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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또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도 안전 불감증과 총체적 부실 대응에 따른 ‘인재(人災)’였다.

지난달(7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시설 확충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3명이 지하 45m 배수시설을 점검하러 내려갔다가 갑작스럽게 유입된 빗물에 휩쓸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허술한 관리 체계가 있었다. 시설 운영 주체는 양천구지만 완공 전이라 시공자 관리ㆍ감독 권한은 발주처인 서울시에 있었다. 지난 7월 1일 시운전이 시작된 이후 현장 점검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양천구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시공자인 현대건설에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리돼 현장 조치가 제때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다.

이어서 7월 29일에도 양천구는 서울시에 “시운전 과정에서 터널에 유입된 빗물로 방수문 누수와 배제 펌프 전력 과부하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개선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와 현대건설 모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양천구, 시공자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전 5시부터 서울지역에 호우가 예보됐으나 서울시ㆍ양천구ㆍ시공자 모두 이를 알지 못했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오전 7시 30분 이후에야 양천구 직원이 협력 업체에 상황 파악을 요청했지만 이미 현장 작업자들은 터널 안으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수문 제어실로 가는 출입문의 비밀번호도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공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양천구에 따르면 제어실에는 두 개의 출입문이 있는데 하나는 양천구, 하나는 현대건설이 비밀번호를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양천구청의 연락을 받은 현대건설 직원이 가까운 양천구청 관리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비밀번호를 몰라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수문이 열렸고 쏟아진 물은 작업자들을 덮쳤다.

수문이 열리더라도 빗물이 작업현장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 곧바로 닫았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문은 개방 후 40여 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닫혔다. 현장에는 그 흔한 튜브 등 안전장비도 없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971명이다. 사고 원인은 추락이 3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113명), 부딪힘(9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안전교육과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이 대부분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가 대부분 인재로 결론이 나지만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허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필중 기자  kpj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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