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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공중화장실 ‘황화수소 노출’ 여고생 사망… 책임은 어디에?

[아유경제=조은비 기자] 지난 7월 29일 부산광역시 광안리 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에 노출돼 쓰러졌던 여고생 A양이 사고 이후 끝내 사망했다. 이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보상을 받을 길은 평탄치 않아 보인다.

황화수소에 노출될 경우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의식불명이 일어나고 고농도 황화수소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사건 당시 친구 B양은 A양이 공중화장실에 들어간 지 20분이 되도록 나오지 않자 뒤따라 들어가 쓰러진 A양을 발견했다. B양은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화장실 밖으로 끌고 나왔고, 이후 A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난달(9월) 27일 오전 12시께 숨을 거뒀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병원 측이 경찰에 전달한 소견은 ‘황화수소 중독에 의한 무산소 뇌 손상’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A양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단시간 허용 농도 기준치의 60배가 넘는 1000ppm의 황화수소에 노출됐다.

이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황화수소가 화장실에서 노출된 원인으로 “공중화장실 세면대 바닥에 있는 5㎝가량의 배수 구멍을 통해 황화수소가 올라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배기장치 등의 시설에 문제가 생겨 유독가스를 배출 통로로 충분히 빼내지 못해 화장실 배수구로 황화수소가 새어 나왔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폐쇄된 광안리해수욕장 민락회센터 지하 공중화장실은 부산 수영구청이 민락회센터 건물주 측과 1998년 무상사용 계약을 맺고 활용해왔는데, 오수처리시설 과실 여부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수영구청 측은 “오수처리시설이 있는 건물에 대한 점검기준은 하루 배출량 300t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건물은 140t가량이다”며 “안전점검 책임은 건물주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산 수영구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은 사고를 대비해 대부분 ‘영조물 배상공제’에 가입돼있지만 해당 공중화장실은 배상공제에 가입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센터 관계자는 “우리 상인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건 그냥 상식선에서 조금 지나치다고 본다”며 “20년 넘게 무상으로 화장실을 사용했으면 구청에서 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는 이로써 유족들이 보상을 받을 길이 묘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 소홀로 인해 빚어진 사고에 안타까운 피해자만 있고 책임자가 없는 상태. 앞서 지난 8월 5일 본인을 A양의 가족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청원글을 통해 “구청에서 관리하는 상가 지하 공중화장실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인해 사건이 발생됐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청원은 마감됐으며 3만 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들은 공공시설을 믿고 사용하고 싶은 만큼, 한 학생의 죽음에 책임을 물어달라는 유족의 외침이 그저 묻히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은비 기자  qlvkb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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