류를 신청했는데, 조합 임원들이 조합 해산에 참여한 조합원 57명의 재산에 대해 신청한 가압류를 법원이 인용(서울북부지방법원, 2014년 7월)했기 때문이다.

주민 자발적 해산 추진위만 지원 가능… 업계 “범위 넓혀라”
고양시, 조례 개정해 조합 지원 근거 마련… 업계 “본받아라”

매몰비용 지원이 주민이 자발적으로 해산을 요청한 추진위에 국한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직접 구역 해제를 추진하는 경우에는 매몰비용이 지원되지 않는다.

시에서 직접 해제를 추진한 사업지의 매몰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해당 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시가 직접 해제를 하는 경우도 매몰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매몰비용 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해제된 추진위 관계자도 “매몰비용이 해결되지 않고서 어떻게 ‘출구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냐”며 “현실적인 비용 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이 이어질 게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월 서울시는 관내 28곳의 정비(예정)구역을 직권 해제했다. 현행법상 이들 28곳은 도정법 제16조의제1항에 따라 추진위가 해산된 경우라도 매몰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아직도 뉴타운ㆍ재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서울시(장) 직권으로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도정법 제4조의3(정비구역 등 해제)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거나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시장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앞으로도 2차, 3차에 걸쳐 직권 해제 구역이 탄생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꽉 막힌 매몰비용 처리에 ‘해법’이 될 만한 움직임이 포착돼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18일 고양시의회(의장 선재길)는 제2차 본회의에서는 상정된 15개 안건 중 장제환(건설교통위원장) 의원이 대표발의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에 따른 조합의 설립인가 취소 시 그 매몰비용을 고양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이날 도비 보조 비율에 따라 예산이 확보된 이후부터 집행할 수 있도록 부칙의 시행일에 단서를 신설해 수정 가결했다. 개정안이 고양시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고양시 주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서울ㆍ인천 주민들 역시 고양시가 사례가 다른 지자체로 확대될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해제된 A뉴타운 구역 주민은 “(서울시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 아니냐”며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지정을 남발한 것은 관이면서 책임은 왜 주민들에게만 떠안기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개발 공약에 현혹돼 표를 준 주민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은 기관이 져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이러한 점에 비춰 볼 때 지금의 매몰비용 분쟁은 어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잇따른 지정 해제로 매몰비용 분쟁 대상이 늘어만 가는 현실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 그런 시가 한술 더 떠 대규모 직권 해제에 나서면서 무책임한 시정(市政)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가 고양시 등을 본받아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지, 아니면 정부와 타협해 제3의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승아 기자  nellstay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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