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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책보고, 헌책과 느림의 가치를 느끼다

[아유경제=장성경 기자]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오금로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를 방문했다.

언젠가부터 1000원 짜리 몇 장만으로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던 곳, 지성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게 해준 헌책방이 사라져갔다. 3000원에서 4000원의 책들이 즐비한 이곳, 1만 원 한 장만 있어도 책을 두둑이 고를 수 있는 헌책방 보물창고가 다시 부활했다.

서울책보고는 잠실나루역 인근에 비어있던 대형 창고를 개조해 책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책보고에서는 헌책을 비롯해 기존 도서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 명사의 기증도서 컬렉션까지 총 13만여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헌책방 운영자들이 수십 년간 수집한 추억의 잡지와 옛날 교과서 전시회도 진행 중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발간된 여성지ㆍ패션지ㆍ아동지ㆍ문예지ㆍ교양지 등 600여 종을 함께 볼 수 있다.

서울책보고의 메인공간에는 공씨책방, 서적백화점, 청계천서점 등 20여 개의 입점 헌책방이 길게 줄지어 있다. 특히 책꽂이가 둥근 형태로 이뤄져, 마치 구불구불한 철제 책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한쪽 편에는 따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책을 골라 가볍게 독서하기 좋다.

서울책보고는 조용히 책을 고르는 어르신들, 책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청년 등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책을 즐기기 좋은 놀이터가 됐다. 판매대 직원 A씨에 따르면, 서울책보고 평일 이용자 수는 대략 1000~1500명이고 주말에는 1700~1800명에 달한다.

A씨는 “판매량은 매일 다르다. 평균적으로 평일에는 200~400권 사이 주말에는 700~1000권정도 판매된다. 초반에는 판매되는 책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들어오는 책 수량과 대략 비슷하다”고 전했다. 또 가장 인기 있는 책 분야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일 많이 나가는 분야는 시집, 문학 혹은 자기계발서 등이다”라고 답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시민 B씨는 “오늘 처음 서울책보고에 와보니까 좋다. 보통 헌책방하면 깔끔하지 않은데, 여기는 쾌적하고 넓다. 가족들이 같이 오거나 연인들끼리 데이트, 나들이하기 좋은 것 같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도서관처럼 책 번호가 적혀있지 않아, 책고를 때 조금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련번호도 없고 서점별로 위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B씨의 말처럼 서울책보고에서는 원하는 책을 빠르게 찾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고 느리지만 또 그런대로 좋은 점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천천히 고르면서, 다른 책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동목사와 짬뽕교회’,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한 가지 만이라도 똑 부러지면 되는 거요’ 등의 재치 있는 책 제목을 보며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서울책보고는 대형서점ㆍ온라인 중고서점의 등장으로 설 곳을 잃어가는 헌책방들과 독립서점의 ‘홍보ㆍ구매의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손 때 묻은 헌책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향유의 공간으로, 신세대에게는 느림의 가치를 알려주는 경험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처럼 모던함과 레트로 풍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울책보고의 설립에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책이 출판되면 오래된 책을 읽어라(로저스)”는 말이 있듯이, 헌책 보물창고 ‘서울책보고’를 찾아 헌책과 느림의 가치를 느껴보길 바란다.

▲ 서울책보고 내부. <사진=장성경 기자>

장성경 기자  bible8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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