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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법 개정안,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모두 놓친다

   
▲ 정체된 구역 해제, 공공관리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도정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연이어 통과했다. <출처=YTN뉴스 화면 캡처>

[아유경제=유준상 기자]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고민거리들을 개선키 위한 목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도입된 정책들이 시행을 향해 ‘성큼성큼’ 발을 내딛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일부 개정안(대안)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현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책 당국은 이 법안을 통해 사업성이 없어 사업이 정체된 곳을 해제하고 공공관리제도 개선을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를 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 한편에선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외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일몰제 적용 범위 확대… 업계 “출구전략의 연장선”
공공관리 받는 서울 지역 사업지는 강한 ‘반발’
행정상 잘못으로 사업 지체된 현장들은 ‘답답’

이번 도정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기간 도래에 의한 해제(일몰제)’의 적용 범위의 확대다. 하지만 일선 정비사업지들은 이것이 출구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몰제의 적용 범위는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을 수립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까지 확대되고 법 시행일 이후 4년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없을 경우에 구역 해제 수순을 밟게 된다.

단 각 사업지의 사정을 고려하고 기한 도래에만 의존해 일률적으로 해제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키 위해 조합원 30% 이상의 신청 또는 시장ㆍ도지사 등의 직권에 의해 2년 범위 내에서 일몰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책 당국은 당초 입법예고에서 ‘안 되는 곳은 해제하고 잘되는 곳을 밀어주자’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향후 정비사업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한동균 사무관은 “사업성이 없는데도 사업이 장기화돼 사업비를 낭비하고 있는 곳을 해제하자는 것이 이번 일몰제 범위 확대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대신 사업 진행이 원만한 곳은 더 밀어줄 계획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사업지 관계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일몰제 적용을 받지 않았던 다수 추진위들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움츠러들었던 해제 논의가 또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기존에 해제된 곳의 상황을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안 사업의 도입이나 그동안의 사업비용에 대한 뾰족한 지원책 없이 줄곧 방치되고 있어 해당 구역 주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애가 타는 상황”이라며 “출구전략의 연장에 불과한 이번 조치에 대해서 효과보다 ‘악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라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 시내 추진위들은 이번 일몰제 확대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공관리제도 의무 적용으로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나 가능하고 사업비 조달도 쉽지 않은 불리한 상황에서 정부가 오로지 구역 해제만이 능사인 것처럼 나서고 있어서다.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정부와 서울시는 왜 사업이 늦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해제를 위한 실적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업 지연의 원인 제공을 한 당사자가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묻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공공관리제도 적용을 떠나 지자체의 행정상 과오로 인해 사업의 발목이 잡힌 곳은 더 답답한 실정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1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시가 계속해서 조건을 변경하고 있는 바람에 구역 분할이 지연되고 있어 사업비만 계속 지출되고 있다”며 “또한 제출해야 하는 행정상 서류가 수백 장에 이르고 도중 시 뉴타운사업 담당자가 바뀌는 바람에 조합 설립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역 해제를 단순히 기한 도래만으로 시행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용산구 한남뉴타운1구역 재개발 관계자는 단순하게 기한 도래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일대 전경. <사진=정훈 기자>

직권해제ㆍ일몰제에 의한 해제까지 매몰비용 지원 범위 넓혀… 논란 재점화
업계 “해산된 추진위ㆍ조합 문제도 해결 못 했는데” ‘실효성’ 논란 ‘부글부글’

‘출구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이번 일몰제 적용 범위 확대로 사실상 전 구역이 적용 대상지가 됨에 따라 매몰비용 문제가 또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해산한 추진위ㆍ조합의 매몰비용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추가 해제되는 곳의 비용까지 더해져 그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정안 부칙 제4조(정비구역 직권해제에 따른 비용 보조에 관한 적용례)에 따르면 법 제16조의2제6항의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전 법 제4조의3제4항에 따라 해제한 정비구역 등의 추진위ㆍ조합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사실상 ‘일몰제’ 확대로 발생하는 매몰비용에 대한 ‘지원 루트’를 열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정책 당국은 지지부진한 구역을 해제하는 것이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한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완전히 곡해한 것”이라며 “정체된 사업지라고 해서 왜 구역 해제나 사업 진행을 하고 싶지 않겠느냐. 매몰비용 처리가 워낙 난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몰제 또는 지자체장 직권에 의해 해제되는 것과 주민 다수의 반대로 해제된 곳의 차이가 사실상 없는 가운데 후자에 속한 추진위만 신청 금액의 70% 범위 안에서 보조해줬던 이전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나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조치도 실효성을 얻기가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꼽은 후속 대책은 ▲해산 조합에 대한 매몰비용 지원 논의 ▲사회적 합의 ▲예산 확충 ▲철저한 검증 ▲적기 지원 등이다.

업계 한쪽에선 정책 당국이 일몰제 범위 확대와 함께 사업지들이 좋아할 만한 ‘직권해제 시 매몰비용 지원’ 내용을 끼워 넣은 것은 당국의 신념(출구전략) 이행을 위한 ‘당위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책 당국이 ‘대어(출구전략 이행)’를 낚기 위해 미끼(직권해제 시 매몰비용 지원)을 던진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직권해제 시 매몰비용 지원’마저도 그 실효성을 기대키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직권해제’ 시 매몰비용 지원을 가능토록 하는 도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일선 사업지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서울시만 하더라도 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금 예산이 35억4000만원 수준으로, 최근 직권해제가 이뤄진 28곳에 대한 매몰비용(75억원)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공자 선정 시기 앞당겨지나 했더니… 덕지덕지 달린 ‘혹’에 실효성 ‘뚝’
다수 건설사 “공동 시행? 글쎄”… 공공의 업무 대행도 부작용 우려 ‘쑥’

이번 도정법 개정안 내용 중 일선 사업지들이 가장 기대를 모았던 부분은 시공자 선정 시기의 조정이다. 이에 따르면 2010년 10월 공공관리제 전면 시행에 따라 이를 적용 받는 서울 시내 사업지들도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의 환원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 이러한 내용을 추진해 오던 중 정비사업 투명성을 위해 도입된 공공관리제의 취지를 훼손시킨다는 서울시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그 취지가 훼손됐다. 갖은 조건이 달려 실효성은 사실상 사라졌고, 외레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조합과 시공자가 공동 시행하는’ 조건을 놓고 대다수 건설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올 상반기부터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시장이 살아났지만 최근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7ㆍ22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르네상스’가 올 연말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극소수 사업장을 제외하고 건설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만한 사업장은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담당자는 “정비사업의 성공 여부는 부동산 경기의 상승ㆍ하향의 흐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0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공동 시행을 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며 “최근 ‘지분제’ 열풍이 사라지고 대부분 ‘도급제’ 방식의 계약 체결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 시행에 따른 위험 부담을 감내할 건설사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 강북 지역 재개발 사업지들은 초기 자금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떨어져 이번 개정안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나 신탁업자가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조건에 대해서도 업계는 선뜻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재개발ㆍ재건축사업 등에 공공이 관여할 경우 자율성과 효율성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매 사업 단계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만났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개발 이익 극대화를 달성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과거 정부가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LH를 투입했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던 전례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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