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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약속되지 않은 연기

[아유경제=박진아 기자] “응, 아잇, 푸르르”

젓가락질을 하거나 젠가를 만지다가 갑자기 몸을 배배 꼬며 이상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뚜렛 증후군 환자라고 당당히 밝힌 유튜버 ‘아임뚜렛’이다. 유튜브 채널 ‘아임뚜렛’을 운영하던 홍모 씨는 영상을 통해 일명 틱장애로 불리는 뚜렛 증후군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됐다.

희망의 아이콘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여러 정황과 증거들을 통해 홍 씨의 모습이 사실 연기에 불과하며, 그동안 유튜브에서 동정표를 얻고 인기를 끌기 위해 뚜렛 증후군인 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그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혔다.

여기서 잠깐 홍씨의 변명을 살펴보자. 그는 논란이 불거진 뒤 자신의 채널을 통해 “유튜브 조회수를 위해 장애를 고의로 과장해 연기했다”고 인정했다. 이후 홍씨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시트콤을 만들기 위해 영상으로 돈을 벌고자 했다”며 “시트콤에 등장할 캐릭터 중 하나로 뚜렛 증후군 환자를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의 입장을 종합하면 그는 가벼운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여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기획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다.

연기라는 건 일종의 ‘약속’이다. 연기자와 시청자 사이에 ‘이것은 가상의 상황’이라는 전제를 미리 깔아두는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ㆍ감독상ㆍ각본상ㆍ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화제가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자. 사실 이 영화 속 상황은 대놓고 불편하다. 여러 설정과 장치를 통해 빈부격차를 극적으로 희화하고 있으며, 살인 등 폭력적인 장면도 여러 차례 나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통해 불편함을 느끼는 대신, 현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사유했다. 영화 속 상황이 서로 약속된 연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씨가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이유는, 연기가 아닌 실제인 것처럼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가 ‘아임뚜렛’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든 아니면 시트콤을 연기하고자 했든,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진정한 공감을 얻고자 했다면 자신의 영상이 연기임을 먼저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 설령 그가 실제로 그런 선한 의도로 영상을 만들었었다고 해도,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버를 꿈꾸며 영상을 올린다. 이들 중에는 연기를 보여주거나 자신을 거짓으로 꾸밈으로써 인기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특히 홍씨의 비참한 말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적어도 연기를 하려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속여서는 안 된다. 연기자의 연기가 인정받는 이유는 ‘실제’가 아닌 ‘실제 같음’ 때문이다.

박진아 기자  koreaar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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