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청사의 야경. <제공=대법원>

[아유경제=민수진 기자] 절차상 등의 문제로 현금청산대상자와 사업시행자 간 청산 금액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않거나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토법)」 절차 규정이 준용됨을 전제로 현금청산대상자가 사업시행자에게 청구하는 재결신청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제2부는 피고인 가재울뉴타운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과 사업 구역 안에 위치한 토지 및 건물의 소유자(원고) 간 옛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상 준용되는 공토법 규정의 범위 등을 놓고 다투는 상고심 선고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원심(서울고등법원)은 “원고가 분양신청 기간 내 신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도정법 제47조제1호에 따라 기간 만료일 다음 날 현금청산대상자가 됐다”면서도 “도정법상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대상자 사이에 청산금에 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때는 공토법에 의한 수용 절차로 이행된다”고 판단했다. 또 원심은 도정법상 그들 사이의 청산금 협의 절차와 공토법상 수용 재결의 전치 절차인 수용 보상금 협의 절차가 엄격히 구분되는 별도의 절차임을 전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원심이 원고가 공토법상의 단계별 수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와 사이에 도정법상 청산금 협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재결신청 청구를 했으므로, 이 청구는 충분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재결신청을 하지 않은 피고의 부작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면서 이 사건은 상고심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은 도정법 및 법 시행령의 체계와 내용, 일반적인 공익사업과 구별되는 도정법상 정비사업 절차 진행의 특수성과 아울러 ▲정비사업의 단계별 진행 과정상 현금청산대상자와 사업시행자 사이의 청산금 협의에 앞서 수용 대상 토지 등의 명세가 작성되고 그 개요가 대외적으로 고시되며, 세부 사항이 토지등소유자에게 개별적으로 통지ㆍ공고되는 점 ▲토지등소유자에 대해서는 도정법 고유의 절차와 별도로 공토법상 토지조서ㆍ물건조서의 작성 등의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할 필요가 없는 점 ▲공토법상 손실보상 협의는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 사이의 사법상 계약의 실질을 갖는다(대법원 2014년 04월 24일 선고 2013다218620 판결 참조)는 점에서 도정법상 협의와 그 성격상 구별된다고 보기 힘든 점 ▲도정법은 협의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 금액의 산정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공토법상 감정평가업자를 통한 보상액의 산정이나 이를 기초로 한 사업시행자와의 협의 절차를 따로 거칠 필요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공토법상 협의 및 사전 절차를 정한 각 규정은 도정법 제40조제1항에 명시된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도정법상 현금청산대상자인 토지등소유자에 대해서는 준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피고의 부작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원심의 판단에는 도정법상 준용되는 공토법 규정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머지 상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이 사건을 원심 법원에 파기 환송한다”고 주문했다.

민수진 기자  vkdnejek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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