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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미중 대립, 시위대, 그리고 소프트파워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홍콩의 자유에 점점 숨이 조여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며 반중 인사와 범민주 세력에 대한 탄압에 법적 수단을 마련했다. 미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홍콩에 부여하던 특별대우를 철회할 것을 예고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소도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한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전역에서 시위와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군 병력 동원이라는 강경책까지 거론하며 시위대를 진압에 신경을 쏟고 있다.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얻던 중국 입장으로서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영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일 SNS 계정에 무너져 내린 자유의 여신상 아래 백악관이 불타는 그림을 올리며 미국의 위선을 풍자했다. 홍콩을 사이에 두고 격해지던 미중 갈등에 ‘미국 인종갈등’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홍콩인을 강제로 권위주의 체제에 편입시키려는 중국과,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억누르는 미국 중 어느 나라가 더 나쁠까. 이 질문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별로 좋지 못한 질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어떤 사회가 문화적ㆍ도덕적 우위에 있는지 상상해볼 수는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을 자발적으로 바꾸게 하는 힘, 바로 ‘소프트파워(Soft Power)’라는 개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군사력과 같은 강제력(Hard Power)만이 전부가 아니라 문화ㆍ외교ㆍ시민운동과 같은 부드러운 힘도 국제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개념은 냉전기에 미국과 소련의 대립과 그 결과를 적절하게 설명한다. 소련을 무너뜨린 건 미군과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라 청바지와 팝음악, 헐리우드였다.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강렬한 욕망이다.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사회주의의 경직된 체제를 뚫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을 현재에 적용시켜 볼 때, 홍콩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보편가치의 수호자로서 홍콩인들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강렬한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잇달아 중국의 국가보안법을 규탄한 바탕에는 ‘자유주의’라는 명확한 가치의 지향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 ‘식민제국’을 연상케 하는 쪽은 중국 정부였다.

그러나 동시에, 인종갈등이라는 뇌관이 폭발한 미국 내 시위 사태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행사에 큰 결함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자유를 전파하는 나라라는데, 왜 미국 경찰은 흑인들에게는 같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내내 수없이 선을 넘는 발언과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펼치는 동안, 미국은 자국이 보유한 소프트파워를 상실해 왔다. 인종갈등을 억지로 봉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적 위상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여기에 시위로 인한 약탈과 방화 같은 사회 혼란도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추가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소요 사태가 자국의 체제 우월성을 보증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CNN이 미국의 혼란상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동안, 중국 관영언론은 소수민족과 반체제 인사 탄압에 완전한 침묵을 지킨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대가로 중국은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 여론까지 호의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홍콩과 미니애폴리스를 둘러싼 두 시위 사태와 대처 상황을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느 곳이 ‘더 손잡고 싶은 나라’인지를 시시각각 판단하면서 말이다.

세상에 윤리적인 국가는 없을테지만, 덜 나쁜 국가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에 이어 소프트파워 전쟁에 돌입했다. 인권을 보장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나라는 어느 쪽이 될까. 이 힘 대결이 체제 선전을 위한 구실이 아니라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동반 상승효과를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고상우 기자  gote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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