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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_기자수첩] 북한 방역당국의 ‘월북자 활용법’

[아유경제=고상우 기자] 탈북민 출신 20대 남성의 월북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25일, 북한은 이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의심자로 보인다며 방역 수위를 최대로 높였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측이 코로나19를 전파했다’는 식의 명분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이 같은 논리는 자국을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선전해오던 기존의 프로파간다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방역망이 뚫렸다는 불안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실제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0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단 한 명의 신형코로나비루스(코로나19)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월북한 탈북민이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인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당국은 코로나19 전파 방지에는 만전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 30일에는 2인자인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성시에 급파돼 코로나19 실태를 점검했다. 31일에는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평양시가 약 40개소에 방역 초소를 새로 설치해 평양시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사실상의 ‘평양 준봉쇄령’을 내렸다.

탈북민 월북 사건 이후 ‘방역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북한의 제스처는 다소 과장스럽기까지 하다. 동시에 ‘코로나19 감염자 제로’라는 목소리는 여전히 그치지 않는다. 이 같은 행위가 겨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미국일 것이다.

31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40만 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15만 명을 넘어섰다. 독보적인 세계 최대 피해국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북한의 코로나19 통제는 향후 본격화될 북미 대결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특히 2020년 미국 대선을 통해 출범할 새 행정부에 앞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목적도 깔려있다. 방역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향후 있을 북미관계의 포석인 셈이다. 

지난 27일 우리 방역당국은 월북한 탈북민이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접촉자로 등록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할 때 그는 월북한 상태에서도 뚜렷한 의심 증상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거인 미국이 코로나19에 휘청이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없는 한 월북자를 두고 ‘자국의 방역 선전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고상우 기자  gote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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