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부동산 기획특집
재정비 임박한 2030 서울플랜, ‘35층 룰’ 손볼까
▲ 내년 서울도시기본계획 재정비를 앞두고 서울시의 ‘35층 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서울도시기본계획 재정비가 임박함에 따라 서울시가 현행 35층인 주거용 아파트 최고 층수 규제를 손볼지 도시정비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강남에선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초고층 아파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서울시의 ‘35층 룰’ 고집은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2030 서울플랜’ 재정비 착수 예정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서울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법정 최상위 계획으로 서울 개발의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다. 20년을 기준으로 수립된 다음 5년마다 타당성, 상황 변화 등을 반영해 재정비하도록 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4년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이하 2030 서울플랜)’을 발표했으며 2019년 재정비 연한을 맞게 된다.

이달 8일 서울시는 내년 서울도시기본계획 재정비 절차에 착수해 빠르면 2020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가칭ㆍ이하 2040 서울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내년까지 2040 서울플랜 사전기획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사전자문단을 구성해 핵심이슈를 선정한 뒤 부문별 계획을 수립하며, 2020년에는 생활권계획을 재정비하고 자치구와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서울연구원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서울의 도시변화와 도시기본계획 재정비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재정비를 앞둔 2030 서울플랜의 운영상 문제점과 수립 방식 등을 다뤘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에 포함된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서 한강변을 포함한 서울시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했다. 제2종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를 적용했고 도심, 부도심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지역은 5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기본계획안에 따라 압구정, 반포, 이촌(서빙고) 등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되고 여의도, 용산, 잠실 등은 예외 조항에 따라 도심 내 중심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50층 이상의 최고 층수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이 허용된다.

층수 규제에 희비 엇갈린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

성동구 한강변 일대 성수전략정비구역은 광역중심지가 아님에도 최고 50층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곳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한강 르네상스(한강공공성 회복선언)’ 계획을 기반으로 최고 50층 건축이 허용됐다.

당시 이촌, 여의도, 합정, 압구정 등 5곳이 전략정비구역으로 함께 지정됐지만 지정 후 3년 이내에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성수를 제외한 4곳은 잇따라 해제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강변북로 일부 구간(460m)을 지하화하고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데에 드는 비용 약 1600억 원을 재개발사업으로 충당하기로 하고 2011년 30% 내외의 부지를 기부채납 했다. 덕분에 용적률이 평균 283~314%로 상향돼 최고 50층 이하, 평균 30층 이하 아파트 8247가구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도시계획 기준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50층 계획이 부합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동을 걸 제도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처음으로 민간아파트에 초고층을 허용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 ‘7대 광역 중심’에 속한 잠실에서는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면 최고 50층 아파트를 세울 수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정비구역 면적 35만3987.8㎡ 중 잠실역과 닿아 있는 약 6만 ㎡를 준주거지역으로 바꾸기로 했다. 준주거지역의 건축 총면적 중 약 35%엔 호텔ㆍ컨벤션ㆍ업무 등 비주거 용도의 시설을 들여 광역 중심 기능을 넣었다. 또 전체 부지의 16.5%를 문화 시설과 단지 내부 도시계획 도로 등으로 내놨고 시는 이를 승인했다.

반면 서초구 한강변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는 당초 42층 높이로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서울시의 반대에 결국 35층으로 물러선 뒤에야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도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규제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서울시 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사업이 지연되자 주민 투표를 거쳐 35층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 서울시의 계속된 퇴짜에 ‘49층 재건축’의 꿈을 접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아유경제 DB>

강남구, 층수 제한 등 재건축 규제 개선 ‘시동’

이 가운데 강남구(청장 정순균)는 2030 서울플랜이 재정비되는 내년을 기회삼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도시정비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강남구는 이달 안에 ‘강남구 공동주택 재건축 관련 합리적 개발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용역을 맡긴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진 10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강남구는 이번 용역을 통해 서울시 35층 층수 제한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순균 구청장은 “층고 문제를 결정할 당시에는 강남구와 서울시의 갈등이 심한 탓에 정작 당사자인 강남구 주민들은 의견 수렴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서울시와 잘 협의해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절충안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서울시와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운 것과 달리 같은 당 소속인 박 시장과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해 강남구의 숙원인 층수 규제 등 재건축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용역에서의 핵심은 압구정 아파트지구에 있다. 현재 압구정 개발의 주도권은 서울시가 쥐고 있다. 2016년 서울시는 압구정의 입지적 중요도를 고려해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정비계획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해 직접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압구정 24개 단지를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구역별 특성화 전략을 짰다.

하지만 계획안의 건축심의가 보류되며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시기도 함께 늦춰지고 있다. 계획안은 지난해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에 세 차례 상정됐지만 모두 심의가 보류됐다. 올해 상반기엔 6ㆍ13 지방선거를 이유로, 하반기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각각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심의가 보류된 서울시의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토지이용계획’ 역시 용적률, 높이, 구역별 공공기여 비율 등을 상위계획 기준에 따른다고 돼 있다. 내년 재정비되는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35층으로 제한된 층수 규제를 비롯해 압구정 지구단위계획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강남구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전환 당시 “압구정 아파트지구 재건축은 한강과 도심이 조화된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35층 이상 개발로 압구정 한강복합 랜드마크로 조성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한편, 압구정5구역(한양 1ㆍ2차)은 2030 서울플랜 재정비를 계기로 ‘최고 50층’ 및 ‘최고 35층’ 아파트 재건축 안을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신축 아파트 수요가 확실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에선 초고층 아파트를 바라는 주민이 많아 이 같은 논의가 늘어날 수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한강변에서 튀어나온 지형에 있는 압구정을 35층으로 막아버리면 고만고만한 건물 밖에 지을 수 없다”며 “획일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춰 층 높이 등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강남구로선 압구정 개발 방향을 결정지을 지구단위계획은 물론, 그 상위 계획인 도시기본계획까지 유동적인 상황에서 먼저 이번 용역 결과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35층 제한은 시민이 정한 것, 쉽게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는 층수 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고 기준은 도시기본계획에서 고심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계획이 재정비되는 내년에도 이를 변경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층수 제한을 풀면 무분별한 고층 아파트 건립으로 시내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민 조망권을 침해하고 재건축ㆍ부동산시장을 과열로 몰아넣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35층 규제는 개발보다 보존을 강조하는 박 시장의 도시계획에 대한 철학적 뿌리와도 깊이 닿아 있다.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지난 7월 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강변 재건축 35층 층고 제한은 서울시장이 아닌 시민들이 스스로 직접 결정한 것이므로 (보편적 합의과정을 거친 만큼) 이를 쉽게 바꾸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박 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정례회 시정질문 자리에서 한강변 일반주거지역의 35층 높이 제한이 획일적인 아파트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대해 “35층 제한은 최고법정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나와 있는 것으로 쉽게 바꾸기 어렵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내년은 다시 한 번 시민과 함께 심의하는 기간으로 그때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2030 서울플랜에 명시된 층수 규제는 ‘토지이용계획’의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한 높이관리’라는 항목에 제시돼 있다. 서울시는 규제를 만든 목적으로 ▲무분별한 초고층 건물의 난립 방지 ▲도시경관 및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한 계획적인 높이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심지 위계별 최고 층수를 차등 관리 ▲한강변 수변 연접부는 위압감을 완화하는 스카이라인 형성 등을 꼽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35층 규제가 지나치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지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건폐율(대지 전체 면적에서 건물 부지의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규제가 있고, 용적률(대지 전체 면적에서 건축물의 모든 층의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건폐율과 층수를 곱한 방식으로 계산돼 층수가 규제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35층 규제가 더해지면 이중으로 층수를 규제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용적률은 도시 내 건물 밀도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이지 높이 규제가 아니다”며 “지역적인 여건과 특성에 맞춰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고집을 꺾지 않는 한 해결 방안이 도출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평균 층수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이 언급되고 있다.

이석주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ㆍ강남6)은 “아파트 층수 규제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를 보면 견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획일적인 높이(35층) 규제는 도시 경관 등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평균 층수 도입 등 정책적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재웅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ㆍ영등포3)은 “2030 서울플랜에 담긴 높이 규제 도입을 외부 용역을 통한 정확한 분석이나 법적 문제에 대한 확인 작업 없이 시행돼 시민들의 반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경관관리 대책 마련을 위해 ‘높이 규제 재검토를 위한 시민 공론화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잠실주공5단지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저작권자 © AU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