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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승이 불편해하는 ‘스승의 날’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지만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해 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해 수업을 하지 않은 학교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22곳, 고등학교 13곳 등 모두 37개교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25개 학교가 재량휴업을 실시했는데, 올해 12개교가 늘었다. 이들 학교는 일부 개교기념일인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사일정을 이유로 휴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들 학교가 휴업을 결정한 진짜 이유는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알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모은 돈으로 케이크를 사서 교사와 함께 촛불을 끄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케이크를 교사에게 주거나 함께 나눠 먹는 건 안 된다. 선물로 간주해 교사에게 징계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은 개인이 줘선 안 되고 학생 대표만이 공개된 장소에서 줄 수 있다. 꽃이라면 생화든 조화든 종이 카네이션이든 차이는 없지만 5만 원 이내로 해야 한다.

사설 학원이나 순수 민간 어린이집이라면 성의 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공립이나 공공기관 위탁 어린이집이라면 공무원인 아닌 일반 선생님만 가능하며, 대표인 원장에게 무엇이든 제공해선 안 된다.

여기에 날로 심해지는 교권침해로 인해 교사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부분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501건으로 2008년(249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학부모가 폭행ㆍ폭언하거나 악성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243건으로 전체의 48.5%를 차지했다.

교육부의 ‘최근 5년간 교육활동 침해 및 조치 현황’을 봐도 작년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210건으로 최근 5년 새에 가장 높았다. 교총이 지난달 전국 유치원, 초ㆍ중ㆍ고교, 대학 교원 549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가량은 교원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각에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스승의 날을 아예 폐지하고 ‘교육자의 날’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전북도의회 김희수 의원은 지난 16일 “최근 교육자의 위상이 퇴색되고 교권이 땅에 떨어진 현실에서 외려 교사들에게 부담이 되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근로자의 날과 같은 ‘교육자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특히 스승의 날이 되면 교육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피해 다니는 등 안타까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변화된 까닭에는 교사들 스스로의 책임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명의식과 자질을 갖춘 교사는 존중받아야 한다. 학교 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사의 권리도 학생의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다. 교사가 긍지와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공교육도 바로 설 수 있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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