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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현장의 명예훼손과 위법성 조각사유
▲ 오민석 법무법인 산하 대표변호사/ 아유경제 편집인

재건축을 진행하는 H조합은 1997년 2월 26일 조합설립인가를 얻어 사업을 추진 중에 있고, A는 H조합의 조합장, B는 조합원이다. C는 2000년 5월 13일 재건축 정비구역 내 도로를 경매절차에서 5억300만 원에 낙찰 받았고, H조합은 위 도로를 C로부터 매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던 중 C를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8억5000만 원에 매입하기로 하는 조정이 성립되었다. 한편, 2002년 11월부터 2003년 3월 사이에 H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A와 B는 극심한 갈들을 빚었고, B에 동조한 C는 조합과의 도로매매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며 A를 압박하였다. B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명의로 ‘A가 특정 시공자 선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다른 시공자의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하였다. 

A는 2002년 12월 15일과 16일 2회에 걸쳐 ‘재건축 조합 소식’이라는 제목으로 “C가 자기 소유 도로를 평당 100만 원 정도로 계산하여 12억 원에서 14억 원 정도는 받고 조합에 팔아야 한다고 발언하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B가 그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하면서 이에 동조하였다”, “조합장은 도로를 8억5000만 원에 해결하고자 하는데 조합원의 땅을 조합에 비싸게 팔아주면 진정 주민을 위하는 길입니까?”, “자기들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선량한 주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에서 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엄정한 판단을 부탁 합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작성한 후 120가구 조합원에게 발송하고 조합원 게시판에 확대 복사하여 게시하였다.

B는 A의 위와 같은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동네주민들로부터 배척되어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A를 상대로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A는 유인물의 내용은 진실이고, 도로매입비용은 조합원들에게 귀속될 경제적 부담을 좌우하는 내용으로 오로지 조합원들의 알권리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다고 다투었다.

재판과정에서는 B가 위와 같은 C의 발언에 동조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인과 B는 그러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증인의 증언들이 상충되었는데, 제1심에서는 A가 유인물에 적시한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면서 B의 청구를 기각하자(수원지방법원 2005년 5월 13일 선고ㆍ2003가단69191 판결) B가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이 사건 유인물의 내용은, B를 특정하여 지목하면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여 온 사람으로서 아파트에 함께 거주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되어 있어 B의 명예를 실추시켰음이 명백한 반면, 사인인 B가 사석에서 동석자인 C의 말에 단지 동조하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공개한 것이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며 A에게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B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6년 1월 26일 선고ㆍ2005나44451 판결).

이번엔 A가 불복하여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명예훼손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하고, “단지 내 도로의 매수가격이 얼마로 결정되는지 및 그 토지의 소유자인 C가 얼마를 매도가격으로 요구할 것인지 등은 H조합 및 그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것으로서 공적인 관심사항에 속하는 것”이어서 “B와 C 사이의 대화내용을 유인물 등에 게재한 것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면서 A의 상고를 받아들여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06년 12월 22일 선고ㆍ2006다15922 판결).

오민석 변호사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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